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만에 1000원이 넘는 최저시급 대폭 인상의 여파로 지난 1월 한 달 간 비(非)숙련 아르바이트 직종의 일자리가 전년대비 14%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여당이 일부 언론의 사실상 '가짜 통계'를 인용하면서까지 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 부작용이 없다고 강변했지만 이를 정면 반박하는 실증적 통계가 나온 셈이다. '법정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숙련 일자리 감소'는 경제학 원론 교과서 등에서도 지적하는 상식이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은 7일 올해 1월 편의점 구인광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커피 전문점 구인 공고가 14.2%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체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가 2.8% 줄어든데 비해 최저임금 수준 근로자가 많은 편의점과 커피 전문점의 낙폭이 컸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고용주가 근로자는 물론 근무 시간도 줄이는 정황도 나타났다.

알바천국이 지난해 12월 21~29일 회원 14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16.9%가 '작년 7월 최저임금 인상 폭이 발표된 이후 고용주가 근무 시간을 줄였다'고 답했다. 

또 9%는 '발표 이후 아르바이트에서 해고됐다'고 답했다. 근로시간이 줄거나 해고되는 식으로 소득 감소를 경험한 비숙련 근로자 응답자가 4분의1을 넘는 것이다.

응답자의 72%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우려되는 상황이 '있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응답이 33.3%로 가장 많았고, '갑작스러운 해고나 근무 시간 단축 통보(20.2%)'를 우려하는 답변이 그 다음이었다.

아르바이트 고용이 줄어들고 있는 동시에 일부 편의점주들은 점포 운영을 포기하거나 점포수를 줄이고 있어, 편의점 순증(개점수에서 폐점수를 뺀 순수 증가 점포)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도 한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편의점 '빅5' 점포수는 지난 1월말 기준 3만9572개로 2016년말(3만4252개)에 비해 15.5%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 발표 후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국내 5대 편의점의 점포 순증은 2017년 1월 802개로 전월대비 2.38% 늘었지만 올해 1월에는 293개로 전월대비 0.74%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날 조선일보는 보도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자세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폐점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재계약을 포기하는 점주들이 많아 점포 순증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편의점 업계 관계자 전언을 실었다.

한편 전날(6일) 2월 임시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 등은 한겨레 신문이 '최저임금 노동자 80%, 가족 생계 책임졌다'는 보도에 인용한 '한국노동연구원' 통계를 거론하며 최저시급 인상의 당위성을 강변했다. 

앞서 한겨레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거나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가구 안에서 보조 소득원이라기보다 핵심 소득원일 때가 훨씬 많고,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근로빈곤 가구의 안정적 생계 유지를 위해 그만큼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최저시급 인상의 수혜자가 대부분 '용돈벌이'가 필요한 계층이 아니라 가구 소득을 책임지는 가장이라는 것으로, 정부·여당이 이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그러나 PenN 취재결과 한국노동연구원은 "한겨레에 그런 통계자료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병태 KAIST 교수도 "최저임금이 빈곤 퇴치에 중요한 수단이냐를 판단할 때, 수혜자가 빈곤 가정(가계 소득분위로 판단)에 속할 확률이 얼마냐로 따진다"며 "이를 가구주·배우자로 교묘히 바꾸어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유효한 수단인 것처럼 혹세무민을 한다"고 비판했다. 가구의 '총 소득'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소득원으로 나누어 가구주와 배우자일 확률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가구주와 배우자일 확률이 무슨 의미가 있나. 100억대 자산가로 임대 수입이 억대있는 노인이 한 두 시간 봉사성 일을하고 최저임금을 받아도 핵심소득원으로 분류되어 통계에 잡힌다"며 정작 월소득이 아닌 자산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통계 허점도 짚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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