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와의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한 세계적인 경영인, 日언론과 인터뷰

윤종용 前 삼성전자 부회장
윤종용 前 삼성전자 부회장

 

"연구·개발과 제품 상용화 사이에는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높은 장벽이 있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와 관련한 소재·부품 국산화의 어려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0년대에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경영인이다. 196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사한 그는 1997년 1월 삼성전자 대표이사에 오른 뒤 2008년 고문으로 물러날 때까지 18년 동안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했다. 이 시기 삼성전자는 소니 등 글로벌 경쟁사들을 밀어내고 세계 1위 전자 기업이 됐다. 삼성을 떠난 이후에는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사장 등으로 일했다.

윤 전 부회장은 “양국이 미래를 위해 협력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분업과 협력은 한·일 양자에 모두 이익인데 한·일 양국 지도자들은 국민의 반감을 이용해 상대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혐한, 반일 정서가 강해지면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 관리 강화 조치로 부품·소재 수출이 막히면 한국 산업은 큰 피해를 보고, 삼성전자도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부회장은 특히 정부가 강조하는 반도체 소재·부품 국산화의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노벨상을 받을 만한 과학적 발견은 이론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렵다"며 "마찬가지로 수제품 한두 개를 만드는 데 성공하는 것과 대량 생산을 하는 것은 정말 다르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이 소재 관련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이를 실제 상용화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어, 국산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부가가치가 높은 정밀화학 분야는 독일, 일본, 미국이 강하고 산업화 역사가 짧은 한국과의 격차도 크다”며 “일본 기업은 품질과 가격, 납기, 어떤 면에서 봐도 우수하고 지리적으로도 가깝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요청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고 문제 해결도 신속하다”고 말했다.

윤 전 부회장은 또 “부품·소재 국산화는 기업이 스스로 판단해 진행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를 위한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 때 세제 혜택 등을 해주기만 하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선다”고 강조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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