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학자를 ‘친일’, 제자에겐 ‘극우’ 낙인 찍는 조국...이영훈 교수, "조국에 법적 책임 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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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반일종족주의』 저자, 자신의 복직 비판한 내용의 대자보 붙인 서울대 학생들 모두 '부역·매국 친일파'와 '극우'로 몰아
조국 발언에 충격받은 시민들...아무리 정치적 발언이라지만 해도 너무한다며 고개 내저어
"이런 사회분위기에서 상대방을 거듭 '친일매국', '극우'라 지목하는 것은 다분히 폭력적"
이영훈 前 서울대 교수 "조국은 정치가이기 이전에 대학 교수, 연구자, 교육자"...서신논쟁 제안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귀감이 돼서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게 아니라 학자를 ‘친일’로, 제자를 ‘극우’로 몰며 맹비난을 해서다. 당사자들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특히 이영훈 前 서울대 교수는 장문(長文)의 입장문을 내면서 조 전 수석에게 서신논쟁을 제안했다.

조 전 수석은 지난 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반일종족주의』 저자와 이에 동조하는 정치인 및 언론인들을 “부역·매국 친일파”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반일종족주의』에 대해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정통성과 존립근거를 부정하고 일본 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책”,“이런 구역질나는 책”이라고 악평했다.

조 전 수석은 책 내용 중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일절 밝히지 않았다. 그가 공유한 한국일보 양정대 논설위원의 칼럼도 마찬가지다. 낙성대경제연구소의 학자들을 “일본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람들”, “왜곡으로 점철된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핵심 필진” 등으로 인신공격하는 데에만 열중했다. 양 논설위원은 『반일종족주의』를 ‘극우보수’들의 책으로 규정했다.

조 전 수석은 또 서울대학교 캠퍼스 내에 자신의 서울대 교수 복직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을 ‘극우’로 몰았다. 언론에 대서특필되리란 점을 능히 짐작할 수 있음에도 “서울대 안에 태극기부대 같이 극우사상을 가진 학생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이처럼 조 전 수석이 문재인 정부와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들을 향해 내뱉은 일련의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간 거리를 두고 바라보던 시민들조차 조 전 수석이 "해도 너무한다"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

대학에서 서양사를 가르치는 한 교수는 “조 전 수석의 발언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이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발언을 해왔음을 알지만 자신과 다른 결론을 내린 학자들과 자신을 비판한 학생들을 향해 ‘부역·매국 친일파’, ‘극우’라고 낙인찍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조 전 수석처럼 영향력 있는 인사가 요즘처럼 ‘친일’ 딱지 붙이며 기업과 개인들을 응징하는 사회분위기에서 상대방을 더 이상 함께 공존할 수 없는 사람들로 거듭 지목하는 것은 다분히 폭력적”이라고 탄식했다.

전국민 앞에서 조 전 수석으로부터 ‘극우’라 낙인 찍힌 서울대 학생들은 “극우는 나치, 파시즘과 같은 국가 사회주의 또는 민족 사회주의를 말하는데 우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견해 차이를 극우로 매도하는 것은 정치적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여과없이 나타냈다.

특히 『반일종족주의』의 대표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6일 낸 입장문에서 “(조 전 수석이) 대중 정치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대학 교수, 그리고 연구자이자 교육자이기도한데 생각이 다르다고 구역질이 난다든가 격한 욕설로 상대방을 매도하는 것이 연구자와 교육자 사회에서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조 전 수석을 꾸짖으며 “『반일 종족주의』의 어느 대목이 일본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 전 교수는 자신이 독립운동가의 후손임을 밝히면서 “그러한 나를 ‘부역 매국 친일파’로 규정하겠다면, 그에 대한 엄밀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조 전 수석이 헌법정신을 운운한 것에 대해 “집권 초기에 개헌을 시도하면서 우리 헌법에서 '자유'란 두 글자를 삭제하자고 주장했는데 조 전 수석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조 전 수석은 페이스북에서 자신을 “학문과 앙가주망의 변증법”이라 소개했다. 자신의 전공과 민정수석이란 직책이 유리되지 않는다는 합리화였다. 마침 이 전 교수는 “한국 형사·형벌제도사가 근대적으로 정비되는 것은 언제부터인가”라고 형사법 전공의 조 전 수석에게 물으며 서신논쟁을 제안했다. 학자라면 근거를 제시하며 상대방의 주장을 논박해야 하는데, 현란한 정치적 수사로 친일몰이를 해 온 조 전 수석에게 이 시대 최고의 경제사 전문가로 꼽히는 이 전 교수가 정식으로 '학술적 토론'을 제안한 것이다. 조 전 수석이 어떻게 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입장문 全文이다.

<조국 교수에 대한 반론(2019년 8월 6일)>

전 청와대 민정수석인 조국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어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와 동료 연구자들이 출간한『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정통성과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일본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비난하였습니다. 또한 저와 저의 동료 연구자를 “부역 매국 친일파”라고 매도하였습니다.
 
조국 씨는 대중 정치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대학 교수입니다. 연구자이자 교육자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1984년에 대학교수가 되어 2017년 정년 퇴직할 때까지 33년간 대학의 연구실을 누구보다도 충실히 지켜온 사람입니다. 하루 평균, 토요일 일요일을 막론하고 12시간 이상씩 연구실을 지켜 온 사람입니다. 제가 근무한 성균관대학교, 서울대학교에서 토요일 일요일을 막론하고 밤늦게까지 연구실을 지킨 몇 안되는 연구자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사회 밖을 나와서 정치권을 기웃거리거나 정부 산하의 그 흔한 위원회에 초빙되어 참여한 적도 없습니다. 2016년 제가 정년을 하는 마지막 해에 사회통합위원회라는 위원회의 장을 6개월간 맡은 적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정부의 산하기구도 아니거나와 무슨 권한이나 책무가 있어서 활동을 열심히 한 위원회가 아니었습니다.
 
조국 씨가 연구자와 교육자라면 저역시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연구자와 교육자로 살아왔습니다. 그리하여 연구자 상호간에 토론과 비판을 할 때는 지켜야할 금도가 있습니다. 비록 생각이 다르다지만 구역질이 난다든가 격한 욕설로 상대방을 매도하는 것이 연구자와 교육자 사회에서 있었는지 저는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국 씨는 그 말버릇을 어디서 배웠습니까?
 
평생 비정치적으로 연구실을 지켜온 사람을 “부역 매국 친일파”라고 매도하였습니다. 대한제국이 망할 때 그에 협조하거나 귀족의 칭호를 받거나 독립운동을 방해하거나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거나 총독부 권력에 빌붙어 일신과 일족의 영달을 추구한 사람을 “부역 매국 친일파”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1951년생으로서 친일파가 활동한 그러한 역사와 전혀 무관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조상을 둔 사람도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입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내무장관으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임시정부를 사실상 지켜온 차이석 선생은 저의 외증조부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독립운동가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자라온 사람입니다.
 
그러한 저를 “부역 매국 친일파”로 규정하겠다면, 그에 대한 엄밀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연구자로서 조국 씨는 용어의 사용에 스스로 엄격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조국 씨는 해방 후에 태어나 21세기를 사는 한국인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조건을 갖추면 “부역매국 친일파”가 되는지를 명확히 밝혀 주길 바랍니다.
 
조국 씨는 우리의 책『반일 종족주의』가 우리의 헌법정신을 비난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저는 과연 조국 씨가 저에 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국 씨는 제가 쓴 대한민국 이야기, 대한민국역사, 그리고 한국경제사라는 책을 읽어보았습니까? 이승만학당에서 이루어지는 제반 교실강의와 영상강의가 어떠한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는지를 알고나 있습니까? 한마디로 이 나라 대한민국은 1948년 자유인의 공화국으로 건립되었습니다. 헌법 전문이 명시하고 있듯이 자유민주적 질서를 국가의 기본 토대로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지난 30년간 민주화시대에, 이른바 민주세력이, 좌파 급진세력이 이 점을 무시하거나 왜곡함으로써 나라의 국가정체성이 크게 흔들리고 국가체제의 위기가 초래된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저의 저작과 강의는 일관되게 이 나라 대한민국은 건국대통령이 이승만이 밝힌 대로 개인의 근본적(천부적) 자유에 기초해 건립되었음을 강조해 왔습니다. 최근에 출간한
『반일 종족주의』도 바로 그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결론 장에서 그 점을 힘주어 눈물겹게 강조했습니다.
 
조국 씨가 말하는 우리나라의 헌법정신을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현 문재인정부 집권세력은 집권 초기에 개헌을 시도하면 우리의 헌법에서 '자유' 두 글 자를 삭제하자고 주장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조국 씨의 입장은 어떠합니까?  마침 이번 기회가 매우 적절하여 묻습니다. 이 나라는 개인의 근본적 자유에 입각하여 세워진 나라가 아닙니까. 우리 책이 바로 그 점을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답해 주길 바랍니다.
 
조국 씨는 우리 책이 일본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고 했습니다. 조국 씨는 우리 책의 어느 대목이 그러한 지를 분명히 밝히기를 바랍니다. 피징용자의 임금 문제와 관련한 이우연 씨의 논문을 살펴봅시다. 조선인 피징용자는 성과금에 따라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이우연 박사가 3년 전에 그 논문을 썼을 때, 일본정부가 놀랐습니다. 일본정부는 이우연 박사를 초청하여 설명을 듣기도 하고 논문을 영역하여 국제기구에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일본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복하여 인용한 것이 아니라, 연구자로서 새로운 자료를 개발하여 일본정부조차 알지 못하는 새로운 연구성과를 창의적으로 제출하였던 것입니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일본정부가 독도를 자신의 고유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책에서 일본정부 주장의 진위를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국정부가 독도를 역사적으로 자신의 고유영토라고 주장한 그 주장의 진위를 검토하였습니다. 저의 논리, 실증, 그리고 결론은 한국 내에서 초유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창발적인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일본정부는 아마도 저의 논문을 통해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조국 씨에게 다시 요구합니다. 우리의 책『반일 종족주의』의 어느 대목이 일본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 지를 분명히 밝히길 바랍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조국 씨는 저와 동료의 연구자로서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였으며, 그것은 그에 합당한 책임이 추궁될 수 있는 범죄임을 확인해 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 조국에게 묻습니다. 법학을 전공하시니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금방 대답할 수 있는 쉬운 문제입니다. 근대 사회, 근대 문명의 성립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지표는 법학적 표현을 빌리자면 “사적 자치의 주체”로서 개인의 성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법률의 역사에서 사적 자치의 주체로서 개인이 탄생한 것은 언제 어느 법률에 의해서 입니까? 저는 경제사 연구자이지만 이 문제는 경제사와 관련해서도 너무나 중요한 문제라 나름대로 천착했으며, 그 결과를 한국경제사에서 서술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법학 교수로서 조국 씨가 이 문제를 회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대답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대답을 두고 다시 한 번 학술적으로 진지한 논쟁을 벌일 수 있기를 고대해 마지 않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조국 교수의 전공분야는 형사법이군요. 그래서 묻습니다. 한국에서 형사제도, 형법제도가 근대화하는 것은 언제의 일입니까? 모를 리가 없는 문제이지요.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하여 한 가지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도면회 교수가 2014년에서 출간한 『한국근대형사재판제도사』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1894년 갑오경장으로 형사제도가 형식적으로 근대화하지만 이후 보수 반동화하여 자의적 재판과 가혹한 형벌을 일삼으로써 민중의 생명과 권리를 지켜주지 못했으며, 이에 대한제국이 패망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한국 민중은 일제에 항쟁하지 않았으며, 나아가 일제가 정비한 근대적인 형사재판제도에 기대까지 하였다는 내용입니다. 결론적으로 도면회 교수는 우리나라의 근대는 ‘자주적 근대’와 ‘식민지적 근대’가 단절적이라기보다 연속적이라는 다시 말해 상호 배타적이라기보다 융합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이 책은 이 방면에 관해 가장 유명한 책이므로 형사법을 연구하는 조국 교수가 이를 읽지 않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현재의 연구수준을 대변하는 이 책에 대한 조국 교수의 생각을 밝혀주길 바랍니다. 제가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조국 교수가 우리 책을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사의 근대화 과정이 지니는 비극성, 복잡성, 자주성, 식민지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지성인이라면 도저히 우리 책을 두고 그렇게까지 천박한 욕설을 퍼부울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얼핏 이 사람이 과연 한국형사제도의 근대화과정을 밝힌 도면회 교수의 책을 읽기나 한 것인가, 혹시 안 읽은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과연 형\사법 전공자라고 할 수 있는가, 혹 읽고 그에 공감하였다면, 그와 맥락을 같이하는 우리 책을 두고 이렇게 까지 극단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가지 질문을 하였습니다. 한국 법률의 역사에서 사적 자치의 주체의 탄생을 알리는 근대는 언제부터였습니까? 한국 형사·형벌제도사가 근대적으로 정비되는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그대가 진정 연구자로서 교수라면 이 질문을 비켜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대는 부지불식간에 경박한 손가락질 페이스북 놀음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가장 논쟁적인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연구자라면 진중하게 형식을 갖춘 길거나 짧은 글로서 대답하지 않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 대답을 듣고 저는 논쟁의 제2라운드를 펼칠 예정입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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