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국민연금 개혁 합의 불발...'조금 더 내고, 훨씬 많이 받는' 이상한 다수안 제시
경사노위, 국민연금 개혁 합의 불발...'조금 더 내고, 훨씬 많이 받는' 이상한 다수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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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연금개혁특위,' 국민연금 개혁 방안 발표
노동계 지지로 보험료율 9%->12%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40%->45%로 끌어올리는 안이 다수안으로 채택
기존제도를 기준으로 해도 보험료율을 16%까지는 인상해야 제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 무시
경영계는 현행 유지案 지지...소상공인엽합회는 보험료율만 올리는 안 지지
장지연 연금특위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제5차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연금특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장지연 연금특위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제5차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연금특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10개월의 논의 끝에 국민연금 개혁안을 하나로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대신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9%에서 12%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평생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 비율)은 40%에서 45%로 끌어 올리는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다수안으로 제시했다. 소득대체율의 40%하락이 예정된 기존 제도를 기준으로 해도 보험료율을 최소 16%까지는 인상해야 제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한 것이다. 

경사노위 산하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 보장 제도 개선위원회'(이하 연금개혁 특위)는 지난 30일 경사노위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활동 결과 보고'를 채택하고 그 내용을 발표했다.

연금개혁 특위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조정 방안에 관해 단일안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3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지지한 사회단체를 명시했다.

노동계 지지로 다수안 된 '가'안, 보험료율 3%P 인상해 소득대체율 높인다...전문가들 "택도 없다"

다수안('가'안)은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5%로 높이는 방안이다. 한국노총,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한국여성단체연합,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대한은퇴자협회가 지지했다. 이 방안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서 '사지선다' 식으로 제시한 방안 가운데 3안과 같다.

연금개혁 특위는 다수안을 도입할 경우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즉시 1%포인트 인상하고 10년 동안 2%포인트 올린다는 전제 아래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2064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노동계 위주로 구성된 연금특위 특성상, 다수안으로 꼽힌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5%’가 지난해 국민연금 재정 추계의 경고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간한 연금포럼에 게재한 ‘재정계산과 남은 과제’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제시한, 더 내고 더 받는 식의 방안은 재정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별다른 개선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 안은 소득대체율을 45% 또는 50%로 인상하고, 보험료율을 12% 또는 13%로 인상하는 방식으로 노동계 제안과 유사하다.

보고서는 “이미 소득대체율의 40% 하락이 예정된 기존 제도를 기준으로 한 재정평가 결과에서도 목표 수준을 2088년까지 적립배율 1배(적립금 규모를 1년 국민연금 지출 규모와 같게 유지)로 가장 낮게 잡는다 해도 당장 내년부터 대체율 인상 없이 16%로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하다는 재정평가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대안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40년까지 개혁이 미뤄질 경우 적립배율 1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20.93%까지 높여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현 제도를 내버려둬도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를 16%로 올려야 한다. 2050년이 넘으면 한국의 고령화율이 세계 최고가 되는데, 소득대체율까지 올리게 되면 후세대에게 감당하기 힘든 짐을 떠안기는 것”이라며 “제도가 지속 가능해야 연금을 올리든지 할 게 아니냐”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좋은 직장을 둔 고소득 근로자가 오래 연금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많이 내서 연금을 많이 탄다. 연금 기능을 강화한다고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오히려 노후소득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현행 유지 '나'안 지지...소상공인엽합회는 보험료율만 올리는 '다'안 지지 

두 번째 방안('나'안)은 현행 소득대체율 40%와 보험료율 9%를 유지하는 방안으로, 경영계를 대변하는 경총과 대한상의가 지지했다. 이는 복지부 계획안의 1안과 같다.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보험료율 인상이 어렵다는 경영계의 입장이 반영됐다. 

세 번째 방안('다'안)은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10%로 즉시 인상하는 방안으로, 소상공인연합회의 지지를 받았다. 국민연금의 재정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현세대의 책임을 다하고 후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취지다. 

연금개혁 특위는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국민연금공단 관리·운영비의 국고 부담 비율 확대, 유족연금 지급률의 점진적 인상 등이 권고됐다.

연금개혁 특위가 이날 발표한 논의 결과는 정부로 보내져 국민연금 개혁에 반영된다. 그러나 가뜩이나 국민연금 개혁에 소극적인 국회의원들이 단일안조차 없는 연금개혁 특위의 안을 적극 검토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4월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두고는 더욱 몸을 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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