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주변 청소, 아동안전 지킴이, 골목길 담배꽁초 줍기...세금으로 알바천국 만들어
다음달 100만개 넘어서는 직접일자리에 혈세 4조 투입...민간부문 경기 활력시키는 데 도움 안돼
전체 직접일자리 63%차지하는 月노27만원 노인일자리...文정부 고용지표 상승시키는 주 요인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 세금을 살포하기보다 민간 부문 활성화에 집중해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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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를 소득주도성장으로 잡은 후 경기가 후퇴하고 고용이 악화되자 피해를 메우기 위해 직접 일자리를 양산하는 데 혈세를 투입하고 있다. 취업자 수를 급조해 고용지표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 알바’로 불리는 직접 일자리는 다음 달 100만개를 넘어설 전망이지만, 단순 복지 성격에 불과해 민간부문 경기를 활력시키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추가경정예산이 이달부터 집행됨에 따라 늦어도 다음 달에는 재정지원 직접 일자리가 100만 개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정부는 올해 3조7713억원을 들여 96만3000개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었다. 여기에 추경 일자리 예산 2434억원이 더해지면서 5만7000개의 직접 일자리가 추가됐다. 세금 4조147억원을 쏟아부어 102만개의 단기 일자리를 급조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직접 일자리 예산은 2017년부터 크게 상승해왔다. 2조 7069억원으로 시작해 2018년 3조1961억원, 그리고 올해 4조147억원으로 계속 늘어났다. 하지만 일자리 질은 기대에 못 미친다. 직접 일자리 내용을 보면 대체로 공공기관 주위를 청소하는 노인일자리는 월 27만원을, 지역사회에 봉사활동하는 신중년사회공헌활동지원은 월 50~60만원을, 학교 주변을 순찰하는 아동안전지킴이는 월 50만원을 받는다. 산불 및 산사태를 예방하는 산림재해일자리는 월 175만원이다.

또한 직접 일자리의 63%는 노인 일자리로 채워져 있다. 월 급여가 60만원도 되지 않으며, 전체의 절반 이상인 47만명은 최장 1년 기간에 1주일 2~3회, 1일 3시간 이내 일하고 월 27만원을 받는다. 교통안전 지킴이, 어린이 놀이터 지킴이, 경로당 중식 및 청소도우미, 공공자전거 대여소 관리, 골목길 담배꽁초 줍기 등 소일거리 수준 등의 일이다. 여기에 연간 1조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된다. 문 정부는 2021년까지 노인 일자리를 80만 개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재정으로 일자리를 대거 만들어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용 지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이 9만7000여명으로 고용 참사를 겪은 후 올해 들어 지난 2월부터 취업자수 증가 폭이 20만명대로 올라서는 등 고용 흐름이 크게 호전됐다. 7월에는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30만명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7월 취업자를 연령대로 나눠보면 60세 이상이 37만 7000명 증가한 반면 30~40대는 20만명 정도 감소했다. 여기다 초단(1~17시간) 근로자는 28만명 늘어났고,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5만명 줄었다. 고용지표가 개선된 2월부터 이런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7월 실업자는 109만700명으로, 여기에 단기 알바에 불과한 비경제활동인구 노인 일자리 61만명을 더하면 실질적인 실업자는 170만명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 수치는 1999년 6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이미 문 정부 들어 지난 4월 실업자는 125만명가량으로 19년만에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부작용은 자명하다. 복지 성격이 강한 정부 사업이 그렇듯 한 번 늘리면 나중에 줄이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한,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 세금을 살포하기보다 민간 부문의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노인일자리 규모만 신경 쓸 게 아니라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전달체계에도 투자가 필요한 때”라며 “일자리 발굴과 알선을 일선 복지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민간 기업도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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