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피해가족회, 北에 억류된 11명 송환 의지 묻는 질의서 정부 당국자 앞으로 제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한국이 북한을 제소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
北, 1969년 KAL기 승무원 승객 50명 납치...전원 송환하겠다 약속했지만 39명만 돌려보내

20일 오후 2시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가 피해자 송환 의지를 묻는 질의서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20일 오후 2시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가 피해자 송환 의지를 묻는 질의서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1969년 대한항공 KAL 여객기 납북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이 20일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묻는 질의서를 제출하고 답변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2시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는 북한에 억류된 11인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송환 계획 등 5가지 질의사항이 담긴 질의서를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앞으로 제출했다.

황 대표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에 납치된 후 돌아오지 못한 11인의 가족은 지난 반 세기간 이들의 귀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고통 속에 있다”며 “너무나 비통하고 너무나 가슴 아프고 우리 가족들이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가족회가 정부에 납북 피해자 송환 의지를 묻는 질의서 내용을 발표했다. 질의서는 한국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유엔 북한인권 결의 등의 권고에 따른 KAL기 11인 송환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구체적으로 취한 조치에 관해 묻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향후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와 여러 남북간 선언들을 근거로 북한에 문제 해결을 요구할지 여부도 질의했다. 그리고 1970년 항공기 불법납치 억제를 위한 헤이그 협약, 1971년 민간항공 안전에 대한 불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몬트리올 협약 등 남·북한이 피해자 중심의 보편적 인권·정의 실현 의지가 있는지를 물었다.

특히 피해가족회는 북한이 국제협약에 가입하더라도 자국 이익과 배치되는 조항이 있으면 적용 유보를 선언해왔는데, 헤이그협약과 몬트리올 협약에서 유보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한국이 북한을 제소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969년 12월 11일 북한에 피랍된 대한항공 YS 11기(위)와 이를 규탄하는 시위(아래)./연합뉴스

KAL기 납북 사건은 지난 1969년 12월 11일 강릉발 김포행 국내선 대한항공 YS-11기가 대관령 상공에서 정오 12시 25분 북한의 고정간첩 조창희에 의해 이뤄졌다. 그가 권총을 들고 갑자기 조종사실에 뛰어들자 기수는 그의 지시에 따라 북쪽으로 항로를 바꿨다. 총격은 없었으며 여객기는 휴전선을 통과해 북한으로 공중 납치됐다.

1970년 2월 5일 북한은 국제사회의 지탄이 이어지자 납북자 전원 석방을 약속했다. 그러나 돌연 약속을 어기고 1970년 2월 14일 승객 39명만 송환했다. 승무원 4명과 승객 7명은 아직도 강제 억류돼 있다.

한편 피해가족회가 질의서를 작성하는 데 협력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신희석 법률분석관이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분석관은 관련 국제법 검토와 국제사법체계 활용 등을 검토하고, 피해자 송환의 해결 의지를 현실화하기 위해 정부 당국자에 질의서를 제출하도록 조언했다.

대북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5월 20일 KAL기 피랍자 황원씨의 아들 황인철 대표를 대리해 유엔 자의적구금실무그룹(WGAD)에 황원씨의 납북을 '자의적 구금'으로 판정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유엔에 제출한 진정서의 흑백사진에서 황원씨가 당시 2살인 황인철씨를 안고 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제공]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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