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대비 사퇴 종용' 의혹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임에 한상혁 민언련 공동대표 내정
2015년 변호사무실에 "야심성유휘(夜深星逾輝):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 빛난다" 신영복 글귀 걸어놓기도
2017년 MBC 총파업 당시 "방통위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주장 재조명
KBS공영노조 "방통위원장 급히 교체한 이유, 유튜브 단속하기 위한 인사 아닌가 우려"

한상혁(왼쪽)·민병덕 변호사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와 간부, 대표이사 등 6명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고자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MBC는 이달 2일 8시뉴스에서 한 시민단체가 박 시장의 아들 주신씨를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면서 주신씨의 병역 기피 의혹을 보도했다.
지난 2015년 9월 한상혁(왼쪽)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와 간부, 대표이사 등 6명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고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임기를 1년이나 남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돌발적 사의 표명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언론 장악을 위해 사퇴를  종용했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의 후임으로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대표 변호사 및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공동대표(58)를 지명했다.

민언련은 좌파 성향의 언론 시민단체다. 철저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기관의 책임자에 좌파 성향 언론단체의 대표를 지명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인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한 내정자는 2015년 자신의 변호사무실 정면에 한국 좌파 진영의 정신적 대부로 꼽히는 신영복씨가 쓴 '야심성유휘(夜深星逾輝):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 빛난다'는 글귀를 걸어놓았던 것으로 알려져 정치 성향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여당과 방통위가 허위조작정보 대응방안을 두고 각을 세워 오던 중 돌연 임기 3년이 보장된 방통위원장 교체가 이뤄져 독립성을 중시하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기구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내정자는 1961년 대전 출생으로 대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1년 고려대에 입학한 한 내정자는 당시 군사훈련 중 벌어진 시위에 참여, 강제징집돼 제적 처분을 받았다. 이후 1998년 사법시험에 합격 후 2001년 사법연수원(30기)을 수료하면서 40세에 변호사가 됐다.

그는 법무법인 정세에서 일하면서 1997년 당시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가 담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내부 문건을 MBC가 실명으로 보도한 '삼성 X파일 사건'의 MBC 이상호 기자의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2009년에는 MBC 김재철 사장 당시 언론노조의 추천으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가 됐으며, 2015년 민언련 정책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과 미디어오늘 자문변호사 겸 논설위원,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전문위원, 방송위원회 방송발전기금관리위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시청자협의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7년 MBC 총파업 당시 한상혁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의 연예 분야를 다루고 있는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공영방송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한 문제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치권력이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확고한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야 한다. 공정방송이라는 건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고 사회적인 여론을 반영해 비판적 기사도 쓸 수 있는 건데 MBC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MBC)경영진이 F를 선택하라고 강요를 하고 ABCD를 선택할 사람은 아예 업무에서 배제해버리는 상황"이라며 "F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만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방송이 무슨 기능을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15년 민언련은 당시 한상혁 변호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변호사무실 정면에는 야심성유휘(夜深星逾輝)이라는 신영복의 서화가 걸려있다면서 "비상식이 난무하는 세상, 정권에 입맛에 맞게 언론이 장악된 세상. 그러나 따뜻한 위로를 마음에 새기며 더욱 반짝 빛나도록 걸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권에 입맛에 맞게 언론이 장악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한상혁 민언련 대표 내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날 KBS공영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효성 위원장을 급히 내리고 한 변호사로 방통위원장을 교체한 이유는 뭘까"라면서 "유일하게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많이 내는 유튜브를 단속하기 위한 인사가 아닌가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과 통신 등 날로 진화, 발전하는 분야에 생뚱맞게도 굳이 법률가를 수장으로 앉힐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단지 가짜뉴스라는 명목으로 유튜브에 대한 단속과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이 이번 인사의 목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이효성 방통신위원장이 임기 1년여를 남기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부터 8일간 미국 업무 출장계획이 잡혀있다. 한달 뒤 사퇴할 사람이 출장 일정을 왜 잡나"라며 "누군가 이 위원장에 사퇴 종용, 압박한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방통위는 독립기구로 임기는 법으로 3년이 보장된다. 결격사유가 없으면 물러날 이유도 없다"며 "이것도 ‘기승전총(기승전'총선')’인가. 총선을 목표로 하는 사전 정지(整地)작업의 하나인가"라고 지적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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