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日이 신뢰 훼손과 안보상 우려 제기해 지소미아 종료”

전직 주한 미국대사들은 한국 외교부가 해리 해리스 대사를 불러 한일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 파기와 관련, 한국에 대한 공개 비판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북한이 이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28일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한일 양자관계 맥락에서 검토, 결정된 것으로, 한미동맹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미국 측에서 실망감을 표현하는, 공개적이고 반복적인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한미동맹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런 식의 공개적 메시지 발신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정부가 미 대사를 직접 외교적 청사로 불러 우려를 표명한 것에 대해 전직 미 대사들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힐 전 대사는 “주한 미국 대사가 한국 외교부에 불려 간 적은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런 기억이 없다”며 “다소 이례적(it’s kind of unusual)”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주한 미국 대사를 지냈다.

그러나 힐 대사는 “미국 측에 반복되는 비판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한 한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주한 미 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는 “미국 대사가 한국 당국에 불려가는 일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며 “오늘날은 상황이 매우 다른 것 같다”고 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한국이 미국 대사를 부른 것을 공식적으로 밝힐지, 아니면 비공식으로 할지는 외교의 일환”이라면서도 “다만 미국이 굉장히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강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이번 일이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은 불행하다”고 했다.

2000년대 중반 대사직을 역임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대사는 “대사를 부르는 행위는 외교의 일환으로 정상적이며, 그 자체가 특별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이것이 지소미아 종료가 실수라고 보는 미국의 견해를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한국의 이번 조치를 “한미 ‘갈등’으로 보기 어렵지만 일종의 ‘논쟁’으로 부를 수 있으며, 이는 건강하지 않다”며 “북한은 지속적으로 워싱턴과 서울의 틈을 벌리려고 할 것이며, 이번 일이 북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외교부는 29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종료한 것은 일본이 먼저 양국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일본정부가 한일 간 신뢰 훼손과 안보상 우려를 제기함에 따라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하는 게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외교부는 앞으로 일본 측에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한편,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외교 당국 간 대화 노력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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