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대통령 코앞서 시위 벌여...기밀인 대통령 일정 사흘전 파악하고 집회 신고한 정황 밝혀져
경찰, 이같은 사실 알고도 아무 조치 않아 근무태만과 기강해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일각에선 여권의 비호 받는 민노총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도 제기돼

7월 31일 오후 울산시청 앞에서 열린 '레미콘 노동자 생존권 사수 건설노동자 결의대회'에 참가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7월 31일 오후 울산시청 앞에서 열린 '레미콘 노동자 생존권 사수 건설노동자 결의대회'에 참가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울산에서 파업 중인 민노총 산하 레미콘노조 소속 조합원 수백명이 근처를 지나던 문재인 대통령의 차량 앞까지 접근해 피켓 시위를 벌이는 중대 사태가 발생했다. 민노총은 사흘 전 기밀 사안인 대통령 동선을 미리 파악한 뒤, 시간에 맞춰 집회 신고를 한 것으로 29일 밝혀졌다. 경찰은 사전에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경찰의 근무태만과 기강해이가 지적되는 가운데, 여권(與圈)의 비호를 받는 민노총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8일 레미콘 노조원 250여명은 오전 8시 울산시 북구 매곡동 앞 사거리에 집결해 ‘레미콘 노동자 생계 파탄, 사측을 규탄한다’ ‘특수고용직 노조할 권리 약속 위반 문재인 대통령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1시간 뒤 대로변에서 구호를 외치는 조합원들 앞으로 문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지나갔다. 조합원 중 일부가 돌발 행동을 벌여도 제지할 수 없을 만큼 근접한 거리였다. 현장에 경찰 15개 중대 800여명이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인근 중산동의 현대모비스 친환경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러 가는 중이었다.

이후 상황을 전파받은 경찰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비 보안 사항인 대통령의 일정을 레미콘 노조가 사전에 파악, 대통령이 특정 구역을 지나가는 시간에 맞춰 시위를 벌인 모의 정황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또한 레미콘 노조는 지난 25일 낮에 이미 울산중부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내부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노조에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보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의심 대상은 울산 지역 노조와 관계 있는 정보 담당 경관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경찰관들은 민노총의 시위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관계 유지 차원에서 민노총이 필요로 하는 대통령 이동 동선과 관련한 기밀 정보를 흘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흘 전 대통령의 일정과 집회 신고가 겹친다는 사실을 알고도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논란거리다. 일각에선 여권의 비호를 받는 민노총의 폭주를 방관한 근무태만과 기강해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사회 분위기가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 아니냐. 우리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이라 해명했다. 경찰은 레미콘 노조가 문 대통령에게 쓴 서한문을 건네받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공 농성 들어간 울산건설기계노조./연합뉴스
고공 농성 들어간 울산건설기계노조./연합뉴스

한편 민노총은 28일 울산에서 고공 농성에 돌입했다. 레미콘 노조 부회장 2명은 오전 3시 10분쯤 울산 북구 대성레미콘 맞은편 철재 구조물 망루(높이10m)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다. 20분 뒤에는 노조 회장과 울산 건설기계지부 수석부지부장 등 2명도 남구 장생포 한라엔컴 사일로(높이30m)에 올라갔다. 이같은 동시다발적 시위도 문 대통령의 울산 방문에 맞춰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레미콘 노조는 운송단가를 기존 4만5000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업자 측에서 거부하자 지난 7월 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레미콘 공급 중단이 장기화하며 지역 관급 공사장 15곳을 비롯, 학교 신축 공사장 7곳 등이 공사 차질을 빚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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