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임원 명의 차명계좌로 조세포탈한 혐의 등으로 피의자 입건
삼성 “2011년 자진신고 후 세금 납부했다” VS 경찰 “자진 신고했어도 세금포탈 의도 있어”
경찰, 조사불능 이회장은 ‘시한부 기소중지 의견’으로 檢 송치

경찰이 차명계좌로 4천억원대의 재산을 빼돌리고 자택 공사에 회사돈을 쓴 혐의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76)을 입건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로 이 회장과 전 삼성그룹 임원 A씨, 삼성물산 임원 B씨, 삼성물산 현장소장 C씨 등 4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삼성일가 주택 공사와 관련한 횡령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 차명계좌가 존재한 정확을 포착해 국세청에서 자료를 확보한 결과, 이 회장 등 삼성그룹 임원들이 임원들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해 조세를 포탈하고 삼성물산 자금으로 삼성일가 주택 수리비용을 대납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과 삼성 그룹 자금담당 임원 A씨는 그룹 임원 72명 명의로 차명계좌 260개를 만들어 자금을 관리하면서 2007~2010년 이 회장이 내야 할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82억원 상당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회장과 삼성물산 임원 B씨와 현장소장 C씨 등 3명은 2008~2014년 이 회장 등 삼성일가 주택 수리비용을 삼성물산(주)의 법인 자금으로 대납해 30여억 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확인 결과 공사비로 지급된 수표는 삼성 전현직 임원 8명 명의에 계좌에서 발행됐다.

경찰은 “이 회장과 삼성그룹 임원 1명(A씨)을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와 관련해 삼성물산 임원 1명(B씨)과 현장소장(C씨)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되, 이 회장은 조사불능으로 시한부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10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心筋) 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해 지난 3년9개월 동안 병상에 있었다.

경찰이 발견한 이들 8명의 계좌는 2008년 삼성특검 당시 발견되지 않은 72명 명의 260개 계좌 중 일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그룹은 2011년 해당 차명계좌를 국세청에 자진 신고해 세금 1300억원을 납부했다. 차명주식은 2014년 즈음 금융실명제법의 벌칙 조항이 신설되면서 모두 이 회장 실명으로 전환됐다.

삼성은 특검 당시 해당 계좌가 드러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분산관리하던 계좌가 워낙 많아 깜박 잊고 일부 자료 제출을 누락했고, 이후 자진신고 할 엄두가 나지 않아 주저하다 2011년 국세청에 자진 신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러나 2011년 국세청에 뒤늦게 신고 했더라도 이 회장과 삼성 그룹 임원들이 조세를 포탈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 측은 차명계좌 자금에 대해 "이병철 회장의 차명재산을 상속받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의를 빌려준 임원들은 경찰에서 "그룹에서 필요하니 신분증 사본을 달라고 해 줬다"고 진술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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