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망자 아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서 국가 책임 일부 인정...경찰의 보호 의무 위반
다만 사고의 원인으로 피해자 부주의 지목...국가책임 20%로 제한한 배상액 3100만 판결
같은 사안으로 사망한 백남기 때는 모든 원인과 책임 국가에 전가해...당시 배상액은 5억5천만
법치가 이념에 지배됐다는 지적...사람 목숨값에 차별 둔다는 비판도 나와

헌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한 2017년 3월 10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차벽을 부수고 헌재로 진입하고 있다./연합뉴스
헌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한 2017년 3월 10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차벽을 부수고 헌재로 진입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던 날 헌법재판소 인근서 탄핵 반대 집회를 하던 중 숨진 참가자에게 국가가 일부 청구금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비슷한 사안으로 사망한 백남기 씨 유족에게 재판부가 국가에 지정한 배상액보다 현저하게 낮아, 법치가 이념에 지배됐다는 지적과 함께 사람 목숨값에도 차별을 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김태업 부장판사는 당시 집회에서 숨진 김모(72)씨의 아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 원고에게 3100만원을 배상하라고 30일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될 시 국가는 김씨의 아들에게 청구금액 1억2000여만원 중 3100여만원과 함께 지연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김씨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심판 선고가 나온 2017년 3월 10일 서울 안국역 인근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가 주최한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선고하자 참가자들은 헌재 앞으로 이동, 집회 도중 한 참가자가 경찰 버스를 탈취해 경찰 차벽을 수차례 들이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충격으로 경찰 버스 옆에 세워져 있던 소음관리차가 흔들렸고, 차 지붕 위의 대형 스피커가 김씨의 머리와 가슴 쪽으로 떨어졌다.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김씨의 아들이 낸 소송에서 이날 재판부는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또한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경찰관은 집회를 적절히 통제해 국민의 인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경찰은 참가자가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들이받도록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경찰관은 버스 충돌 충격으로 대형 스피커가 추락할 위험에 처했지만 스피커를 내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경찰관 누구도 위험 지역으로 들어온 김씨를 피신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김씨가 충돌로 생긴 차벽 틈을 이용해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본인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점도 사고의 한 원인으로 판단해 국가의 배상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지난 2015년 ‘백남기 물대포 피격’ 사고의 모든 원인과 책임을 국가에 돌렸던 판결과는 지나치게 다르다.

좌파 성향의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백남기 씨는 경찰 물대포를 맞아 사망해 국가와 경찰로부터 5억5천만원을 배상받았다. 재판부는 “경찰장비에 의해 참가자들의 생명·신체의 위험이 초래될 상황이었음에도 시위대의 안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과잉 살수가 방치됐고 그로 인해 피해자는 결국 생명을 잃게 됐다”고 판시한 바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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