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 반일종족주의 논평자로 나서 위안부 발언한 것 두고 MBC 일부 내용 고의 누락한 '악마의 편집'으로 국민 선동
지난 1일 부산대 학장실 찾아가 이 교수에게 강제 인터뷰 시도...거절 의사 무시하고 화장실까지 따라가 피신하는 모습 만들어내
방송 이후 이 교수를 향한 비판 여론 확산돼...교내에선 사퇴 요구받기까지
이 교수 “학문의 영역에 선동적인 방송이 개입돼선 안 돼”...“반일종족주의 저자와 정대협 토론을 통해 위안부 실체를 밝혀내야 혼란 거두어질 것”

이철순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및 학장
이철순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및 학장

“다수의 의견과 조금이라도 다른 소수의 이견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는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반자유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회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학문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사회는 더 이상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19일 이철순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및 학장이 지난달 『반일종족주의』 북콘서트에서 위안부에 대해 논평한 것을 두고, 학교 내외에서 사퇴 요구를 받는 현실을 이같이 표현했다. 문제의 발단은 MBC 스트레이트의 12일 방송에서 비롯됐다. 스트레이트는 이 교수의 발언 중 일부를 고의 누락해 본 취지와는 다르게 해석되도록 조장했다. 이와 함께 지난 1일 이 교수를 찾아 인터뷰를 강요하고 이 과정에서 준비되지 않은 인터뷰를 거부하며 피하는 모습을 찍고, 앞서 앞뒤를 잘라낸 논평과 엮어 방송에 내보냈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을 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 1일 MBC 스트레이트 취재팀은 부산대 사회과학대 학장실을 나서 경제통상대로 향하는 이 교수를 붙잡고 느닷없이 카메라를 돌리며 인터뷰를 강요했다. 사전에 요청되지 않은 인터뷰로 이 교수는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취재팀은 이 교수를 끝까지 따라붙었다.

이 교수는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하자 차라리 피신하기로 결심하고 사회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남자 화장실로 몸을 숨겼다. 집요하게 따라붙는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취재팀은 이 교수가 화장실을 나와 다시 학장실로 돌아갈 때도 따라붙었으며, 이 교수가 학장실에 들어간 뒤에도 문밖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렸다. 이 교수는 당시 상황을 묘사하며 취재팀이 학장실 창밖에서까지 자신을 감시하려 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오후 10시 스트레이트는 이 교수가 북콘서트에서 위안부에 관해 발언한 것을 편집한 장면과 함께 지난 1일 이 교수가 인터뷰를 피해 이리저리 다니고 화장실로 피신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선정적으로 방영했다. 이후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이 교수를 비방하는 글들이 난무했고, 이 교수에게 협박성 이메일이 들어왔다. 부산대학교 총장비서실, 교무과, 사회대 행정실, 정외과 사무실로 항의성 전화가 폭주했다. 이 교수가 피한 것은 인터뷰가 아니라 이 교수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방송해 주지 않을 것이 분명한 악의적, 폭력적 취재를 피한 것이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범죄자가 도주라도 하는 것 같이 표현됐다. 방송의 폭력, 여론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지난 16일에는 고(故) 고현철 교수 추모식에서 부산대 민주동문회, 정외과 동문회 등이 현수막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건 현수막 수는 17일까지 추가돼 총 15개 정도로, “일제의 만행을 두둔하는 이철순 교수의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한다”, “일제의 만행을 두둔하는 이철순 교수는 사회대 학장직에서 물러나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부산대 사회과학대 교정에 걸린 현수막
부산대 사회과학대 교정에 걸린 현수막

이 교수는 지난달 19일 부산에서 열린 반일종족주의 북콘서트에서 위안부와 관련한 논평을 하며 “(위안부 문제가) 아무 얘기가 없다가 갑자기 90년대에 튀어 나왔는가, 그런데 보니까 그런 게 없었다는 거죠”라고 했다. 이어 “우물가에서 물긷는데 잡아가고 밭에서 일하는데 무슨 노예사냥하듯이 그물을 던져서 잡아가고 그런 일은 없었고, 일본 사람이 책을 썼는데 그게 다 거짓이었다는 거죠”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런 기억이 없기 때문에 전승이 안 된 건데 이게 뻥튀기가 되고 부풀려졌는데 참 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부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 발언은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한 게 아니라 조선의 여성을 동물 사냥하듯 잡아갔다는 인식에 대한 아무 증거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언급됐다. 또한 위에서 언급된 일본 사람은 요시다 세이지라는 자로, 그의 증언은 1995년에 완전한 거짓으로 판명이 났다. 이는 최종적으로 2014년 아사히 신문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스트레이트는 이 발언을 의도적으로 편집, “우물가에서 물긷는데 잡아가고 밭에서 일하는데 무슨 노예사냥하듯이 그물을 던져서 잡아가고...그게 다 거짓이었다는 거죠”라는 부분을 누락했다. 이에 따라 스트레이트가 위안부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고 부정한 것으로 보이도록 방송했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이번 사태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성역이 되어 조금의 이견도 허용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다수의 의견과 조금이라도 다른 소수의 이견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는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반자유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회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학문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사회는 더 이상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학문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에 선동적인 방송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학문적 주제는 고도의 지식을 가진 전문가 집단들이 연구하고 토론하여 그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면서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이 정대협에 제안한 공개토론회를 환영하며 토론을 통해 그 실체를 밝혀내야 위안부 문제로 인한 우리 사회의 혼란이 거두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