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文정부, 北 조롱에 "공식 입장 낼 것은 없다...대화 자리 마련되기 전엔 그렇게 긴장 끌어올려 왔다"며 딴청
민주당은 한술 더 떠...이해식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반응...그리 놀랄 만한 일이 못 된다"
민경욱 "제1 야당대표에 욕한 정부여당・靑 왜 말 없나...우리 야당은 北보다 못한 존재인가"

북한이 지난 2일 김정은의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다시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하며 공개한 사진. 사진은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된 김정은의 시험사격 지도 모습.
북한이 지난 2일 김정은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다시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하며 공개한 사진. (사진 = 연합뉴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를 두고 ‘바보’ ‘똥’ 등의 비유를 한 북한 외무성 발언에 아직도 침묵하고 있다. 야당 발언에는 ‘막말’이라 몰아붙이던 행보와는 지나치게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문재인 정부는 12일 북한 외무성 담화에 어떠한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북한은 전날(11일) 외무성 담화에서 문재인 정부를 두고 “바보는 클수록 더 큰 바보가 된다고 했는데 바로 남조선 당국자들을 가리켜 하는 말” “똥을 꼿꼿하게 싸서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해 악취가 안 날 것 같은가” “우리 군대의 위력시위사격을 놓고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못해 쩔쩔매며 만사람의 웃음거리가 된 데서 교훈을 찾을 대신 저들이 삐칠 일도 아닌데 쫄딱 나서서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 “청와대의 이러한 작태가 남조선 국민들의 눈에는 안보를 제대로 챙기려는 주인으로 비쳐질지는 몰라도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는 등의 발언을 내놨다.

북한의 이같은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사실상 문 대통령을 겨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역시 6월 27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조미관계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나가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은 제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 측은 이같은 비난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한 적이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공식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며 “북한은 실질적인 협상이나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기 전에는 그렇게 긴장을 끌어올려 왔다”고 했다. 청와대는 최근 들어 이어진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으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왔다.

민주당도 청와대와 비슷한 입장이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11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북한의 단기적인 대응에 흔들림 없이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나아갈 것이다’라는 제목의 브리핑에서 “오늘(11일)이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 첫 날이기 때문에 최근 북한의 군사행동에 비추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반응”이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을 정도인데, 외무성 국장급 담화는 그리 놀랄 만한 일이 못 된다”며 자신들을 향한 비난을 못본 체 했다.

북한 외무성 담화 이후 지적을 이어온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도 “제1 야당대표에게 보수꼴통, 바보, 멍청이, 백치라고 욕을 한 민주당과 정부 여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들으라. 그대들은 왜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는가”라며 “우리 야당은 북한보다도 못한 존재인가? 북한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인 야당보다 더 대우해 줘야 하는 존재인가”라고 정부여당의 사실상의 무대응을 문제삼았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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