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독립된 명사가 결합된 표현
자유는 가치, 민주주의는 국가의 의사결정 방법론.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수요와 공급곡선으로 기교를 가르치기 전에 ‘경제자유’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자유는 공짜가 아닌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할 가치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

국가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헌법에 명시된다. 최근 집권 여당에서 헌법에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뺀 개헌안을 발표했지만 네 시간 후에 실수였다고 말을 바꿨다. 또 새 고교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 초안에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기준을 변경했다. 이제 자유는 대한민국에서 거추장스러운 단어가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가치는 ‘자유’고, 자유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핵심어다. 그러나 이제 자유는 아무런 감동 없는 단어가 됐고, 실수로 넣고 뺄 정도로 없어도 되는 싸구려 형용사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5천년 역사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만 개인의 자유가 보장받는 국가 체제는 1948년에 건국된 대한민국에서 출발한다. 역사적으로 개인과 자유 가치가 국가 정체성의 뿌리가 된 최초의 국가이기에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자유를 뺀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현재를 부정하는 행위가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자유가치를 추구하는 국가이지만, 자유의 가치를 가르치지 않았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 교과서 어디에도 명사로서 ‘자유’란 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유체제이지만, 자유가치의 소중함을 가르치지 않았다. 급기야 집권 여당에서 조차도 자유의 가치를 인지하지 못하고, 자유를 실수로 뺐다 넣었다 할 정도의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 실정이다. 국민들이 자유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면, 그 국가는 존재기반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국가가 되고 만다. 이런 국가는 위기가 닥쳤을 때 국가를 위해 희생할 사람은 없다.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자유민주주의’라고 한다. 자유를 빼려는 세력은 자유는 민주주의를 수식하는 형용사라고 생각한다. 자유보다 민주주의에 가치의 방점을 찍으니, 자유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는 ‘자유+민주주의’이다. 즉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독립된 명사가 결합된 표현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때론 상충할 수도 있는 개념이다. 그러면 어떤 쪽을 더 중요하게 취급해야 할까? 자유는 가치인 반면, 민주주의는 가치가 아니고, 국가의 의사결정 방법 체제일 뿐이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라는 가치가 중요한 것이지, ‘민주주의’라는 방법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때론 민주주의로 인해 자유가 침해될 수도 있지만, 자유로 인해 민주주의가 침해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유는 여러 형태의 자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신체자유와 정치자유를 언급하지만, 가장 중요한 자유는 ‘경제자유’다. 우린 경제자유를 재벌이나 경제 강자를 위한 논리로 생각하지만, 경제자유는 국가의 경제번영에서 꼭 필요하면서 충분한 조건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자유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가르치지 않았고, 특히 ‘경제 자유’에 대한 교육은 전무하다시피 하였다. 경제자유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많은 규제와 세금 등의 정책은 근본적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경제자유의 수준을 낮추게 된다. 올해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발표한 경제 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보다 4단계 떨어진 27위로 집계되었다. 우리의 경제자유 수준은 점차로 열악해 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유를 거저 얻었을지 모른다. 자유철학에 대한 공감대가 없어도, 비록 권위주의 체제였지만, 자유가치의 경제정책을 폄으로서, 세계가 놀란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자유가치를 지키는 교육으로는 ‘반공’ 뿐이었지만, 순조롭게 국가경제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이제 반공교육을 통한 ‘자유 지키기’에는 한계가 나타났다. 이젠 사회주의 체제가 왜 실패할 수밖에 없고, 경제자유 수준이 높은 국가가 왜 잘 사는지를 국민들에게 체계적으로 알려야 한다.

자유를 지키려는 국민적 공감대와 의지가 없는 국가는 절대 경제적으로 번영할 수 없다. 자유가 거추장스러운 형용사로 전락한 우리 현실에서 해야 할 일은, 자유에 대한 가치를 교육해야 한다. 시장경제를 가르치는 많은 대학의 경제학 원론 강의에서도 수요와 공급곡선으로 기교를 가르치기 전에 ‘경제자유’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한다.

자유가치를 가장 소중히 여기는 국가다. 그래서 분단국가란 아픔을 가지면서도 자유국가를 건국하였다. 이후 자유국가를 전복하려는 북한의 남침이 있었지만, 자유가치를 공유하는 전 세계 우방 국가들의 도움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켰다. 자유는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압축적 경제번영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를 토대로 민주화도 이루었다. 끊임없이 자유라는 가치를 통해 발전해야 하는 국가다. 자유의 나라가 건국된 지 70년인 올해, 존립기반에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헌법에서 자유가 없어지고, 역사 교과서에서 민주주의가 자유 위에 군림할 때,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는 의미가 상실하게 된다. 그야말로 태어나지 말아야 할 국가가 되고 만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 (전 자유경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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