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 "조국은 후안무치, 사퇴 촉구" --오는 28일 2차 집회 예고
조국 일가 사태로 잠재돼있던 386 운동권에 대한 2030 세대 불만 터져나와
30대부터 제도권 상층부 진입하기 시작한 386...'개혁' ,'진보' 내세워 젊은 세대 지지 확보
문재인 정권 들어 곳곳에서 균열 조짐..."선민의식으로 가득 찬 위선자들"

2030 세대 여론이 심상찮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 정권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 세대로, 소위 ‘개혁’과 ‘진보’란 상징자본을 독점해온 386 운동권 출신들의 진면목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통해 알게 됐다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2030은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현 정부가 남북단일팀 구성을 강행하자 "공정하지도 않고 일방적인 희생만 개인에게 강요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젠 대부분 50대에 접어들어 586이라고도 불리는 386 세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제도권 상층부에 진입하여 노무현 정부 들어 요직을 두루 거치는 등 저변을 넓혀왔다. 1980년대 대학 운동권 정서를 집단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386은 산업화 세대를 타도해야할 ‘구체제’ 세력으로 몰며 젊은 세대를 든든한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번 조 후보자 사태를 통해 2030이 386 세대에게 갖고 있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4일 변상욱 YTN 앵커가 자유한국당 집회 연단에 올라 연설한 청년에게 “온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수꼴’들과 마이크를 잡았겠느냐”는 식의 패륜적 비난을 가하자 2030 여론이 요동쳤다. 장 모씨(女, 29세)는 “자신의 자산, 그리고 자식만 살뜰히 챙긴 386 꼰대들은 민주화를 자임해도 신자유주의 세대를 앞장서 열었고 ‘빨갱이’, ‘친일파’ 프레임을 그대로 확대재생산 시켰을 뿐 아니라, 좋은 일자리까지 독점하고 있다”며 “최소한 청년, 자식 세대에게 ‘수꼴’이네 마네 하는 말씀하시기 전에 한 번 더 스스로를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카이스트(KAIST)를 졸업한 뒤 스타트업 회사를 거쳐 활발한 시민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정원석 씨(男, 32세)는 “현 정권 핵심인사들이 386 운동권 출신 아니냐”면서 “그동안 ‘정의’를 독점하며 개혁적 성향을 필요 이상으로 과시해왔는데, 결집력 약한 2030 세대의 현실적인 불만을 제멋대로 묵살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변상욱 YTN 앵커 논란 등에 대해서도 “아무리 자신들과 다른 정치적 성향을 지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2030 세대에게 꼰대짓 할 수 있느냐”며 “정치과잉의 386 운동권은 타도의 대상이 됐다”고 언성을 높였다.

26일 '스누라이프(SNULife)' 등 각 대학가의 내부 커뮤니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30은 조 후보자를 비롯한 문재인 정권 인사들을 'C86'이라 부르며 그들의 위선과 현 정부의 실정(失政)들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학생들은 “586 xxxx 교수놈들아, 왜이리 조용하냐”, “누가 조국을 괴물로 만들었나”, “조국과 현 정부의 운동권 출신들은 선민의식으로 가득 찬 위선자 그 자체” 등 기득권이 돼버린 386을 한결같이 비난했다. 또 서울대 총학생회는 26일 조국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대 총학은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를 위해 조국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오는 28일 제2차 촛불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말표했다.

출처: 서울대 커뮤니티 캡처
출처: 서울대 커뮤니티 캡처

한편 변상욱 YTN 앵커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한 백경훈 씨는 변 앵커가 전날 사과문을 올리자 2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변상욱 씨도 언론인이자 사회의 어른으로서 말의 무게와 책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라며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남은 상흔을 보듬어 가는 것은 제 몫이라고 생각하겠다”라고 말했다.

변 앵커는 당사자인 백 씨에게 따로 연락을 취하진 않았다고 한다. 백 씨는 “더 이상 ‘개인 변상욱’과 싸우는데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않다”며 “또 다른 변상욱들, 386 기득권 운동권들과는 본래 위치에서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동양사상사 연구자인 임건순 씨는 이번 현상에 대해 “변상욱 YTN 앵커가 일으킨 논란을 보면 흥미로운 게 386들은 진짜 철들지 않은 꼰대들이라는 것”이라며 “2030이 대들고서 사과를 해야 하는 데, 환갑 앞둔 386 인사가 도리어 청년을 들이받은 후 사과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논란이야말로 거꾸로 된 한국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며 386 운동권의 철없음을 지적했다.

출처: 고려대 커뮤니티 캡처
출처: 고려대 커뮤니티 캡처

서울대 총학생회는 오는 28일 조 후보자 사퇴를 내건 촛불집회를 예고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대학가 여론이 심각해지는 것을 감지해 여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조 후보자 임명은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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