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미중 사이에서 ‘안보 딜레마’ 빠질 것으로 우려돼

미국의 아시아 지역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은 중국에 대항해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6일(현지시간) 밝혔다.

페루 리마를 방문 중인 볼튼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지난 3일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힌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중국은 이미 수 천 개의 그러한(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중국)은 INF 조약의 일원이 아니어서 자유롭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조약에서 탈퇴한 하나의 이유”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은 2010년 이후 남중국해 인근에서 세계 최초의 대함탄도미사일인 ‘DF-21D’ 등 중거리 미사일 능력을 대폭 강화해왔다.

볼튼 보좌관은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해외에 파병된 미국 장병들과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 등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군사력을 증강하고 위협을 가한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수혜국이 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볼튼 보좌관은 “군사력 배치 문제나 경제 정책에 있어서든지 중국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볼튼 보좌관의 이날 발언은 미중 무역전쟁이 군사안보 충돌로 격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안보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 조야에선 배치 지역으로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괌 등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8~9일 한국을 방문하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우리정부에 미사일 배치문제를 언급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 계획에 대해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푸총 중국 외교부 군비통제사장(국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우방(友邦)이 (미국의 아태지역) 미사일 배치를 용인한다면, 가능한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 사장은 미국의 신형 중거리 미사일 배치 지역으로 한국, 일본, 호주를 직접 언급하며 “미국이 이런 무기를 자국 영토에 배치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콘스탄틴 코사체프 위원장도 지난 5일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유치하는 나라는 러시아의 핵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와 맺은 사거리 500~5500km 지사발사 미사일을 전면 금지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를 지난 2일 종료했다.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현재 한국과 호주 정부는 미사일 배치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6일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한국 배치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면서 “우리 정부는 관련 논의를 한 적도 없고 검토한 적도 없다. 앞으로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지난 5일 “우리에게 그런(미사일 배치) 요청이 없었으며 고려되지도 않았다”며 “향후 그런 요청이 있더라도 거절하겠다”고 했다.

한편 호주와 일본, 한국 등 아시아·대양주 주요 국가들을 순방 중인 에스퍼 장관은 “아직 어느 나라에도 미사일 배치를 요청한 바 없다”며 “실제 배치해서 운용에 들어가려면 수년에 걸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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