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국제공항 이틀째 항공대란...시위 참가 여성 실명에 분노한 홍콩인들 '내 눈을 돌려달라'며 저항
홍콩국제공항 이틀째 항공대란...시위 참가 여성 실명에 분노한 홍콩인들 '내 눈을 돌려달라'며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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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 정부가 병력이동하고 있다는 보고 받았다. 모든 이들은 진정하고 안전하게 있어야" 트위터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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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국제공항이 12일에 이어 13일에도 ‘범죄인 중국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점령당해 항고편 전편이 취소됐다. 공항 당국은 14일 오전 6시 22분께(이하 현지시간) 공항 정상 운영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당초 시위대가 계획했던 공항 시위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기간으로 예정됐었다. 그러나 11일 홍콩 도심 침사추이 지역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한 여성이 경찰이 쏜 ‘빈백탄(Beanbag rounds, 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을 2미터 거리에서 맞고 오른쪽 눈을 실명하며 공항 시위가 연장됐다.

시위대 중 다수는 오른쪽 눈을 안대나 붕대로 가리고 “눈을 돌려 달라”는 글귀를 적어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한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여성 시위자 실명 사태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가이드 라인을 준수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물리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루 20만명이 이용하는 홍콩국제공항은 12일 최대 230여편의 도착편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13일 오전 공항 대변인은 체크인 수속을 시작하고 운영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쯤부터 다시 수많은 시민들이 공항 시위에 참여하며 CNN자체집계 결과 이날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150편 이상의 출발 항공편과 147편의 도착 항공편이 취소됐다.

홍콩 항공사 케세이퍼시픽도 2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밝히며 필수가 아닌 이상 홍콩여행 연기를 권고했다.

이날 시위에선 시위대가 본토 출신 경찰신분증을 지닌 남성 3명을 붙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시위대와 같은 검은색 상의를 착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BBC보도에 따르면 홍콩경찰은 시위대와 같은 옷을 입은 위장경관들이 시내에 배치된 것을 시인했다.

시위대에 붙잡힌 환구시보 푸궈하오 기자 [환구시보 캡처]
시위대에 붙잡힌 환구시보 푸궈하오 기자 [환구시보 캡처]

캐나다 글로벌뉴스 보도에 따르면 환구시보 푸궈하오(付國豪, Fu Guohao)기자가 시위대에 붙잡혔다가 경찰에 구조됐다. 시위대는 푸 기자의 양 손을 뒤로 젖혀 공항 카트에 결박하고 끌고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환구시보는 푸 기자가 결박된 상태에서 “나는 홍콩경찰을 지지한다. 너흰 나를 때릴 수 있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환구시보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은 “환구시보 푸궈하오 기자가 홍콩공항에서 불법적으로 구류돼 비인도적인 대우를 받았다”며 “(푸 기자는)북경시간 14일 새벽 20분경 경찰에 의해 구출됐다. 그는 머리 위에 많은 피를 흘렸다. 분명히 야만적은 구타를 당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는 경찰과 밤샘 대치 끝에 대부분 도심으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가 떠나기 전 자진 해산했다. 14일 오전 6시께 공항에 남아있는 시위대는 수십명 정도로 전해진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지난 10일부터 홍콩 맞은편 광둥성 선전(深圳)시에 중국 무장경찰 장갑차 수백대가 집결하는 영상을 내보내며 홍콩을 향한 무력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환구시보 후 편집장은 자신의 트위트 계정에 "선전에 군이 주둔한 것은 홍콩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중국에 개입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홍콩 시위를 “테러리즘의 조짐이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화일보는 13일 베이징 소식통 등을 인용해 “홍콩 시위가 갈수록 커지자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에서 본토의 군 병력 투입을 통한 무력진압 여부가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베이다이허회의는 중국의 전·현직 고위급 지도부가 휴가를 겸해 중국 중대 현안의 방향과 노선을 논의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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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홍콩 무력개입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세계 정치권은 이러한 움직임에 경고하고 나섰다.

영국에 간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영국 당국자와 홍콩 반환 당시 영국과 중국이 맺은 협정을 거론하며 “협정을 이행하는 것이 중국의 의무”라며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시스템) 이행을 강조했다.

미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트위터에서 “홍콩시민들은용감하게 중국 공산당에 맞서고 있다”며 “어떤 폭력적인 단속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 정부가 병력을 홍콩과의 접경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보기관으로부터 이러한 보고를 받았다"며 "모든 이들은 진정하고 안전하게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이들은 홍콩 문제에 대해 미국 탓을 한다"며 "왜 그런지 상상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홍콩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며 13일 홍콩 항셍 지수는 전장대비 543.42포인트(2.10%) 하락한 25,281.30에 장을 마쳤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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