불평등한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겠다던 사람들의 위선과 실체
기회는 나와 내 자식에게만! 과정은 나와 내 자식을 위해! 결과는 나와 내 자식이 몽땅!
기회는 김정은에게만, 과정은 김정은을 위해. 결과는 김정은이 몽땅!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겨울, 봄이 오기 전까지 살아남을 대책을 강구하라.

김규나 객원 칼럼니스트
김규나 객원 칼럼니스트

"삶은 불공평해."

동물의 왕 무파사가 다스리는 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 조카 심바의 탄생으로 왕위 계승 서열 2위로 밀려난 스카는 불만이다. 왜 내가 왕이 아닌가. 어째서 세상은 형만 떠받드는가. 갓 태어난 애송이가 어떻게 나를 밀어내고 왕의 자격을 가질 수 있는가. 미천한 것들이 왜 내 발밑에 무릎 꿇지 않는가 말이다! 스카는 어떻게 하면 왕이 될 수 있을까 골몰한다.

"그놈의 사자만 없다면 우리가 호령하며 살 텐데." 사냥할 힘도 지혜도, 그럴 의지도 없어 늘 굶주리는 하이에나들도 투덜거린다. 그들의 불만을 잘 알고 있는 스카는 고깃덩어리를 던져주며 동맹을 제안한다. "왕을 죽일 거야. 내가 왕이 되겠어. 다시는 배고프지 않게 해줄게. 모두에게 한 자리씩 주겠어. 반란을 준비해. 사기극을 기대해."

스카는 왕을 함정에 빠뜨려 살해하고 그 죄를 심바에게 덮어씌워 추방한다. 그렇게 찬탈한 권력, 스카는 스스로 왕좌에 올라 취임인사를 한다. "침통한 마음으로 왕위를 계승합니다. 우린 이 비극을 딛고 일어나 새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번영과 평화를 위해 사자와 하이에나는 함께 살 것입니다."

안방을 내주어야 평화가 온다는 거짓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둠 속에 숨어 살던 하이에나란 하이에나는 죄다 기어 나와 완장을 차고 있는 대로 약탈하고 보이는 대로 잡아먹는다. 힘없는 동물들은 노예처럼 착취당하고 목숨을 잃지만 스카는 자신을 옹립했던 하이에나의 죄를 방조한다. 자연의 순환 법칙이 무너진 초원은 이내 죽음의 땅으로 변한다. 다시 배가 고파진 하이에나들은 또다시 불평한다. "차라리 무파사가 왕이었던 시절이 좋았어."

삶은 원래 공평하지 않다. 세상은 이러한 법칙을 인정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흥미로운 건 불공평과 불평등을 세상의 이치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남과 비교할 여유 따위 없다. 그들은 혼자, 열심히 노력한다. 그렇게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자신의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자신이 못 하는 이유, 자기가 못 사는 이유를 남 탓, 사회 탓, 나라 탓, 시대 탓으로 돌린다. 불만쟁이들은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자의 것을 빼앗는 것이 정의라는 선동에 솔깃해 한다. 노력과 진실은 콧방귀로 날려버리고 인생은 한방, 단번에 역전시킬 궁리에 빠진다. 자신이 못난 줄은 알기에 머릿수 많은 쪽에 동참한다. 약삭빠른 소수는 감투를 쓰고 강도질에 대한 죄책감도 없이 더 많이 빼앗아가지만 대부분의 게으른 투덜이들은 부스러기나 겨우 주워 먹으며 또다시 불만을 쌓아간다.

가질 거 다 가져서 부러울 것 없는 사람들 중 일부는 불평등론을 왜곡해서 받아들인다. 세상이 모두 발아래 있다고 믿는 그들에게 인생은 너무 쉽고 만만하고 우습기만 한 놀이터이다. 그들은 사람들을 짓밟고 서서 생각한다. 너와 나는 다르지. 어디 감히 내게! 그들 중 지적 허영을 탐닉하는 자들은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를 외치며 위선을 떤다. 뒤에서는 더 잔혹하게 빼앗고 불평등이 주는 혜택을 마음껏 누리며 추종자들을 비웃는다.

그토록 청렴하고 정의롭고 멋있는 사람은 세상에 둘도 없을 것처럼 굴더니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되자마자 온갖 비리 정황들이 연일 터지고 있다. 집안과 자식을 위한 것이라면 못 할 짓이 없었고, 돈이 되는 것이라면 손 안 댄 것이 없는 것 같다. 그야말로 법에 정통한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법꾸라지' 재능이다.

세상엔 절대 선도 없고 절대 악도 없다. 그래도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최소한 지켜야 할 양심과 윤리의 경계는 있다. 그것을 기준으로 정한 법이 제대로 작동될 때 개인은 사회 안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무너지고 사라졌다. 우리의 새로운 미래는 바로 그 지점, 최소한의 수치심과 최소한의 예절과 최소한의 책임을 깨닫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잠시 숨을 돌리고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둘러볼 필요가 있다. 법무부장관 지명자에게 신경을 집중하는 동안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국제무대에서 거의 다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이다. 프랑스에서 열린 G7정상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신용할 수 없는 문재인, 왜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 건지 모르겠다."고 평가하며 "한미연합 훈련은 완전한 돈 낭비일 뿐,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멀쩡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文이 좋다고 지지해온 것이 이 나라 국민이니, 일관되게 현 정권을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조차 얼굴이 화끈거리고 머리카락이 쭈빗 곤두설 노릇이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문재인은 거짓말쟁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러바친 게 평화 쇼의 꿀물을 모두 챙긴 북한의 김정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 김정은이 참석하길 희망한다고 발표한 文. 그야말로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다.

지금 한반도야말로 스카와 하이에나에게 짓밟힌 사바나와 같다. 누가 스카인가. 누가 하이에나인가. 그들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며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까지 외교와 내정을 망가뜨리는 것일까. 한국은 이런 상태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그 후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멀리 도망쳐서 인생을 포기한 채 살아가던 심바는 자신이 감당해야만 하는 책임과 의무를 깨닫고 고향으로 돌아와 스카와 맞서 싸운다. 궁지에 몰린 스카는 하이에나가 시킨 짓이라며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지만 배신을 알게 된 하이에나 무리가 그에게 달려든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왕이 된 심바는 아버지 무파사가 오래 전 들려주었던 통치의 기본 철학을 마음 깊이 새긴다.

“왕에겐 권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세상 모든 것은 미묘한 균형 속에 공존하고 있단다. 왕은 이 균형을 이해하고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해.”

우리에게도 지혜로운 통치자와 함께 이 땅에서 다시 시작할 기회가 주어질까. 누가 법무부장관이 되든 말든, 검찰총장이 치켜든 칼이 후보자를 두 동강 내든 말든, 세계 역사의 흐름에서 본다면 관심 둘 일이 아니다. 일본을 대상으로 독도 방어훈련을 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영토로 기재되어 있는 함박도에 북한의 군사시설이 들어섰고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는데도 국방부장관이 서류 상 오류일 뿐 원래 북한 땅이라고 인정했다는 뉴스조차 코미디의 한 장면일 뿐이다. 나라가 존속해야 법무부장관도 있는 것이다. 나라가 있어야 영토를 빼앗겼네, 아니네, 기막히고 분노하며 싸울 자격이라도 있는 것이다.

원자력을 비롯한 우리가 갖고 있던 최고 기술력과 해외 투자자들의 자본은 거의 다 빠져나갔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본격 시작되었고 정부가 쥔 목줄에 숨이 막힌 기업들은 고사 직전이다. 이에 더해 그동안 반일 외교를 고집하던 외교부는 반미 외교의 속내를 전격 노출, 한낱 차관이라는 자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를 소환, 한미관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지 말라고 항의했다. ‘한국의 국익이 한미동맹보다 우선한다.’고 정부도 발표함으로써 반미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선포했다.

무덤을 파듯 점점 더 깊고 어두운 우물 속으로 들어가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지소미아 폐기로 한반도 사태의 향후 패권을 유엔군의 병참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이 쥘 확률이 높아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해외 부분 상장을 도쿄 증시로 선택하면서 아시아 자본 흐름의 새로운 요충지로 일본이 부상하게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우리가 일본을 상대로 독립운동 놀이를 한 덕분에 그들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인도-태평양의 주인공으로 확고히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눈이 돌아갈 만큼 빠른 속도로 국제정세가 변화하면서 세계지도가 바뀌려 하고 있는 이때, 한국의 운명은 세계역사라는 망망대해 속에서 일엽편주처럼 표류하고 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고작 조국이란 자의 운명이 아니라 세계 속의 한국인, 우리들 자신의 운명이다. 어차피 예정된 일이라 해도 알고 맞이하는 것과 원인조차 모르고 당하는 것은 다르다. 조국 사태가 행여 코앞에 닥친 변화, 즉 혹독한 겨울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마저 갖지 못하도록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지만, 어떻게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을 것인가, 모색해야 한다.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깨어나라, 개인이여! 일어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여!

TMTU. Trust Me. Trust You.

*‘TMTU. Trust Me. Trust You.’는 김규나 작가가 ‘개인의 각성’을 위해 TMTU문화운동을 전개하며 ‘개인이여, 깨어나라!’는 의미를 담아 외치는 캐치프레이즈입니다.

* 김규나 객원 칼럼니스트(소설가, 소설 <트러스트미> <체리 레몬 칵테일>, 산문집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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