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방사포는 중국 WS-2(최대 직경 425mm), 브라질 아스트로스2(최대 직경 450mm)
김정은 “본 적도 없는 무기”
전문가들 “北, 핵 방사포 개발 추진 중일 수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전날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초대형 방사포'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전날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초대형 방사포'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지난 24일 오전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는 최대 사거리가 400km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 전역이 사정권이다. 또한 북한이 이날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는 올해 9차례 발사한 방사포와 미사일 가운데 최고 고도인 97km를 기록했다. 북한이 처음으로 ‘초대형 방사포’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아 사실상 ‘미사일급 방사포’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거리와 고도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단거리 타격 능력을 완성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사포(다연장 로켓포) 핵심기술은 ‘로켓’

북한은 다연장 로켓포를 ‘방사포’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은 로켓의 앞부분에 탄두를 장착할 경우 미사일이나 로켓탄이 되며 핵무기를 소형화할 경우 핵탑재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약 5100여 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포의 원조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러시아가 개발한 로켓포 ‘카츄사’다. 구 소련의 로켓공학자 ‘니콜라이 이바노비치’가 주축이 돼 개발한 이 카츄사포는 초기에는 명중률이 아주 낮아 특정 목표를 타격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군의 냉대를 받았다. 그러나 이 로켓포들이 한 지역을 한 번에 초토화시키는 파괴력으로 독일군의 진격을 막는데 성공하면서 2차 대전 후 각국은 다연장 로켓포의 독자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북한도 구소련으로부터 이 기술을 받아들여 지금의 방사포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포의 핵심은 로켓 기술이다. 연소실에서 고체 또는 액체연료를 태우면 이 때 발생한 뜨거운 가스가 급격하게 팽창해 노즐로 분사된다. 이 고온의 팽창가스는 연소실 벽에 강한 힘을 가하고 로켓은 작용-반작용 법칙에 따라 앞으로 날아가게 된다. 후미에 달린 노즐의 출구 압력이 입구 압력의 임계 압력보다 낮기 때문에 엄청난 속력이 생긴다.

방사포와 미사일의 차이점은?

일반적으로 미사일과 로켓포의 차이는 유도(Guide) 기능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미사일은 발사 후 탄도 수정이 가능하지만 로켓탄은 탄도 수정이 불가능하다.

미사일은 목표를 명중시키기 위해 외부의 지령이나 내장된 기계의 작동으로 목표에 접근하도록 만들어진 공격 무기다. 자체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로켓과 같지만 TV나 관성항법장치 등에 의해 스스로 노즐을 조종해 표적을 찾아간다. 반면 곡사포 등의 화포와 다연장 로켓포는 고정 목표에만 쏠 수 있고 발사 전에 사수가 목표를 정확하게 조준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미사일에는 유도 기능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두 종류가 존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유도 시스템인 다연장 로켓포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다연장 로켓포의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 지역에 우박처럼 쏟아붓는 발사능력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연장 로켓포의 장점은 넓은 지역에 화력을 일시에 집중하는 것이다. 연통형의 로켓발사관(Canister)을 여러 개 묶어 각 연통 안에 로켓탄을 삽입하면 거의 동시 속도로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포는 화포에 비해 더 강력하다.

전문가들은 “한 발의 다연장 로켓탄은 155mm 곡사포 18문(3개 포대)을 동시에 사격하는 것과 같은 화력”이라며 “이는 축구장 하나의 크기를 초토화시키는 위력”이라고 설명한다.

다연장 로켓포는 무엇보다 약식(Powder Chamber)이 필요없이 화포에 비해서 사거리를 늘리는데 매우 유리하다. 다연장 로켓포는 연소에 필수적인 산소와 연료를 로켓 자체에 싣고, 전기로 작동하는 점화기로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약실이 필요없고 발사관만으로도 사격이 가능한 간단한 구조다.

북한은 지난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300mm 방사포(KN-09)를 최초 공개했다. 북한군은 기존의 240mm 방사포보다 구경이나 사거리를 대폭 늘린 300mm 이상의 방사포를 자체 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당시 공개한 방사포는 중국이 러시아에서 도입한 뒤 개량해 제3국에 수출한 300mm 방사포 WS-1B와 비슷했다. 발사 차량 1대당 300mm 로켓 발사관 4문을 묶은 형태였다. WS-1B의 사거리는 180km이며 최대속도는 마하 5.2, 길이는 6.37m, 탄두 중량은 150kg이다.

당시 KN-09 신형 방사포는 자체 로켓 추진 유도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미사일급으로 평가됐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신형 방사포의 명중성이 바늘귀를 꿰듯 정확한 데 대해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제 GPS인 글로나스(GLONASS)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400mm 이상의 유도 방사포를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구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미사일 전문가들 “北방사포, 500mm급이면 세계 최대”

전문가들은 북한이 25일 관영 선전매체들에 공개한 초대형 방사포 사진들이 사실이라면 기존의 중국이나 브라질의 세계 최대급 방사포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큰 방사포는 중국 WS-2(최대 직경 425mm)와 브라질 아스트로스2(최대 직경 450mm) 등이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국내 일간지에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사용한 차량은 122mm 방사포 발사 차량을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차폭(2.5m) 등의 크기를 감안할 때 로켓 직경이 500mm 가량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분석이 맞다면 북한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미사일급 수퍼 방사포’를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5일 “세계 최강의 우리식 초대형 방사포를 연구, 개발해내는 전례없는 기적을 창조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나 ‘대구경 방사포’는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TEL을 이용하는 만큼 유사시 은밀하게 기동해 5~7분 이내에 타격 목표를 향해 다량 발사해 우리군의 핵심 군사시설을 무력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北, 핵 방사포 개발 추진 중일 수도...”

한편 미 국방정보국 출신 브루스 벡톨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북한이 주장하는 초대형 신형 방사포를 새로운 무기로 결론 지을 증거는 부족하다”며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발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명분으로 그동안 미뤄온 개발 시험을 단기간에 시행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고 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이번 방사포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핵탄두 장착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핵탄두 장착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루이스 소장은 “아직 최종 분석 단계가 남았지만 현재로서는 600mm 탄두지름으로 추정된다”며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고려하면 겨우 크기가 맞는 정도이기 때문에 탄두 장착 가능성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탄두 소형화의 최종 단계로 핵 방사포 개발을 추진 중일 수 있다”며 “전력이 현실화할 경우 매우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주 발사한 신형 방사포는 변칙 기동과 유도 기능을 선보인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최근 신형 방사포와 비교할 때 위협 정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일반적인 탄도 비행궤적을 보이는 만큼 패트리엇 등 기존의 미사일 방어체계로 요격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이 단기간 복수의 새로운 미사일 시스템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신형무기에 사거리 변화를 줌으로써 다양한 무기가 있다는 점을 과시하고 압박하기 위한 위장전략일 수 있다”며 대량생산 능력 등 실제 위협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또한 북한이 장기간 실험 없이 발사에 성공한 것은 자체 개발보다는 러시아 등 외부의 기술 지원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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