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독재다...사노맹은 자유민주주의와는 거리 멀다
조국, 독재정권에 맞서기 위해 독재를 추구했다고? 그게 심장이 뜨거운 것이라고?

황성욱 객원 칼럼니스트
황성욱 객원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는 그 자체는 별다른 가치관을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 학자와 지성인들의 지적이다. 민주주의라는 말에 주체할 수 없는 감동과 감흥을 느끼는 사람은 이 말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비토할지 모르겠으나 그런 말을 하는 사람조차도 그럼 민주주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기껏 답하는 것이 ‘다수결의 원리’거나 교과에서 언젠가 봤던 ‘치자와 피치자가 동일하다’는 정도 외엔 말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모아 데모하고 사람모아 악을 쓰고 사람모아 물건 때려부수어도 언론이나 정치권으로부터 민주주의라고 칭송받으면 어떠한 법적 처벌이나 불이익도 받지 않고 때로는 그것이 오히려 훈장이 되어버리니 다중이 모여 특정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이렇게 민주주의를 보더라도 결국 민주주의는 아무런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민주주의를 통해서 독재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구상에서 왕정국가로 남아있는 나라에서조차 백성의 뜻에 따른다고 하니(아니 조선시대에도 모든 왕과 양반은 백성의 뜻에 따라 가렴주구를 해왔다) 북한도 정식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사실 독재는 민주주이란 말을 내세울 때 가장 효율이 좋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권력자가 스타일 구기게 먼저 나서겠는가. 언론을 통해 여론을 만들고 민중의 뜻으로 포장한 뒤 그 뜻을 수렴한다는 민주적 지도자가 대놓고 공포정치하는 김정은보다 통치하기가 쉽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가치에 따른 개념규정 없이는 개인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하는 무기로 변질될 수 있고 문명국가들은 민주주의는 반드시 자유주의와 결합되어야한다는 국가질서를 확립했다.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기실 독재다.

일찍이 독일연방헌법재판소도 이런 히틀러적 독재, 민중독재를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라고 규정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판결한 바 있으며 우리헌법재판소도 그를 거의 그대로 차용하여 아래와 같이 판시한 바 있다.

“자유민주적(自由民主的) 기본질서(基本秩序)에 위해(危害)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暴力的) 지배(支配)와 자의적(恣意的) 지배(支配) 즉 반국가단체(反国家團體)의 일인독재(一人獨裁)를 배제하고 다수(多數)의 의사(意思)에 의한 국민(國民)의 자치(自治), 자유(自由), 평등(平等)의 기본원칙(基本原則)에 의한 법치주의적(法治注意的) 통치질서(統治秩序)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 기본적(基本的) 인권(人權)의 존중(尊重), 권력분립(權力分立), 의회제도(議會制度), 복수정당제도(複數政黨制度), 선거제도(選擧制度), 사유재산(私有財産)과 시장경제(市場經濟)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經濟秩序) 및 사법권(司法權)의 독립(獨立) 등(等) 우리의 내부체제(内部體制)를 파괴·변혁시키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구체적인 제도 혹은 가치가 공격을 받으면 바로 독재로 이어진다는 내용인데, 북한처럼 단순히 허울뿐인 제도만 있다고 이를 충족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독자들은 물론 알고 있는 내용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거의 단체가 있다. 남한사회주의 노동자동맹이 그것(줄여서 사노맹).

법무부장관 지명을 받은 조국 교수가 이 단체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던 것에 논란이 일자 그는 “뜨거운 심장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아픔을 같이 가고자 했다”면서 “독재정권에 맞서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했던 저의 1991년 활동이 2019년에 소환됐다”라는 대답을 했다.

포스트 586세대인 나는 궁금했다. 소위 군사독재시절에 어린 시절을 보낸 나와 같은 세대는 586운동권이 말하는 지옥 같은 세상을 살았던 적이 없다. 경제성장을 통해서 집안 살림은 오늘보다 내일이 나았고, 더구나 선배들 특히 586들은 공부하지도 않고 대기업에 취직하고 별다른 노력 없이 외국만 갔다오면 박사학위를 받아 대학교수에 다들 한자리 꿰찼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식인인양 거들먹거렸다. IMF사태 때 우리는 취직이 안됐지만, 586들은 직책이 높지 않다고 해서 다 피해갔고 민주화 운동 얘기만 하면 586들은 으쌰으쌰하며 웬만한 잘못은 다 용서받았다. 그들은 꿈같은 세상을 살았고 살고 있다.

어쨌든 개인의 독립과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목적이고 그 외는 전부 독재라는 내 견해에 따르자면 독재정권에 맞서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여야 한다.

사노맹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찾아봤다.

“남한사회주의 노동자연맹”(이른바 “사노맹”)이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제국주의에 예속된 파쇼권력과 소수 독점재벌등 자본가들이 노동자등 민중을 지배. 착취하는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로 인식하고, 전위활동가들에 의한 비합법적 선전선동활동을 통하여 노동자계급의 통일전선을 구축하여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사회주의 혁명으로 민중민주공화국을 수립할 것을 목표로 하는 노동자계급의 전위조직임을 표방하면서, 최고의결기관인 중앙위원회를 정점으로 정책위원회 및 조직위원회를 두고 그 산하에 체계적이고 전국적인 기능별 지역별 조직체계를 구축, 뚜렷한 위계질서 하에서 의사결정 및 지시와 그 집행 및 보고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는 지휘통솔체계를 갖추고 엄격한 자격 및 성분심사를 통하여 조직원을 선별하는 등 정예조직을 유지하면서, 각종 학생 노동단체와 관련을 맺으며 각종 선전선동 유인물 제작 배포, 노사분규현장 미 각종 재야단체에의 조직원 잠입, 가두투쟁 등 타격전의 선봉에 서서 노동자 전위정당 건설을 위한 구체적 활동을 전개하여 온 사실 및 “사노맹”은 근자에 이르러 국내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구체적 활동방향이 다소 수정되었으나 그 목적, 조직 및 노선 등 기본적 골격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의 사실관계에 의하면 사노맹은 국가의 존립,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헌법의 대전제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단체로서 국가보안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단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라고 판시하고 있다.

위 판결문에 따르자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대의제, 복수정당, 권력분립, 시장경제와 사유재산 등의 냄새도 맡을 수 없다.

독재정권에 맞서기 위해 독재를 추구했다고? 그게 심장이 뜨거운 것이라고?

심장이 뜨거운 사람은 자유를 외쳐야 했다. 지금의 자유시민들처럼.

황성욱 객원 칼럼니스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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