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에 대한 지급 규모를 늘리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韓외교부 "공식 협상은 아직이다"
트럼프 발언, 방위비 인상 위한 사전포석일 것...방위비 인상에 대한 미국의 움직임은 계속 감지돼
방위비 50억달러는 한해 주한미군 주둔비용 총액...이를 요구하는 건 지금까지 한국과 맺은 룰을 파기하거나 고치겠다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으로부터 대북(對北) 방어를 위한 ‘상당한 규모(substantially more money)’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수락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분담금 협상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향후 협상을 앞두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기 위한 사전 압박용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트위터에 “미국에 대한 지급 규모를 추가로 늘리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에서 아주 적은 돈을 받아왔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내 요청으로 한국은 9억 9000만달러(1조389억원)를 미국에 지불했다”고 했다.

또한 “한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로 현재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 방어에 기여할 의무를 느끼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아주 좋다”고 강조했다.

방위비 인상에 대한 미국의 움직임은 계속 감지돼 왔다.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에 들어가는 비용이 50억달러이며 한국 정부가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3~24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방한해 외교·안보 당국에 50억달러(6조가량)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은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에 의한 룰을 지켜왔다. 이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5조 1항인 ‘시설·구역을 제외한 미군 경비는 미측이 부담한다’에 예외를 둬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가 경비를 분담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특별협정(SMA)이라 명명됐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한 해 주한미군 주둔비는 총 50억달러다. 볼턴 보좌관을 통해 이 금액을 다 내라고 요구한 게 사실이라면, 기존에 합의한 룰을 완전히 파기하거나 전면 개정해 최대한 액수를 받아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에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이유는 일본과의 내후년 협상을 고려한 점이 크다. 미국과 SMA를 맺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일본은 2016년에 서명한 재일미군주류경비부담에 관한 특별협정(SMA)에 따라 2021년까지 총 87억달러가량의 방위비를 지불한다. 1년에 18억달러 정도다. 미국은 먼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최대한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자고 요구할 수 있다.

8일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은 방한해 9일 정경두 국방부장관을 만난다. 전날 일본을 찾아 아베 신조 총리에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유지해 달라는 뜻을 요구한 만큼, 정경두 장관에게도 비슷한 요청을 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를 본격 거론할 것이 확실시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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