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유승민 정조준 "한국당 혼자 가라"…劉 "허위사실 사과 요구"
비당권파 '지도부 검증' 강행…당권파 "더는 같이 갈 수 없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

 

손학규 대표의 거취를 놓고 반쪽으로 쪼개진 바른미래당이 이제 '진흙탕 결별' 수순으로 치닫고 있다.

당권파 수장인 손 대표와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바른정당계 수장 격인 유승민 의원이 5일 장외에서 정면충돌한 것을 계기로 양측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의원 등 바른정당계를 향해 "자유한국당으로 가시려면 혼자 가시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특히 유 의원을 겨냥, "바른정당계가 손학규의 퇴진을 이토록 요구하는 이유는 분명해졌다"며 "개혁보수로 잘 포장해 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손 대표의 작심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는 손 대표가 비당권파 측에 '최후통첩'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자 유 의원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손 대표가 허위사실로 저를 비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맞받았다.

나아가 유 의원은 손 대표의 측근인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과의 지난 7월 7일 만남을 거론하며 "주 전 위원장은 '혁신위가 패스트트랙 거부를 의원총회로 넘길 테니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거부를 결정하면 손 대표가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고, 저는 만류했다"고 공개했다.

유 의원은 "또한 주 전 위원장이 '한국당까지 포함하는 야권 개편을 혁신위가 추진하겠다'고 했고, 저는 '야권 재편은 혁신위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비당권파인 오신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손 대표가 '바른정당계와 한국당의 통합'을 거론한 데 대해 "있지도 않은 내용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본인의 궁색한 처지를 돌파하기 위한 꼼수 정치"라고 가세했다.

안철수계인 김철근 전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손 대표는 바른정당계 세력을 몰아내고 민주평화당 일부를 흡수하거나 통합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비당권파 인사들만 남은 혁신위원회는 당권파의 강력한 반대에도 이날 오후부터 오 원내대표와 권은희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지도부 공개검증'을 강행했다.

'지도부 공개검증'은 혁신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의결한 안건에 따른 것으로, 손 대표를 포함한 당권파 최고위원 4명이 응하지 않기로 하면서 '비당권파만의 행사'로 치러졌다.

실제 이날 공개검증은 손 대표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오 원내대표는 "현시점에서 보면 바른미래당은 실패했다고 본다"고 진단한 뒤 "당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해체하고, 새롭게 그 위에서 자강의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손 대표가 자리를) 내려놓는 길이 승리하는 길"이라며 손 대표의 사퇴를 수차례 촉구했다.

이어 검증대에 오른 권은희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말 뿐의 자강'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누가 믿고 가겠느냐"고 말했다.

혁신위는 오는 6일 하태경·이준석·김수민 최고위원에 대한 공개검증을 한 뒤 7∼9일 당원과 국민을 상대로 검증에 대한 평가를 설문한다.

이에 당권파는 혁신위의 지도부 검증안이 최고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만큼 '무효'라는 입장이다. 지도부 검증에 필요한 인력 및 경비를 일절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한 당권파 의원은 "남의 집안 잔치에 불과하다.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며 "어쨌든 우리(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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