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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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성교회 부자(父子)간 목회 승계가 교단으로부터 무효 판정을 받았다. 지난 2017년 3월 19일 공동의회(명성교회)에서 청빙 결의를 한 후 약 2년 5개월 만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하 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국장 강흥구 목사)은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 원로목사(74)의 아들 김하나 위임목사(46)의 담임목사직 청빙에 대해 무효라고 6일 판결했다.

예장 통합 재판국은 당초 전날 오후 7시께 재판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심리가 길어지며 자정께 판결이 나왔다.

앞서 2017년 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은 김 목사의 담임목사직 청빙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서울동남노회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 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이들이 판결에 반발해 재심을 신청했다.

청빙은 교회법에서 개교회나 총회산하 기관이 목사를 구하는 행위다.

지난달 16일 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은 이 신청에 대해 재심을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날로 미뤘다.

앞서 교회 측은 김삼환 목사를 2015년 12월 27일 원로목사로 추대했지만, 바로 그의 후임을 청빙하지 못하고 임시당회장 체제를 유지했다. 그리고 약 1년 3개월이 지나, 당시 새노래명성교회를 담임하고 있던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했다.

김하나 목사는 당초 명성교회의 이 같은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결국 명성교회 위임목사가 됐다.

이후 교계 안팎에서 이 같은 교회 측 결정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교회 측은 “교인들의 민주적 의사결정”이라는 견해를 내놓았지만, “교단 법을 어긴 부자 간 세습”이라는 저항이 나왔다.

이처럼 명성교회 청빙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배경에는 이른바 '세습 방지법'이라 불리는 '교단 헌법 제28조 6항 1호'가 있다. 자립대상(미자립)교회가 아니라면,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를 위임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제기하는 세습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며 “정당한 목회 ‘승계’”라는 주장도 나온다. 등록 교인 75%의 찬성으로 청빙된 것을 세습으로 프레임을 씌어 교회를 공격한다는 주장이다.

또 명성교회 측은 김 원로목사가 은퇴하고 2년이 흘러 김하나 목사가 취임했으니 세습으로 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번 재판국의 판결에 따라 명성교회는 교회가 속한 예장의 서울동남노회 지휘 아래 담임목사를 새로 청빙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명성교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와 일각에선 교단 탈퇴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원로목사가 1980년 세운 명성교회는 등록 교인만 10만명에 달하는 예장 통합의 대표적인 대형교회다. 김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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