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욱 칼럼] 싸움의 기술과 새로운 메신저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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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8.26 09:12:43
  • 최종수정 2019.08.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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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우파 유튜버들과 동맹을 맺고 이들을 지원하며 함께 전선을 확장시켜 나가자
남정욱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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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선배 한 분의 일과는 우파 매체들을 검색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좌파를 공격하는 동영상을 찾아보고 그걸 또 다른 사람에게 보내준다. 시간 여유 있으면 좌파 매체에 들어가 어깃장 놓는 댓글을 단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분의 하루일과를 통해 좌파, 우파의 총량 변화가 있었을까. 없다고 본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신념을 다졌을 뿐이다. 총량 변화 제로! 물론 좌파와 싸우는 자유우파 활동도 중요하다. 정권에게는 일종의 브레이크 효과다. 사안마다 성명서 내고 집회하면 제동은 걸린다. 그러나 길게 보자. 중요한 건 현 정권을 압박하고 폭로하고 상처 내는 게 아니라 다음 정권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좌파와의 논쟁에서 이기면 그들이 반성하고 우파로 넘어 오나? 제퍼슨은 이런 말을 했다. 말로 누구를 이기려들지마라, 평생의 원수가 된다. 논쟁에서 지면 오히려 신념만 강해진다. 자신의 패배 요인을 학습 부진에서 찾고 좌익 공부만 더 열심히 한다. 인간은 자존심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역사 전쟁 한다고 했을 때 어떤 분이 진짜로 역사책을 들고 오셨다. 기절할 뻔 했다. 역사 전쟁은 역사로 하는 게 아니다. 교육과 문화로 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이다. 싸움의 상대가 좌파인 건 맞지만 싸워야 하는 대상까지 좌파인 것은 아니다. 이른바 중도, 부동층 그리고 2030이라는 취약전선이 우파가 싸워야 할 대상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선입견, 좌익 성향의 심성과 맞붙어야 하는 것이다. 선거란 이념의 대결이 아니라 결국 표 싸움이고 정권의 향방이 최종적으로는 이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우파가 승리했다고?

한동안 인터넷에서 우파와 좌파의 지형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승전보처럼 떠돌았다. 정말 그럴까. 양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이는 중장년 세대가 인터넷과 친해졌다는 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누적 조회 수 기준으로 정치, 사회. 경제 상위 10개 채널 중 좌파 채널은 하나뿐이다. 좋아할 일이 아니다. 나는 그 구독자들의 대부분이 겹친다고 생각한다. 돌아다니는 콘텐츠도 대부분 엇비슷하다. 천편일률적인 이야기들이 표현만 조금씩 달리해 떠돌고 있다. 진짜 문제는 그 메시지들이 수평으로만 오간다는 것이다. 연배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기꺼이 동의하는 내용들을 주고받으며 낄낄낄. 다 좋다. 그런데 표로 환산 가능한 플러스알파가 있는가? 거의 없다. 확장성이란 측면에서는 제로에 가깝다. 메시지가 수직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이유는 메시지가 낡아서가 아니라 세대 간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5060에게는 알아듣기 쉬운 게 2030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로 들린다. 우리가 얼마나 가난했는지 아느냐, 지금 대한민국이 얼마나 잘 사는 줄 아느냐 이 두 마디면 2030은 바로 돌아선다. 그들에게 가난은 박탈감의 다른 표현이지 절대적 가난이 아니다. 그걸로 2030을 설득하겠다고 나섰다가는 외려 더 멀리 밀어낼 뿐이다. 우파에 메시지만 있고 메신저는 없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메신저는 메시지보다 중요하다

중도, 부동층까지 대상으로 꼽기는 했지만 정말 중요한 전선(戰線)은 2030의 ‘악마의 전선’이다. 선거 때마다 우파는 이 연령대를 포기하고 넘어갔다. 안 되는 게 당연하다. 직접 나서니까 그렇다. 시계를 돌려보자. 대학 신입생 시절 복학생들이 얼마나 쉰내 나는 ‘아저씨’처럼 느껴졌는가. 사회 초년병 시절 4~50대 임원들이 회식 자리에서 옆에 앉으면 얼마나 부담스러웠는가. 이런 올챙잇적 생각은 안하고 젊은 세대의 고민을 이해한다며 무작정 다가가니 거부감만 늘어난다. 그리고 그들도 다 안다. 표가 아쉬워 저러고는 있지만 자신들의 삶에 손톱만큼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같은 세대의, 같은 언어를 쓰는 메신저가 중요한 것이다.

재미라는 가능성과 전열(戰列)의 재배치

같은 언어를 쓴다고 다가 아니다. 메시지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메시지의 유일한 확장 가능성은 재미다. 최근 젊은 유튜버들의 등장이 반가운 건 그들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이제껏 우파가 포기하고, 혹은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던 재미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분강개, 혐오, 빈정거림, 호통, 저주가 태반인 기성세대의 채널과 이들의 채널을 비교해보면 무거운 클래식 장송곡을 듣다 소프트 팝을 듣는 느낌이다. 물론 재미로만 끝나지도 않는다. 한 채널은 한국 기독교가 개독교 소리를 듣는 이유를 설명하다가 슬쩍 곁가지를 치며 친북노선의 현 집권당을 비판한다. 제대로 된 기독교인이라면 현재 북한 인권 문제를 깔고 앉아 뭉개고 있는 여권을 지지할 수 없다는 그의 논리에는 억지가 없다. 대중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살짝살짝 이념을 흘려 넣거나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 사실 이건 일찍이 60년대 할리우드 좌익 작가 트럼보가 알려준 기법 아니던가. 아마 듣고 난 기독교 좌파 청년이라면 그날 밤 고민깨나 했을 것이다. 매번 그런 주제만 떠들어대면 사람들이 지겨워서 금방 떠난다. 그 채널에는 20~30대의 주된 관심사인 여성(남성), 직장, 재테크 이야기도 수두룩하다. 꼭 20대가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은데 가령 게스트하우스 파티에서 남성 대 여성 비율 9:1이라는 악조건을 뚫고 여성과 데이트를 나가는 법 같은 건 남성들에게 매우 유익한 꿀팁이다(이 분은 말하면서 눈을 깜박이지 않아 좀 무섭다). 또 어떤 채널은 완전 상남자 스타일로 무지하게 씩씩하다. 비속어가 자주 등장하고 가끔은 욕도 하는데 이게 은근히 코믹한 데가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여성 구독자보다 남성 구독자가 많을 것 같기는 하다). 한편 우파의 고질병 중 하나가 틈만 나면 가르치려 드는 것이다. 링컨이 그랬다. 사람들은 배우는 건 좋아하지만 가르침을 받는 건 싫어한다고. 이들은 가르치는 대신 시청자들과 ‘대화’를 이어간다. 대화는 밀당이다. 너무 세게 밀면 아예 나가버리고 적당히 밀어야 딸려온다. 이게 그동안 우파가 대중을 상대로 한 프로파간다에서 내내 실패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덕분에 우파는 전열을 재배치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재배치라고 할 것도 없다. 그동안 보수 우파는 고대 전투 스타일로 치면 보병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재미를 장착한 유튜버들은 이를테면 기병 추가인 셈이다. 얼마 전 펜앤마이크에서 이들 젊은 유튜버를 초대해 토크쇼를 했는데 혹시 놓치신 분들이 있다면 꼭 보시기를 바란다. 앞에서 소개한 채널들은 다 거기 나온 분들이 운영하는 것들이다.

오래되고 또 새로운

이들의 등장이 예외적이고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모든 운동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으로 다만 형태만 달라졌을 뿐이다. 지식의 전파 방식은 기본적으로 연구와 보급이다. 연구서가 나오면 그걸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보급서가 뒤따라 나오는 게 예전의 경로였다(신문은 그 대표적인 보급 매체). 그리고 책도 인기가 없고 신문도 하락세인 지금은 그 보급서의 역할을 인터넷 유튜버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때마다, 사안마다 이들이 2030 세대를 흔들고 공략한다면 그 전선에서도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고 나는 기꺼이 생각한다. 가령 최근의 조국 사태는 기가 막힌 호재다. 사노맹 전력 같은 건 정치적으로 각성된 일부나 흥분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입시, 입학 관련해서는 전 국민이 한 편이 되는 게 이 나라 정서 아닌가. “누구도 능력과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상급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다.”라는 국민 정서법 제 1조 1항에 관해서는 좌우가 없고 위아래도 없다. 이때 한국당이 나서면 절대 안 된다. 아무리 2030 편인 척 해봐야 “댁들도 별로 다를 바 없거든.” 비아냥만 들을 뿐이다. 이 사안에 가장 예민할 20대를 공략할 창(槍)은 그 연배의 유튜버들 뿐이다. 예전 칼럼에서 젊은 세대와 동맹을 맺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쓴 적이 있다.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젊은 우파 유튜버들과 동맹을 맺고 이들을 지원하며 함께 전선을 확장시켜 나가자. 모쪼록 가르치려 들지 말고, 제발 훈계하려 들지 말고.

남정욱 객원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문화예술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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