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DLS 손실율 90%...제2의 '키코 사태' 될 수도...
시중은행 DLS 손실율 90%...제2의 '키코 사태' 될 수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키코 사태는 '환율 연계' 파생상품 문제 돼...이번 사건은 '금리 연계' 파생상품 문제
금리가 일정 구간 안에 있으면 3~5% 수익...벗어나면 전부 잃을 수 있는 구조
연계된 독일 국채 금리 가파르게 떨어지며 해당 상품 도미노처럼 무너져
은행들, 실적 위해 위험 알면서도 판매 강행했다는 의혹...가입자 40%가 노인

 

"고객님, 작년에 가입하신 DLS 상품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해당 상품 평가 수익률이 현재 -90%로 원금 손실이 예상됩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예금이랑 똑같고 금리는 1~2% 더 준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무슨 소리하는 거에요!"

세계 경기 침체 공포 속에 각국 장기채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이와 연동된 파생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우리은행, KEB하나은행과 일부 증권사 등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 사이 약 1조원어치 판매한 금리 연계형 DLS가 현재 적게는 -40%, 많게는 -90% 이상 손실률을 기록 중이다. 주로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판매했지만, 정부 고용보험기금도 585억원 투자했다가 477억원을 날렸다(수익률 -81%).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만기가 돌아오기 시작하는데, 단기간 내에 채권금리가 급반등할 가능성이 작다는 게 문제다.

투자자들은 '속았다'며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금융 당국은 이번 일이 제2의 키코(KIKO) 사태가 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은행 등이 불완전 판매를 한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문제의 DLS는 독일 10년 만기 국채 등 채권 금리가 일정 구간 밑으로만 안 떨어지면 3~5% 수익을 주지만, 그 밑으로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투자금 전부를 잃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국민 재테크' 상품인 ELS(주가연계증권)나 키코와 닮은꼴이다. ELS는 주가, 키코는 환율의 변동 구간을 정해놓고 주가·환율이 이 안에서만 움직이면 받을 수 있는 수익률 상한선을 정해뒀지만 손실률은 원금의 100%까지 열어둔 '위로는 막혀 있고 아래로는 뚫린' 고(高)위험 파생상품이다. 과거 키코는 환율이 변동 구간을 넘어서면 가입자가 계약금의 최대 2~3배까지 물어줘야 하는 구조였다.

은행들은 작년에도 수조원어치의 금리연계 DLS를 팔았다. 당시엔 금리가 안정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대부분 상품에 만기 때 원금과 약정 수익을 지급할 수 있었다. "손실 난 적 한 번도 없는 안전한 상품이에요"라며 은행에서 고객을 끌어들인 이유다. 그러나 올 들어서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얘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올 초 0.2% 후반대였던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3월 하순 마이너스에 진입하기 시작해 7월 중순부터는 가파르게 떨어졌다. 우리은행 판매 상품의 경우 만기 때 금리가 -0.2% 이상이면 연 환산 4.2% 수익을 주지만, -0.2% 미만부터는 손실이 시작돼 -0.7%에 도달하면 원금 전부를 날린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21일 “DLS를 권한 프라이빗뱅커(PB)조차 상품 구조를 완벽히 이해했을지 의심스럽다”며 “무조건 많이 팔아야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는 인사고과 체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도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의 실적 위주 KPI는 과당경쟁과 불완전판매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금리연계 DLS 영업 과정에서 광범위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정황은 계속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지상욱 의원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DLS 가입자 중 40% 이상(612명)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 DLS 가입자 일부는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고 들었고, ‘여기 사인하라’고 하길래 의심 없이 서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연계 DLS는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위험성이 가장 극단에 있는 상품”이라며 “투기성향이 낮은 소비자를 상대로 한 은행에서 무분별하게 판매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