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 INF 탈퇴한 데 이어 보름만에 순항미사일 발사...명백한 조약 위반”
미, “러시아, 이미 크루즈미사일 배치하며 INF조약 위반한 전례 있어”
미·러, 지난 2일 INF 탈퇴해 조약 의무 사라져...아시아 지역 내 군비경쟁 앞두고 전초전 벌였다는 분석도

유엔 안보리 회의./연합뉴스
유엔 안보리 회의/연합뉴스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한 미국과 러시아가 긴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격렬한 공방전을 펼쳤다. 러시아는 지난 18일, 미국이 INF 조약에 금지된 순항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는 이유로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이미 효력이 없는 INF 조약을 근거로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를 비난한 것은 동아시아 내에서의 군비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23일 제기되고 있다.

AFP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미국의 지정학적 야망 때문에 우리는 통제되지 않고 규제되지 않은 군비경쟁의 일보 직전에 있다"면서 "우리는 이를 매우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은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관리들은 INF 탈퇴 첫날부터 위협을 시작했다"면서 "이는 미국이 이 같은 상황을 의도했고, 이미 일정 기간 지속적, 의도적으로 INF를 위반해왔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미국이 오늘 회의에서 ‘INF를 훼손한 것은 러시아의 행동’이라는 주장을 아무리 되풀이해도 최근 미국이 취한 대부분의 조치는 (상황이) 그와 반대라는 역력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반면 조너선 코언 유엔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은 군비 증강을 계속하면서 미국이 자제력을 발휘하길 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러시아가 이미 유럽의 주요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지상발사 크루즈 미사일 배치를 감행해 INF 조약을 위반했다면서, 미국의 INF 탈퇴는 러시아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세적인 행동과 연계된 러시아와 중국의 이런 상황 전개는 안보 환경을 악화시키는 핵심 동인"이라고 했다.

코엔 대사는 "미국은 이 같은 현실을 무시할 수 없고 수수방관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동맹, 파트너들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도 겨냥했다.

이와 함께 코언 대사는 최근 러시아의 북부 군사 훈련장에서 미사일 폭발 사고가 일어난 세부 사항을 공개하라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지난 8일 러시아 북부 항구 도시 세베로드빈스크 인근 해안의 미사일 실험장에서 미사일 대형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군 관계자 2명과 과학자 5명 등 7명이 사망한 폭발 사고로 주변 지역의 방사능 수준이 16배까지 올라가 이번 사고가‘핵 추진 순항미사일’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엔 대사는 끝으로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강력한 군비 통제’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제한된 유형의 핵무기나 미사일 범위에 초점을 맞춘 조약 이상의 것을 원한다”고 밝혀 중국을 포함한 새로운 INF 조약을 맺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중국 정부는 러시아나 미국과의 무기 통제 협정에 관여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INF 탈퇴를 위해 중국을 이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중국은 미국의 근거 없는 주장을 배격한다"고도 했다.

지난 2일 미국이 INF 조약을 탈퇴하면서 동북아를 둘러싼 군비경쟁이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수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핵군비경쟁을 억지하고 동북아 평화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1987년 INF조약을 체결했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2014년 신형 크루즈 미사일을 배치하며 조약을 위반했다. 또한 중국이 급부상하며 1600여기의 핵미사일을 태평양 지역을 향해 배치, 미국의 괌 기지를 즉각 타격할 수 있는 ‘둥펑-26’을 개발했다.

미국은 이 같은 위험 조짐에 중국을 INF조약에 가입시키려 했지만 중국이 이를 거절, 아울러 군비억제에 비협조적인 러시아와 관계를 중단하고 지난 2일 INF조약에서 탈퇴했다. 그리고 보름여만인 18일 캘리포니아주 샌니콜러스섬에서 지상발사형 중거리 순항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는 23일 “현재 중러가 배치한 미사일은 한국의 사드를 포함, 일본의 미사일방어체제(MD)를 타격할 수 있으며, 나아가 미국의 괌 기지까지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 같은 중러의 군사적 위협을 억지하기 위해 동아시아 지역 내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염두에 두고 지난 18일 미사일 발사를 시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역적 특성상 미사일이 배치될 지역은 한국, 일본, 필리핀 대만 등으로 전망되며, 유엔 회의에서 세 국가가 충돌한 것은 동아시아 헤게모니를 염두에 둔 전초전 격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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