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의 부당한 경제보복 결연하게 반대한다"면서도 "감정적이어서는 안된다. 냉정하면서 근본적 대책 생각해야"
"성숙한 시민의식 토대로 민주-인권 가치로 소통하고, 인류애-평화로 우의 다진다면 韓日관계 미래 더욱 밝아질 것"
"우리 목표는 단순한 경제강국 아냐...사람 중시하는 '평화협력'의 세계공동체를 추구해 나가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일 관계와 관련해 연일 반일(反日) 선동에 가까운 '감정적 대응'으로 일본을 자극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뒤늦게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며 한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과거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큰 고통을 받았던 우리로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매우 엄중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하고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강경대응을 천명한 뒤 주가와 원화가치가 대폭락하는 등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진 데다 미국도 한국보다는 일본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기류가 나타나는 등 대내외적으로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사흘 후면 광복절로, 올해는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의미가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우리 선조들은 100년 전 피 흘리며 독립을 외치는 순간에도 모든 인류는 평등하며 세계는 하나의 시민이라는 사해동포주의를 주창하고 실현했다"며 "적대적 민족주의를 반대하고 인류애에 기초한 평등과 평화공존의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는 우리의 정신"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우리 국민께서 보여주신 성숙한 시민의식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경제 보복을 결연하게 반대하면서도 양국 국민 간의 우호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연하고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양국 국민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토대로 민주·인권의 가치로 소통하고 인류애와 평화로 우의를 다진다면 한일관계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경제 강국이 아니다"라며 "인류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며 사람을 중시하는 평화협력의 세계공동체를 추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5일 "남북 경협을 통한 '평화경제'로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비판받았던 것에 굴하지 않고 또다시 '평화'를 외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하면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며 "대한민국은 경제력뿐 아니라 인권·평화 같은 가치의 면에서도 모범이 되는 나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금지,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명단)' 배제 조치 등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갈등 국면에서 국익을 우선한 '이성적 대응'보다는 '이순신 장군'을 두 번이나 언급하며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 해왔다. 특히 지난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직후 청와대에서 소집한 긴급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결사항전'까지 다짐했었다. 많이 늦은 듯 보이지만, 문 대통령의 미묘한 '기류 변화'가 한·일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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