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주52시간제 여파로 건설 경기 악화해 공급 주는 데 분양가 상한제 겹쳐 수요몰림 현상
자사고는 부동산 지방 분산 효과도 있는데 폐지하자 다시 교육메카로 몰린다는 지적도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모습./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면서 각종 규제 정책을 내놨지만 정작 부동산 거래는 들썩이고 있다.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가운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아파트 단지도 속출한 것이다. 최저임금·주52시간제 등의 여파로 건설사가 힘을 못 써 공급이 줄고, 분양가 상한제까지 겹쳐 하반기로 예정된 수요가 8월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기에 자율형사립고 폐지 이후 강남, 목동 대치 등 교육 메카로의 이주를 열망하는 학부모들이 매매(賣買)에 몰렸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의하면 대치동 재건축아파트 선경2차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2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사상 최고가 기록이다. 이 이파트는 지난 5월 22억에 거래돼 불과 두 달 새 실거래 가격이 2억원을 넘게 뛴 셈이다. 호가는 24억2000만원 선으로 강남 최고가 단지로 불리는 압구정현대아파트와 맞먹는다. 압구정현대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4억3000만원으로 손바뀜됐다.

개포우성2차 전용 84㎡는 지난 6월 23억원에 팔렸다. 4월 최고가 21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1억5000만원 올랐다. 현재 호가는 최대 25억원이다. 대치동 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4424가구) 전용 84㎡는 지난달 19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4월 17억원에 매매된 것을 계기로 상승 곡선을 타 매달 10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졌다.

신축 아파트 가격도 만만치 않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가 이달 5일 26억5500만원에 팔렸다. 대치동 S공인 관계자가 한국경제신문에 밝힌 바에 따르면 작년 여름 상승기 때도 이렇게까지 오르지 않았으며, 가격 상승세만 따지면 작년을 뛰어넘는 분위기다.

서울 집값을 상승시킨 주 요인은 자사고 폐지다. 고등학교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부모들의 교육 열망에 우리나라 대표적 학군인 강남, 목동, 대치동은 3대 교육의 메카로 불리며 서울 집값 폭등을 견인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자사고 정책이 실시되고 강남, 목동, 대치동의 가격이 맥을 못췄다. 교육 메카 지역의 부동산 집중 수요를 차단하고 지방으로 분산시킨 것 자체가 자사고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종원 아포유(AforU) 대표는 “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으로 과거 3대 교육 메카들의 가격이 재상승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지금은 강남과 대치에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지만 목동도 곧 오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분양가 상한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본래 8월은 분양시장이 가장 기피하는 달이지만, 올해는 최성수기가 되는 모습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반기로 예정했던 분양이 대거 8월로 앞당겨진 가운데, 다른 강남권에 비해 재고아파트가 많은 대치동이 자사고 폐지 정책에 더해 수혜를 봤다는 분석이다.

최저임금과 주52시간근무제 도입으로 경영 악화된 건설사 사정도 있다. 이 같은 정책이 도입되고 나서 건설사들은 현재 원가율 100%를 지키는 현장이 없을 정도로 마진율이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 앞선 분양가 상한제까지 덮치면서 국내 공급을 줄이는 건설사가 늘어났다. 입주를 원하는 가구수가 증가해도 건설할 아파트가 확연히 주니 전체적인 가격 폭등으로 귀결됐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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