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위원장, 일본 기자만 불러 "노 재팬(NO JAPAN)이 아니라 노 아베(NO 아베)”
최 위원장, 지난달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경제침략” 언급하며 강경 발언 쏟아내
여당의 對日 기조변화 읽혀지는 시점이 청와대의 對日 메시지 수위가 달라진 시점과 일치

주한 일본 언론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 세번째),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주한 일본 언론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 세번째),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이하 일본특위)는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10여명의 일본 기자들만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특위 위원장인 최재성 의원은 일본 기자들의 ‘관제(官製) 반일' 아니냐는 질문에 "정부가 국민에게 일본제품을 사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일본특위 외신기자 간담회 때와는 사뭇 다른 톤이어서, 민주당이 청와대의 對日 투쟁 ’속도조절‘에 발을 맞추는 게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이런 기류 변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일본 교도통신 기자는 '정부가 한·일 갈등을 부추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서울 중구청이 'NO 재팬' 깃발을 명동 일대에 걸었다가 급히 철거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아사히신문 기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확산하고 있다. 지자체가 앞장서서 불매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산케이신문 기자도 이와 비슷한 질문을 했다.

최 위원장은 "원인 제공은 외교 문제를 경제로 끌어들인 아베 정권 때문"이라고 운을 떼고, "일본은 아베 총리가 (한국 경제보복에)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중앙·지방 정부가 국민에게 일본 제품을 사지 말라고 한 적이 없고, 불매운동을 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가 'NO 재팬' 깃발을 걸었다가 철거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발적 행위에 (정부가) 관여하는 어떤 것에도 문제제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선 "노 재팬(NO JAPAN)이 아니라 노 아베(NO 아베)"라고 단언했다. 

지난달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최 위원장은 “경제침략”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사용하며 “자국 기업의 피해마저 당연시하는 태도에서 가미카제 자살폭격이 이뤄졌던 진주만 공습이 떠오른다. (전범국) 일본은 경제 전범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일본의 대(對)한국 경제보복 조치 관련 활발한 여론전을 펼쳤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죽창가‘를 페이스북에 올렸고, 최 위원장은 "의병(義兵)을 일으킬 만한 사안"이라고 했다. 

최재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여당 일본특위의 기조 변화가 읽혀지는 시점이 청와대의 對日 메시지 수위가 달라진 시점과 일치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면서 일본에 정면대응을 선포한 바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청와대의 對日 메시지 수위 및 대응 속도가 조절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궤를 같이 하는 여당인 민주당도 정부와 발을 맞추어 나가고 있으며, 결국 최 위원장의 발언 기조 변화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차광명 기자 ckm181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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