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통합재정수지 5년 만에 적자, GDP 대비 부채비율 40% 육박
재정적자 만성화...국가채무 증가율, 평균 1.0%P 안팎→2%P+α로 급등
일자리 예산 2년연속 20%대 증가...노인 일자리 95만 5000개 만든다
세수는 10년만에 마이서스로 전환...법인세 급감-저성장-초저물가

 

문재인 정부가 사상 최초로  510조원대의 초슈퍼 예산을 편성했다. 덕분에 내년 통합재정수지는 2015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연평균 10.4%에 달했던 세수 증가세가 내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에 육박하고, 2023년에는 46.4%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총 513조5000억원 규모의 2020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역대 최대 규모이고, 올해보다 9.3% 늘어난 액수다. 정부 예산은 2011년(309조1000억원) 300조원을 넘어선 뒤 2017년(400조5000억원)에 400조원을 돌파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불과 3년 만에 예산이 113조원 늘면서 500조원대마저 돌파한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예산안과 관련, “우리 경제를 성장 경로로 복귀시키기 위해 당분간 마이너스 재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내년 통합재정수지 5년 만에 적자, GDP 대비 부채비율 40% 육박

내년 통합재정수지는 2015년(2000억 원 적자)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만든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내년 5000억원 적자를 예상했지만, 이번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내년 31조5000억원 적자로, 적자 규모가 크게 불었다. 통합재정수지는 이후 2021년 -41조3000억원, 2022년 -46조1000억원, 2023년 -49조6000억원 등 적자 규모는 계속 커진다. 통합재정수지는 일반회계ㆍ특별회계 및 기금을 모두 포괄하는 수치로, 중앙정부의 총수입과 총지출의 차이를 뜻한다.

이처럼 재정적자가 급격히 확대되면 국가 부채가 늘어나 재정건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실제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올해 37.1%에서 내년 39.8%로, 2023년까지 46.4%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입 부족을 보전하기 위한 적자 국채 발행 규모도 올해 33조8000억원에서 내년 60조2000억원으로 갑절 가까이 늘어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재정적자 만성화...국가채무 증가율, 평균 1.0%P 안팎2%P+α로 급등

정부가 이날 발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앞으로 대규모 재정적자가 만성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매년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포인트(P) 이상 늘어나는 구조가 되는데, 이는 2000년 이후 국가채무가 매년 평균 1.0%P 안팎으로 늘어나던 안정적 부채 관리 기조에서 이탈한 것이다.

올해 국가채무(중앙정부 부채·D1 기준)는 37.1%로 작년(36%)보다 1.1%P 늘어나는데, 내년에는 39.8%로 2.7%P 높아진다. 2021~2023년에는 각각 2.3%P, 2.1%P, 2.2%P씩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재정적자가 이어지면서 해마다 GDP 대비 국가채무가 2%p 이상 높아지게 됐다.

홍 부총리는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성장 경로로 복귀시키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당분간 재정 수지의 마이너스 폭이 커지더라도 어쩔 수 없이 감내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포기할 수 없는 소득주도성장...노인일자리 확대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소득주도성장' 관련 분야다. 내년도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은 181조6000억원으로 올해(161조원)보다 20조원 이상 늘어난다. 이 가운데 일자리 예산은 올해 21조2000억원에서 내년 25조8000억원으로 4조5000억원 늘어난다. 사상 최대로, 2년 연속 20%대로 늘었다.

노인 일자리 등 재정지원 일자리 95만5000개를 만들고, 고용장려금과 창업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전체 예산에서 보건·복지·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7.7%에서 2019년 34.3%로 늘어난 데 이어 내년 35.4%로 처음으로 35%를 웃돌게 된다.

세수는 10년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법인세 급감-저성장-초저물가

문제는 이런 확장 재정을 뒷받침해줄 재원이 관건이다. 세수 증가율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0.4% 증가하며 재정확대를 뒷받침했지만, 올해부터 적신호가 켜졌다. 본예산 기준으로 2010년 이후 계속 늘었던 국세수입은 올해 294조7919억원으로 0.42% 증가하는 데 그치고, 내년에는 292조391억원으로 0.9% 감소해 10년 만에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된다.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전체 세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법인세가 18.7%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저성장과 그에 따른 저물가도 문제다. 성장률이 낮아지면 가계와 기업의 수요가 줄어 물가상승률도 낮아진다. 이 경우 경상성장률이 큰 폭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세수 증가폭도 내려간다. 정부는 2021~2023년 경상성장률을 연 3.8%로 보고 세수 전망치를 계산했다.

그러나 최근 ‘제로 수준’에 가까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연 3%를 넘기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반적인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명목GDP와 실질GDP의 차이)는 2018년 0.3%로 급락했다. 2019년에도 0.1%를 기록할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망했다. 2011~2017년 평균은 연 1.5%였다. 경기가 좋아져 2.6% 안팎인 잠재성장률 전후로 실질성장률이 높아져도, 현재 저물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경상성장률은 3%를 넘기기 어렵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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