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2대 주주인 산은에 5000억원 출연 요구… 청와대 눈치만 보는 산은

메리 배라 GM CEO.(GM 홈페이지 캡처) 

미국 제너널모터스(GM)가 위기의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지원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8일 정부와 자동차업계, 금융권 등에 따르면 GM 고위 임원은 최근 우리 정부와 산은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GM 살리기에 나서 줄 것을 전했다.

GM은 3조원 안팎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에 빠진 한국GM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자는 제안을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제안했다. 또 GM은 산은의 대출 재개와 정부의 세금 감면 등도 요청했다. 

GM이 제안한 유상증자 계획은 3조원을 목표로 GM과 산은이 한국 GM 지분 비율대로 자금을 투입하자는 것이다. 한국GM 지분의 76.9%를 보유하고 있는 GM과 17.02%를 보유하고 있는 산은이 각각 3조원의 유상증자를 위해 내놓아야 할 금액은 2조5000억원과 5000억원이다.

GM은 한국GM에 대한 산은의 대출 재개도 요구했다. 자본잠식 상태인 한국GM은 신용등급이 낮아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차입이 불가능하다. GM은 또 세금 혜택을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2조5000억원을 들여서라도 한국GM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나선 GM에 대해 산은은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은은 한국GM의 2대 주주이지만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대규모 자금 지원이나 대출 재개를 결정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나 청와대 등이 증자 참여를 허락해야 GM에 반응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GM이 과연 한국GM을 살릴 뜻이 있는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철수를 결정해 놓고 명분을 쌓는 절차에 돌입한 것인지 꼼꼼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즉각적인 대응을 아직 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의 이런 발언은 결국 청와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GM은 한국 정부와 산은이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유상증자와 대출 재개와 세금 감면 등의 제안을 외면하면 한국GM을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메리 배라(Mary Barra) GM 대표는 최근 "한국GM은 제조 비용이 늘어난 반면 판매량은 급락했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빨리 이뤄야 하며 이윤을 낼 수 없으면 철수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취임한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GM 사장 역시 철수를 언급하는 본사 대표의 발언에 바짝 긴장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GM은 수출 물량이 줄어들고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건비와 생산비용은 뛰어오르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빠져있다. 2013년 63만대 수출하던 한국GM은 지난해 39만대를 수출하는데 그쳤다.

한국GM의 인건비는 계속올랐다. 2013년 7300만원이던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은 지난해 8700만원으로 20% 올랐다. 올란도 크루즈 등과 디젤엔진 차량을 생산하는 군산공장이 가장 낮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군산공장의 가동률은 30% 밑으로 떨어져 있다. 

한국GM은 인천 부평구, 경남 창원시, 전북 군산시, 충남 보령시에 각각 4개의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인천에는 청라 주행시험장, 생산기술연구소, 디자인센터, 기술연구소 등도 있다. 직원수는 1만6000명이다. 협력업체 3000여 곳에 이르고 한국GM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총 30만 명에 달한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