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한국의 좌익 정권, 일본이 파트너라는 사실에 동의 안 해...가장 큰 승자는 북한”
NYT “文정부, 협정 유지 촉구한 트럼프 행정부에 충격 가해”
WSJ “두 동맹국 사이 균열 깊어져...북한-중국-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손상입혔다”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소식을 전한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 기사(화면 캡처)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소식을 전한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 기사(화면 캡처)

22일 문재인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 파기 결정이 전해지자 미국 언론들은 큰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분석 기사들을 쏟아냈다.

미 언론들은 지소미아 파기 결정의 “가장 큰 실패자는 한국이며 가장 큰 승자는 북한이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놀랍도록 멍청한 결정을 내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이번 결정은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 체제를 와해하고 북한, 중국,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한 미국의 안보체제 구축 노력에 손상을 입혔다고 분석했다.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한국이 일본과의 무역과 과거사 문제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 협정 파기했다“며 ”북한과 관련해 한일 정보 공유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미국은 이번 결정에 실망감을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WP는 “지소미아는 2016년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위협이 점증하는 가운데 체결됐다”며 “한국의 이번 결정은 한일 외교장관이 중국에서 만난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일갈등에 더 일찍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전했다. 워싱턴의 국가이익 센터 헤리 카지아니스는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며 “한일 양측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미국뿐”이라고 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하고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비를 더 많이 분담할 것을 지속적으로 압박함에 따라 한국이 미국의 충고를 듣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소미아는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중요시하는 한국의 보수 정권이 체결한 조약으로 문재인과 같은 리버럴 또는 좌익 정권보다 일본에 대해 더욱 관용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설명이었다.

WP는 로버트 E. 켈리 부산대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쓴 발언을 전하며 “많은 서양인들은 한국의 좌익들이 지소미아의 가정 즉 일본은 파트너이고 북한은 적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쪽이든 가장 큰 실패자(loser)는 한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이자 전 미 국무부 한국담당이었던 민타로 오바는 “한국이 지소미아를 갱신하지 않은 것은 놀랍게도 멍청한 결정”이라며 “그 누구보다 한국에 가장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오바는 “한국은 이번 결정에 대해 매우 중대한 값은 치르게 될 것”이라며 “한미동맹에 건설적인 접근방식이 아니다”고 했다.

또한 WP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의 가장 큰 승자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이호령 연구원은 “북한이 잇따른 무기 시험을 통해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는 현재 정보 공유는 그 어느 때보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는데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을 저해하며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며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 등 “최근 한일 양측에서긴장을 줄이려는 듯한 사인들이 보였으며 트럼프 행정부도 문재인 정부에 지소미아를 파기하지 않도록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NYT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앨리스 후커 백악관 안보회의 한국정책 담당은 지난 21일 한국 관리들에게 지소미아를 보존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그들에게 지소미아를 파기할 것이라는 뜻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현재 미국의 관리들은 문재인 정부의 최근 행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현 정권에서는 한일 정보 공유 협정이 복원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NYT는 “이번 협정 파기는 최근 북한이 약 한달 사이에 탄도미사일을 6번이나 발사한 매우 민감한 상황에서 나왔다”며 “일본과 한국은 미국과 함께 (북한의) 이러한 시험에 대한 분석을 정기적으로 공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들을 인용해 “일본과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관한 중요 정보를 미국을 통해 입수해야만 할 것”이라며 “한국정부의 협정 파기가 장래의 밀접한 협력을 효과적으로 막았다”고 지적했다.

NYT는 “워싱턴은 서울과 도쿄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 점증하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항하기 위해 더욱 밀접하게 협력하기를 오랫동안 원해왔다”며 “미국 관리들은 지속적으로 한미 간 갈등을 해결하도록 호소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 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미국의 동맹은 약해졌고 한일관계도 훨씬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한국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 소식을 전하며 “미국의 두 동맹국 사이의 균열이 깊어졌으며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같은 라이벌들에 대항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손상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WSJ은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한국의 이번 결정은 이 지역의 안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현재 미국 중국과의 무역 전쟁과 카쉬미르 지역을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분쟁 중임을 상기시켰다.

또한 “한국정부의 이번 결정은 한국에 정보 공유 협정을 연장할 것을 촉구했던 백악관을 충격에 몰아넣었다”며 정보협정이 일단 파기된 만큼 다시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리는 WSJ에 “문재인 정부의 이번 파기 결정은 미국의 집단 안보 체제에 한국이 헌신돼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며 “한국이 정보공유 협정을 파기한 것은 일본과 직접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을 통한 (한일 간) 간접적인 정보공유는 훨씬 제한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WSJ에 “동북아시아 지역의 정보 공유 체제가 근본적으로 취약해졌다”고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문재인 정부가 이번 결정을 내린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을 충격에 몰아넣어 중재자 역할을 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아첨’하는 동시에 일본과의 무역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얻으려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국제문제 연구소의 테츠오 코타니는 WSJ에 “중국과 북한은 한일 갈등이 심각해지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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