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檢 모발·소변검사 결과 이시형씨 투약의혹 주장은 허위"
"고영태 박헌영 이시형씨에 5000만원 배상하라" 판결

최순실씨를 소위 '비선실세'로 판단, 협력하다가 등을 돌린 뒤 국정농단 폭로전을 주도해 언론과 여론의 조명을 받았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사진=연합뉴스)
최순실씨를 소위 '비선실세'로 판단, 협력하다가 등을 돌린 뒤 국정농단 폭로전을 주도해 언론과 여론의 조명을 받았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사진=연합뉴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마약 투약을 했다고 주장했다가 허위로 드러나면서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고 씨와 박 씨는 '최순실 측근'이었다가 돌아서 구(舊)야권과 손잡은 '기획 폭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 재판부(재판장 이성진)는 8일 이시형씨가 "자신의 마약사건 의혹에 대한 허위 글을 올려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씨와 박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고씨 등은 이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모발·소변 검사 결과 등에 비춰 이씨의 마약 투약 의혹은 허위사실에 해당하고, 이를 트위터에 올린 박씨와 박씨에게 거짓말한 고씨는 허위사실을 퍼트려 명예훼손의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가해자 두 사람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피해자도 전직 대통령 아들이어서 트위터 글이 널리 퍼질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며 "실제 신문 등 언론매체를 타고 널리 확산돼 피해가 인정됨에도 두 사람은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고씨와 박씨 두 사람이 재판에서 펼친 주장에 대해 "박씨는 '이씨의 마약 의혹을 다룬 방송 예고편을 보고 고씨의 말이 사실이라 믿게 됐다'고 주장하나, 고씨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았고 정작 본 방송을 보지도 않았다"고 설득력 부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고씨는 '박헌영에게 그런 말(마약 의혹)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나, 박씨가 '고영태에게 들었다'며 올린 트위터 글이 언론보도로 이어진 뒤에도 이번 재판이 본격화될 때까지 이를 반박한 적도 없다"고 했다.

사진=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 트위터 캡처
사진=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 트위터 캡처

박씨는 작년 7월 자신의 트위터에 "과거에 고영태씨 왈, '본인과 김무성 사위, 이명박 아들은 함께 놀던 사이였는데 위 2명 포함 4명이 자기 빼고 차 안에서 다른 약을 코카인으로 잘못 알고 흡입, 몸이 마비돼가는 상황에 도움을 요청해 가서 도와준 적 있다"는 글을 올렸고, 이씨는 근거없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두 사람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박씨는 KBS '추적 60분'의 지난해 7월 '검사와 대통령의 아들' 편 관련 기사를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사위의 마약 투약 사건 관련 이씨도 연루된 정황이 있지만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보도를 확산시켰다. 이씨는 KBS를 상대로도 5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한편 고씨는 앞서 이른바 '국정농단 의혹의 핵'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와 최측근이자 내연 관계인 것으로 탄핵 사태 전후 회자된 바 있다. 국정농단 의혹을 기획 폭로한 정황이 담긴 '김수현 녹음파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수현씨는 '고영태와 최서원'에서 한 글자씩 따 이름지은 것으로 알려진 '고원'기획의 대표로 고씨 및 박씨,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과 협력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녹음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녹취 시점 고씨는 정현식 당시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겸 재무이사를 모함해 퇴임시키고 본인이 부사무총장으로 취임하려는 계획과 함께, "그렇게 하다가 보면 거기는 우리가 다 장악하는거지"라고 말했다. 박씨는 고씨 등과 함께 최씨를 등지기 전, "지금 중요한 건 회장님(최씨) 의중에는 독일에 일단 돈을 빨리 어떻게 내보내는 거를 갖다가 해결을 해드려야(한다)" 등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협력한 정황이 녹취에서 드러났다.

이들의 대화에서는 "컴퓨터 한 방이면 터뜨릴 수 있다", "박근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죽이자", "다른 쪽하고 이야기하자" 등 사익 편취를 위해 폭로를 기획한 정황도 수면 위에 드러났다. 이들의 국정조사·언론 폭로 등이 촉발한 탄핵의 최대 수혜자인 더불어민주당은 박영선·손혜원 의원 등이 이들과 접촉하면서 "의인"으로 추어올린 바 있다. 이들은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정농단 의혹 수사망과 언론의 추적 등을 자연스레 피해갔다. 다만 고씨는 인천본부세관장 인사에 개입해 뒷돈을 수수한 사기·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는 등 법망을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 하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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