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법원 판결 후 이례적으로 입장문 발표...그만큼 삼성 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
이 부회장, 뇌물 혐의액 50억원 넘어 1년 후 재판에서 5년 이상 실형 받을 수도
대내외적 악재 빠진 삼성, 재작년 이 부회장 구속 기소됐을 때와 사정 완전히 달라
오너 부재로 인한 삼성 위기가 한국 경제 전반을 뒤흔들 수도

 대법원이 29일 오후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2심 재판을 전부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이 부회장의 경우, 기존 2심 때보다 인정된 범죄혐의가 늘어났기 때문에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커졌다./연합뉴스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의 핵심인 ‘말 소유권’에 대해 최서원 씨에게 준 뇌물로 판단,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삼성은 즉시 입장문을 발표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성원을 부탁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밝혔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야기한 소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 기소, 1심 실형 판결 등 주요 사안에도 공식 입장을 밝힌 적 없다. 그만큼 삼성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29일 대법원 전체합의체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다투겠지만 대법원 취지대로 선고될 공산이 크다. 또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 혐의액 16억원도 추가로 포함돼 총 뇌물액수가 50억원이 넘었다. 뇌물이 50억원을 넘길 시 5년 이상의 실형을 피할 수 없어 이 부회장은 재구속 당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삼성은 대내외적인 악재에 빠져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던 삼성으로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조치 후 생산 차질에 직면해 있다. 거기에 중국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관련 자국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방침을 내려 대(對)중국 수출이 하락하는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D램 가격이 폭락하며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이 7조52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무려 67.5% 감소했다.

이같은 악재를 딛고 일어서려면 총수를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 신산업 및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총수가 다시 재판 준비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리더십 부재가 장기화할 경우 삼성의 경영전략은 말 그대로 ‘시계 제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삼성으로서는 현안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다음 선고까지 1년이 남아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는 계속된다. 그러나 재판 준비 때문에 경영 차질은 불가피하다. 특히 최근 4년간 이 부회장 재판 때문에 유보해온 `글로벌 전략`에도 또다시 제동이 걸리게 됐다.

또한 이번 판결로 삼성 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 회계 의혹 사건이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그동안 증거 인멸 혐의로 관련자들을 구속했지만 분식회계 수사에선 큰 진척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판단하면서 수사가 다시 힘을 받게 됐다. 향후 검찰은 이 부회장이 분식회계를 지시했는지에 수사 초점을 집중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2017년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 당시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경영위원회를 거의 열지 못했다. 그럼에도 당시는 삼성 그룹 계열사의 업황이 성장세를 보여 리더십의 부재가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오너의 부재가 삼성 전체의 위기를 견인할 공산이 크다. 또한 삼성의 위기가 한국 경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재계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대법원의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논평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등으로 대내외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기업이 앞장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오늘 판결로 삼성그룹의 경영상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보여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대법원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미·중 무역 전쟁 등 여러 가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 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에 크나큰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353일만에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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