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조사결과 내놓고 기업 10대 규제법 전수조사...88.2% '형사처벌' 가능
재계, 법 너무 많고・CEO 책임 범위 넓으며・처벌수위 높다며 불만..."모든 CEO는 잠재적 범죄자" 말까지
과잉규제로 투자심리 악화된다는 분석..."기업활동 자유영역 아니라 할 수 있는 경제활동 찾아야 할 지경"

교도소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노동법・산업환경법・경제법으로 구분되는 기업 10대 법령 중,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직원들에 적용되는 처벌 조항의 88.2%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민국에서 기업 경영을 하려면 형무소 담장을 걷는 것과 같은 셈이라는 비판이 커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주요법령상 대표이사 벌칙규정’ 조사결과를 내놓고 “(기업 대표와 근로자 등에 적용되는) 10개 법령의 357개 벌칙규정 중 315개가 대표이사에게 적용된다”며 “이 중 적용되지 않는 42개 규정은 노동조합이나 산업안전지도사, 화학물질 실험기관, 공무원 등을 처벌하는 규정”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이 시행되는 경우 일어날 추가 부담까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법, 산업환경법, 경제법 중 CEO와 사측에 적용될 수 있는 벌칙규정 현황. (사진 =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재계에서는 사측에 적용되는 법률들이 ▲지켜야 할 법이 지나치게 많고 ▲CEO의 관리 책임 범위가 너무 넓으며 ▲이를 어겼을 경우의 처벌 수위는 너무 높다 는 등의 불만을 제기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벌칙규정 외에도, 공정거래법이나 자본시장법 등에는 추가 규제 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2014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조사한 86개 노동・산업환경・경제법을 조사한 결과 처벌조항이 2000여개였는데, 5년이 지난 현재는 추가로 나온 법률이나 개정된 법률이 있어 부담이 사실상 더 커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같은 ‘과잉규제’가 곧 기업활동을 소극적으로 만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노총의 지속적인 겁박과 사내 불법행위에 시달리고 있는 유성기업이 대표적이다. 유성기업 관계자는 12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같은 혐의가 걸려도 (구형과 판결 등을 보면) 사측과 노조 측에 적용되는 법의 잣대가 다르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노조 등이) 어떤 일에도 걸고 넘어질 수 있는 배임죄를 들어 조사를 받고 대응하느라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못한 게 여러해 째”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노조 등이 문제삼는 배임죄의 경우, 경영인의 판단보다는 ‘회사에 끼친 피해’ 등이 구형과 판결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CEO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말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 옥죄기’가 더 심화되긴 했지만, 이같은 비판은 전 정부에서도 나온 적이 있다. 경총 관계자는 12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모든 기업활동을 자유의 영역으로 두고 해서는 안되는 일부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도 법이 많아지다보니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을 찾아야 할 지경이 됐다”며 “CEO가 기업 내 모든 상황과 사고 등을 일일이 관리할 수는 없다. 경영 판단에까지 사실상의 매뉴얼이 규정되는 등 지켜야 할 지나치게 넓고 많은 법률이 계속 있고,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이상 투자행위나 심리도 직간접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