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사장 최승호)가 별다른 근거 없이 임기가 남아있는 해외 특파원 전원에 일방적으로 복귀명령을 내려 논란인 가운데, MBC 강모 도쿄특파원이 이와 관련해 사내(社內) 인트라넷에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사장님께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어본다”며 서두를 시작했다. 이어 “궁금한 점이 있어서 질문드리고자 한다”며 특파원 복귀 명령과 관련 ▲평가 기준 ▲정권이 특파원 임기에 미치는 영향 ▲특파원 제도 개혁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으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알고 싶다. 임기축소가 됐다는 일방적인 통보만 받고, 이의신청 절차도 없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두 번째로는 정권에 따라 특파원이 일제히 바뀌면, 특파원이 정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세 번째로는 특파원 제도 개혁 시 일반적으로 업무추진비, 지사운영비, 교통비, 경비 등을 먼저 줄이고 마지막에 특파원의 수를 줄이는데, 특파원 일제 복귀명령은 “누가 보더라도 선뜻 이해가 안 간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1노조 선후배들과 동료들이 농성할 당시 특파원 체재비까지 받아가면서 살았으면 조용히 있지 무슨 글을 쓰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한편, “회사와 뉴스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파업에 참가하지 않을 자유가 직장에서 보장되고, 팩트와 저널리즘에 비춰 부끄럽지 않다면 선후배로 서로를 존중하는 다양성이 살아있는 직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옛날 사람들이 못마땅하더라도 그들이 현 정부의 잘못한 점을 팩트로 지적한다면 그리고 저널리즘으로 합당한 문제제기라면 받아들이는 열린사회가 우리 직장이었으면 한다”고 희망사항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새 경영진이) 힘이 있을 때 다양성을 인정하며 공존하는 체제로 회사를 바꿔주셨으면 한다”며 “사람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끝을 맺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 이하 전문 -

사장님께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특파원 전원복귀명령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궁금한 점이 있어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하나는 사장님이 부임해 오시자마자 열흘쯤 지나 특파원 전원에 대한 평가위원회가 열렸습니다. 2017년 하반기에는 전 사원 인사평가조차 '불공정' 우려 때문에 보류시키면서 특파원 전원에 대해 갑자기 평가를 하셨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임기축소가 되었다는 말만 일방적으로 통보받았고 이의신청 절차도 없었습니다.

둘째는 회사 홍보국이 특파원의 임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만 사규에 '3년이 원칙' 모집공고에 '2년이 원칙이고 1년+1년+1년 연장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차치하고 같이 간 가족들이나 식구들을 생각하더라도 특파원이 조기소환이라는 압박 속에서 근무를 하는 것이 결국은 사장님과 보도국장님 보도본부장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기 때문에 특파원은 임기가 보장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정권이 바뀌면 항상 특파원도 전 정권 때 사장이 보낸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제히 바뀌어야 하는 것인지요?

세 번째 질문은 특파원 제도 개혁과 관련한 것입니다. 특파원 제도에 고비용 구조가 있는 것은 맞습니다만 도쿄의 다른 방송사나 신문사들은 특파원의 업무추진비, 지사운영비, 교통비, 차량 경비 등을 먼저 줄인 뒤에 그래도 안 되면 사무실과 직원을 줄이고, 마지막에 특파원의 수를 줄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다른 모든 제도는 그대로 두고 특파원부터 일제히 소환했습니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물론 1노조 선후배들과 동료들 중에는 월급 못 받고 차가운 바닥에 앉아 농성할 때 특파원 체재비까지 받아가면서 살았으면 조용히 있지 무슨 글을 쓰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회사와 뉴스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파업에 참가하지 않을 자유가 직장에서 보장되고,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도 팩트와 저널리즘에 비춰 부끄럽지 않다면 선후배로 서로를 존중하는 다양성이 살아있는 직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사람들이 못마땅하더라도 그들이 현 정부의 잘못한 점을 팩트로 지적한다면 그리고 저널리즘적으로 합당한 문제제기라면 받아들이는 열린사회가 우리 직장이었으면 합니다.

물론 사장님이나 보도본부장님도 특파원들은 그럴 말 할 자격이 없다. 지금까지 전 사장 때 간부들이 사원들을 괴롭힌 것을 생각하면 먼 훗날이나 가능한 일이다 라면서 황당해 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힘이 있을 때 다양성을 인정하며 공존하는 체제로 회사를 바꿔 주셨으면 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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