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까다로워 신청자 몰리지 않자 청년수당 예산금 남아...다음 심사 대비해 다 퍼주려는 심산
2년 내에 중위소득 120% 이하인 미취업 청년은 모두 수당 지급 대상
기존 조건에도 부정 사례 차고 넘쳐...하지만 이번 방안에도 부정수급자 대처할 조항 없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이달부터 구직 청년을 대상으로 6개월간 월 50만원씩 지원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청년수당)의 지급 조건을 완화한다. 이로써 더 많은 신청 대상에게 수당 기회가 제공된다. 그러나 기존 조건이 엄격해 신청자가 몰리지 않아 예산금이 남을 것으로 보이자 ‘퍼주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7일 나오고 있다.

고용부는 청년수당 수급자를 선정할 때 우선순위를 적용하지 않고 기본 요건만 충족하면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수급자를 선정할 때 기본 요건 외에도 졸업 이후 미취업 기간과 유사 사업 참여 이력을 점수화해 수당을 차등 지급했다. 그러나 이제 학교를 졸업한 지 2년 내에 중위소득 120% 이하인 미취업 청년은 모두 수당 지급 대상이 된다.

고용부는 "제도 시행 4개월이 지난 현재 우선순위자에 청년수당을 먼저 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제도가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며 "하반기 공채 시즌을 앞두고, 청년들의 구직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청년수당과 관련해 고용부에 책정된 예산은 1582억원이다. 지원액은 체크카드(클린카드)에 포인트 형태로 지급돼 사실상 ‘현금 복지’로 불려 왔다. 하지만 일부 수급자가 지원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례가 드러나 무작정 퍼주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비판이 있었다. 또한, 청년수당 정책에 부정 수급을 막을 근본적인 조항이 없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지난 6월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일부 수급자는 청년수당으로 게임기를 구매하거나 필라테스를 배우고 치아교정을 했다. 또 47만원을 들여 의자를 사거나 50만원 전액을 스마트워치 구입에 쓴 사례도 있었다. 고용부는 이들에게 ‘부실’ 경고를 했을 뿐 이들이 쓴 돈을 돌려받지는 않았다.

고용부가 사용처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규정상 고용부는 한 번에 30만원 이상을 쓰는 경우에만 사용 목적 등 근거를 수급자에게 물을 수 있다. 그나마 한 번 경고하는 게 고작이고, 두 번째에는 한 달 지원금만 막을 뿐이며,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지원금을 중단한다.

하지만 위의 사례는 고용부에서 전국 52개 센터 중 한 곳을 뽑아 230여명을 점검해 본 것이 전부다. 더 많은 지원금이 부정 사용으로 누수됐을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가 이번 발표한 확대 방안에도 부정 수급에 대한 추가 대책은 없었다.

한편 고용부가 지급 대상의 우선순위를 없애는 이유는 다음 예산 심사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조건이 엄격해 신청자가 점점 줄어 올해 예산을 다 쓰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퍼주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책 존립을 위해 세금 누수를 방치하는 셈이어서 더 많은 비판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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