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자료 따르면 2007년 6월30일 연구기간 종료
조국 딸, 7월23일부터 인턴...'제1저자'론 1년5개월 지나 등재
"박사 전공자도 어려운 논문을 고교 1년생이 쓰는게 가능한가?"
논문 정보엔 박사로 등재...검증 통과하려고 신분 세탁 했다는 의혹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2008년 제1저자로 등재된 의학 논문 첫 페이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고등학생이던 당시 '제1저자'로 '소아병리학' 논문을 작성했다는 이력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연구가 이미 다 끝난 논문에 이름을 얹었던 것으로 22일 드러났다.

조 후보자의 딸 조모씨는 한영외고 2학년이던 2008년 12월,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작성된 '소아병리학' 관련 영문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씨는 2007년 7월 23일~8월 3일 약 2주간 인턴을 지냈다. 하지만 이 연구 과제의 공식 연구 기간은 2007년 6월 30일에 종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 고교 1학년이었던 조씨가 연구 기간이 종료되고 약 한달여가 지난 후, 해당 연구에 인턴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조씨는 그로부터 1년 5개월이 지나서야 제1저자에 등재됐다.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이 한국연구재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씨의 지도교수인 단국대 장영표 교수 연구팀이 재단에서 2500만원을 지원받고 수행한 국가 R&D(연구개발) 과제의 연구 기간은 2006년 7월부터 2007년 6월 말이었다. 조 후보자 딸인 조씨는 이 프로젝트 연구 기간이 끝난 한 달 후에 인턴으로 들어갔다. 그간 조씨는 고2 때 인턴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고교 1학년 때였다.

이에따라 박사 전공자에게도 어려운 병리학 논문을 고교 1년생이 단기간에 쓰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조 후보자 측은 논문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조씨는 프로젝트의 실험에 적극 참여해 경험한 실험 과정 등을 영어로 완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했다. 해당 연구를 총괄한 장영표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씨가 영어로 논문을 쓰는 등 2주간 굉장히 열심히 했기 때문에 제1저자로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에선 "'고등학생 인턴'인 조씨가 논문 실험 후 뒤늦게 참여해 숟가락만 얹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21일 "조 후보자 딸 소속 기관을 '한영외고'가 아니라 대학으로 거짓 표기했다"며 장 교수를 윤리 위반으로 제소했다.

한편 조씨의 학위가 단국대 내부시스템엔 ‘박사’로  기재되어 있다고 동아일보는 21일 전했다. 이에따라 담당 교수가 대학의 검증을 통과하려고 조 씨의 고교생 신분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신문에 따르면 단국대 연구과제관리 시스템의 연구 참여자 명단엔 조 씨의 학위가 ‘박사’로, 소속은 ‘단국대 의과학연구소’로 각각 적혀 있다. 직급은 ‘기타’로 기재됐다. 연구책임자였던 A 교수와 논문의 책임저자 B 교수 등 2009년 3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이름을 올린 나머지 5명의 학위와 소속은 정확히 기재돼 있다. 연구 참여자 명단은 대학 측이 소속 교수의 연구업적을 검증할 때 활용된다. 정보 입력은 대개 연구책임자가 한다.

단국대는 22일 예비조사를 위한 연구윤리위원회를 열고 조 씨의 학위가 박사로 기재된 이유와 함께 B 교수가 조 씨를 제1저자로 게재한 경위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B 교수는 사전조사에서 “당시엔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처분을 기다리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의사협회는 21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B 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여부를 논의하기로 의결했다. 국내 186개 의학회로 구성된 대한의학회도 22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조 씨의 논문을 비롯한 병원 내 인턴십 운영 문제를 점검하기로 했다. 논문을 실어준 대한병리학회는 부정행위가 확인되면 논문을 취소하거나 저자를 수정할 계획이다. 서정욱 전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은 “절대 1저자로 갈 수 없는 사람(조 씨)을 저자로 등재했다”고 말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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