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부터 노골적 친노조 행보에 철도부문 경쟁 무력화
임명 과정에서 철도전문가 꺾은 좌파운동권 출신 전직 국회의원

(사진 철도노조 제공)
오영식 코레일 사장(왼쪽)과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사진 철도노조 제공)

 

최근 임명 과정에서 내로라하는 철도전문가를 꺾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으로 선임돼 논란을 불러일으킨 전대협 2기 의장 출신 오영식 신임 사장(51·전 국회의원)이 취임 사흘만에 불법파업을 벌였다가 해직된 98명의 철도노조원 전원을 복직시키기로 결정했다. 오 사장은 또 철도분야 경쟁과 대(對)고객 서비스 제고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SR을 코레일과 통합하기로 하는 등 취임 직후부터 노골적인 친(親)노조-경쟁 무력화 경영방침을 가속화하고 있다.

오 사장은 8일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 불법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해고된 철도노조원 98명 전원의 복직을 요구하는 노조 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철도 해고자 98명 중 40명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철도구조개편을 반대하는 불법파업으로, 44명은 2009년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정책 추진에 반대하는 불법파업으로 각각 해고됐다. 또 2007~2008년 외주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불법파업과 2013년 SR(서울 수서발 고속철) 설립에 반대하는 불법파업 등으로 각각 해고된 4명과 10명도 복직대상에 포함됐다.

코레일은 해고자 중 최종적 재판이 끝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다른 공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들의 복직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지만 오 사장의 취임으로 방침이 180도 바뀌었다. 코레일은 오 사장과 강철 위원장의 회동 이후 "올해 상반기 중으로 65명을 경력직으로 채용할 계획"이라며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내외부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사장의 친노조 행보는 불법파업으로 해고된 노조원들의 복직 뿐만이 아니다. 지난 6일 취임하는 자리에서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추진한 것 역시 대표적인 친노조 행보다.

SR은 2016년 12월부터 SRT라는 고속철 운행을 시작한 코레일의 자회사다. SRT 운행 이후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신경을 쓰고 운임을 낮추면서 고객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위기를 느낀 코레일의 KTX도 가격및 서비스에 한층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코레일과 SR이 다시 통합하면 고객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오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지나친 친노조 행보를 보이자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 전문가는 "오 사장이 노조 측 주장에만 경도된 데다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철도 산업에 대한 고찰과 논의를 통해 보다 객관적인 정책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철도업계 관계자도 "오 사장이 취임 초기부터 지나치게 노조 편향적인 행보를 보여 우려스럽다"며 "정당한 절차에 따라 해고된 이들을 그대로 복직시키면 앞으로 업무 현장에서 노조 목소리만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철도노조에 대한 '편애'는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의 발언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6월 국토부 장관이 된 김현미 전 민주당 의원은 취임 직후인 7월부터 코레일-SR 통합 추진을 주장했고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해직된 노조원 재취업 허락 등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려대 출신인 오 사장은 1980년대 친북(親北) 성향 학생운동권 조직이었던 전대협의 2기 의장 출신으로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청년위원장으로 정치에 입문해 16, 17,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현 집권세력의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철도 분야 전문성은 거의 없는 그가 이번 코레일 사장 선임 과정에서 쟁쟁한 철도 전문가를 꺾고 사장으로 임명되자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공정한 인사'가 이런 것이냐"라는 비판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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