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등서 문 씨 영상 작품 다수 구매..."아버지 때문에 내 작품과 교재 사는 게 아냐" 반발
문준용씨,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Interactive media art)’ 작가로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
"문준용씨 때문인지 미디어아트에 사람들 관심 늘어"...대통령 아들이란 특수한 배경 무시할 수 없어
문다혜 씨는 한 때 문준용 전속 화랑 카페서 매니저로 일하다 동남아로 이주

출처: 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현직 대통령의 장남으로 일거수일투족 주목받고 있는 문준용씨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최근 전국 초중고교에 코딩 교재를 납품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문준용씨는 즉각 “작가도 자영업”이라며 “작가를 시작한 9년 전부터 사업자등록을 했다”라고 항변했다. 자신이 작업으로 먹고 사는 ‘전업작가’라는 얘기다. 그러나 문준용씨에게 작가가 자영업이 아니라고, 사업자등록을 하지 말라고 비판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디어아트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에 문준용씨가 어느 정도 기량의 작가이며 아버지가 대통령인 나라의 공공기관을 상대로 작품을 어떻게 많이 팔 수 있었는지 등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논란에 휩싸인 문준용씨의 출품작을 보기 위해 지난 주말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AHAF)에 다녀왔다. 문준용씨 작품은 본행사가 열린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옆의 코엑스 별도 전시장에서 전시 중이었다.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는 꽤 역사가 있는 전시 행사이다. 2008년 도쿄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서울, 홍콩, 부산 등에서 열렸다. 시내 특급호텔의 일부 층 전체 객실을 빌려 참가한 갤러리들이 각 객실마다 작품을 걸어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제19회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는 제2회 아트아시아와 함께 열려 관객을 모았다. 특히 두 단체가 공동 기획을 통해 미디어아트 주제로 특별전을 열기로 하면서 미디어 아티스트인 문준용씨도 참가하게 됐다.

한편 이번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에는 하나금융그룹이 단독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약 10년 역사의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에 하나금융그룹이 후원사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정태 회장은 문 대통령과 경남고등학교 25회 동기로 지난해 3연임에 성공했다.

 

◇‘2분짜리 영상 작품 2000만 원, 하드웨어는 별도’...스틸컷(still-cut)도 따로 판매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와 아트아시아 공동 기획으로 열린 '미디어아트 특별전'에 참가한 문준용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와 아트아시아 공동 기획으로 열린 '미디어아트 특별전' 단체전에 참가한 문준용 작가

주최 측에 따르면 문준용씨가 비디오아트 형식으로 아트페어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준용씨는 다큐멘테이션 형식을 가미한 비디오아트 '소리를 향한 비행' 1점에 별개 형식의 ‘소리를 향한 비행’ 1점, '마그네티즘' 1점 등 총 3점을 전시했다. 2017년에 제작된 ‘소리를 향한 비행’은 문준용씨로 보이는 인물이 영상에 직접 출연해 어둠 속에서 규칙적으로 떠오르는 도형이나 기호 등을 부유하듯 좇는 2분짜리 영상이다. 나머지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해 만든 다채로운 색상의 도형들이 공간 속에서 일정하게 매긴 값에 따라 유동하는 비디오영상이다.

문준용 작가의 판매 작품 3점, '마그네티즘', '소리를 향한 비행', '소리를 향한 비행'(좌측부터)
문준용 작가의 판매 작품 3점, 좌측부터 '마그네티즘(2019年作)', '소리를 향한 비행(2019年作)', '소리를 향한 비행(2017年作)'

아트페어는 출품작 판매를 위한 행사이기에 문준용씨 작품도 구입할 수 있는지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담당자는 “특별전 작가들의 작품 모두를 구입할 수 있다”면서 어느 작품을 구입하길 원하느냐고 했다. 기자가 문준용씨가 출연한 것으로 보이는 2분짜리의 ‘소리를 향한 비행(2017年)’을 지목하자 문준용씨 측과 통화한 뒤 “2분짜리 영상만 2000만 원이며 컴퓨터와 프로젝터, 스피커 등 하드웨어는 별도”라고 답했다.

또한 문준용씨는 영상작품에서 스틸컷(still-cut)을 따로 뽑아내 판매하고 있었다. 이는 문준용씨만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해오는 작업 및 판매방식이므로 특별히 문제제기할 대상은 아니다.

문준용씨는 최근 국내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공공기관에서 구매한 미디어아트 작품도 많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다른 국내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작품 판매로 인한 수익이 있기 때문에 전업작가로서 버틸 수 있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문준용씨는 누구에게 어떤 작품들을 판매했을까. 이번 아트페어에 출품한 비디오영상 작업들과 비슷한 유형의 작품들을 판매해온 것일까.

 

◇문준용씨,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Interactive media art)’ 작가로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

문준용씨는 건국대 시각멀티미디어 디자인과를 2006년 졸업한 뒤 같은 해 12월 고용정보원 일반직 5급 공채시험에 단독 응시해 단독 채용(동영상 분야)됐다. 이후 2008년 휴직계를 내고 뉴욕 파슨스 스쿨 ‘디자인&테크놀로지’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국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입학하고 나서 알았지만 파슨스 스쿨은 인터랙트아트 뉴미디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학교”라며 본인이 미디어 아티스트로 거듭나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문준용(Joon Y. Moon)씨는 석사졸업을 하기까지 맥스(Max/MSP&Jitter), 애프터 이펙트(After Effect) 등 각종 그래픽 프로그램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석사졸업 작품에서 발전시켜 ‘증강 그림자(Augmented Shadow)’란 작품을 발표했는데 이 작품은 2011년 현대카드 후원으로 뉴욕현대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rt)에서 열린 '토크 투 미(Talk to Me. 내게 말해 봐)'란 전시에 출품되기도 했다.

2011년 특별기획전 ‘토크 투 미(Talk to Me)’는 미국에서 사업도 광고도 하지 않는 외국회사로선 이례적으로 현대카드가 처음 단독 후원한 전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사위로 ‘문화 마케팅’을 통해 경영계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2006년 11월부터 모마와 독점계약을 통해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당시 정 사장은 현지 언론과 뉴욕특파원을 대상으로 열린 프리뷰 세션에 직접 참석해 “마케팅 목적보다 한국미술이 선진국으로 진출할 발판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후원하게 됐다”고 후원의 의미를 설명했다.

문준용씨가 지향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Interactive media art)’에서 코딩은 필수라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VR(가상 현실) 환경 등을 구현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문준용씨는 2009년 논문 발표문에서 “이런 작업을 통해 나는 유니크한 시각물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Augmented Shadow' (출처: vimeo 캡처)
'Augmented Shadow' (출처: vimeo 캡처)

그의 대표작인 ‘증강 그림자(Augmented Shadow)’와 ‘헬로, 셰도우!(Hello, Shadow!)’는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으로 관객 움직임에 따라 그림자가 다르게 만들어져 참여자의 상상력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작가가 구현해낸 환경에 관객들이 참여해 시시각각 가상의 현실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작가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얼마나 완성도 높게 실현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한다. 공력이 상당히 들어간다는 얘기다.

◇“문준용씨 때문인지 미디어아트에 대한 관심 늘고 있어”...대통령 아들이란 특수한 배경 무시 못해

문준용씨는 전국 초중고교에 코딩 교재를 납품했다는 논란이 확산되자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와 거래하시는 분들은 일부러 알려드리지 않아도 대부분 제가 누구인지 알고 시작한다”고 말했다. 또 “제 작품이나 교재를 사는 분들은 제 아버지가 누구이기 때문에 사는 게 아니라, 제 작품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사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현직 대통령일 때 결코 저가(低價)가 아닌 작품을 공공기관에 많이 팔았고, 수의계약을 통해 국가예산사업에서 적잖은 수익까지 올렸다면 국민들은 상식적으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문준용씨에게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전시만으로 수익이 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부 작품은 판매도 됐다. 수익이 나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문준용씨와 같은 계통에서 그야말로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미술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많지만 졸업 후 바로 언론과 미술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으며 주요 전시회에 출품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부기관 납품 사업을 성사시키는 일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문준용씨의 페이스북 발언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배경엔 바로 이런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준용씨가 의혹 제기로 인해 피해를 입고 시달림을 당하게 됐다며 냉소를 던지기 이전에 스스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자신한 만큼 사실관계 증명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게 나았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미술계는 미디어아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나빠질 것을 우려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미디어아트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분야라 문준용씨가 여러모로 오해를 살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문준용씨 때문인지 미디어아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최근 부쩍 늘고 있는 것 같다”며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대통령 아들이라는 사회에서의 특수한 배경이 문준용씨 개인의 작업과 활동분야 전체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한편 문준용과 전속 계약관계에 있는 중개회사는 금산갤러리로 이 분야에서는 중견 화상이다. 이 화랑은 카페도 운용하고 있는데 대통령 딸인 문다혜 씨가 이 카페 매니저를 맡기도 하는 등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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