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단기 국채' 수익률이 '장기 국채' 수익률 12년만에 역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글로벌 경기침체 신호로 받아들여져
연준 "이번 수익률 역전은 과거와는 다를 수 있어"...트럼프 "미친 역전 현상, 연준은 빨리 금리부터 인하하라"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연중 최대 낙폭 수준인 3% 내외 폭락으로 장을 마쳤다. 미국의 2년물과 10년물 국채의 금리가 역전된 것이 경기 침체 공포를 키웠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00.49포인트(3.05%) 급락한 2만5479.42를 기록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85.72포인트(2.93%) 내린 2840.60, 나스닥 지수는 242.42포인트(3.02%) 추락한 7773.94로 마감했다.

이날 미 국채시장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년물과 10년물 국채수익률아 역전됐다. 오전 7시경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619%, 2년물 금리는 1.628%로 10년물 금리가 더 낮아졌다. 

통상 장기채는 자금을 오래 빌려 쓰는 만큼 단기채보다 금리가 높다. 이같은 장·단기 국채의 기본 경향성이 뒤집히는 것은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시그널(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벤치마크'인 10년물과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의 금리 격차는 가장 주목하는 지표다. 올해 초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이날 시장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2년-10년물 금리가 뒤집힌 것은 2007년 6월 이후로는 처음이라고 CNBC 방송은 전했다. 당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나서 1년여만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바 있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2년-10년물 금리 역전은 지난 1978년 이후로 모두 5차례 발생했고, 모두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날 대비 27% 급등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2년 국채와 10년 국채 금리가 역전됐다. 미국의 30년물 국채와 독일 10년 국채 금리도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경기침체 신호가 잇따라 울렸다.

한편 이번 금리 역전은 과거와 달리 경기침체 신호가 아닐 수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수익률 곡선 역전을 신뢰하는 게 이번에는 잘못일 수 있다"면서 "장기 국채수익률이 떨어지는 데는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의 기대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있기 때문에 이번 역전은 과거보다 덜 정확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은 한층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말도 안 되는(crazy) 수익률 곡선 역전"이라며 "미 중앙은행(Fed)은 너무 빨리 금리를 올렸고, 이제는 너무 늦게 금리를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홍콩 시위 무력진압 가능성 등 정치적 불확실성 요인도 투자 심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종목별로는 금리 역전 직격탄을 맞은 은행주가 대폭 하락했다. 씨티그룹 5.3%, 뱅크오브아메리카 4.7%, JP모건 4.15% 각각 폭락했다. 업종별로는 전 업종이 내린 가운데 에너지가 4.12%, 금융주가 3.56%, 기술주도 3.11% 내렸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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