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취재진, 『반일종족주의』 공동저자 이영훈 교수댁 인근에 대기하다 기습 취재 강행
수차례 취재 거부 의사 무시하고 무단 촬영...초상권 침해하고 인터뷰 강행, 일상영역 침범한 폭압적 취재
책도 읽어보지 않고 악의적 질문 반복...법적·도덕적으로 한 개인 훼손시킬 만한 단서 찾아내려는 저급한 의도 엿보여
사생활 노출시켜 방송 공개하는 건 취재 아닌 테러...저자 심리 위축시키고 사상의 자유 억압하는 것

『반일종족주의』 공동저자 이영훈 교수.

『반일종족주의』의 공동저자 이영훈 교수가 일요일인 4일 이른 아침 자택 앞에서 MBC 기자로부터 폭압적 취재를 당하는 우려스러운 사태가 벌어졌다. 사전에 허락받지 않은 이 취재는 MBC 기자가 이른 아침부터 이 교수의 자택 인근에 대기하고 있다가 밖으로 나온 이 교수를 향해 기습적으로 접근해 질문 공세를 펼치는 식으로 행해졌다.

장기간의 사료 조사와 연구 끝에 나온 학술적 내용의 책에 대한 정식 인터뷰가 아니라 밀고 당기는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의도된 인터뷰였다. 주말의 이른 아침에 느닷없이 자택 근처 길거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 무조건 내 질문에 답하라며 '시빗거리'를 찾는 듯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혀 예상도 못하고 준비도 안 된 개인 앞에 공중파 방송의 카메라를 들이대며 답변을 강요한 것이다.  공영방송의 기자라는 직위와 공중파 방송의 영향력을 이용한 협박 행위이자, 개인의 일상영역을 침범한 폭력적 취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30분경 이영훈 교수는 연구소로 출근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를 나와 지하철로 통하는 골목길로 나섰다. 폭 5미터쯤 되는 좁은 골목길이었고, 주말 오전이라 인적은 드물었다. 그때 인근에 있던 MBC 스트레이트의 박모 기자가 돌연 나타나 이 교수를 향해 마이크를 들이밀며 인터뷰를 강요했다. 이미 박 기자 옆에 있던 PD는 이 교수의 얼굴을 촬영하고 있었다. 취재에 대한 양해를 구하거나 하는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카메라부터 들이댄 것이다.

MBC 취재진이 이영훈 교수 상대로 기습 취재를 벌인 현장.
MBC 취재진이 이영훈 교수 상대로 기습 취재를 벌인 현장.

이 교수는 이런 식의 취재에 응할 수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하지만 박 기자와 PD는 이 교수의 의사를 무시하고 카메라를 작동하며 50미터쯤 이 교수 뒤를 집요하게 쫓아왔다. 그러면서 이 교수에게 “왜 정대협(前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現정의기억연대)에는 공개토론을 제기해놓고 MBC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교수는 “내가 정대협에 공개토론을 요청했다고 해서 MBC에도 똑같이 요청할 의무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인터뷰에 응할 수 없음을 거듭 밝혔다.

이에 박 기자는 “MBC는 공영방송이다”라고 했고, 이 교수는 “나는 MBC가 공영방송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이미 MBC ‘스트레이트’에선 일주일 전 나에 대한 왜곡보도를 강행했다”면서 “이렇게 기습 취재하고 촬영하는 건 내 인격권에 대한 침해다”라며 인터뷰 중단을 요청했다. 이유없이 촬영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주지시킨 것이다.

하지만 박 기자는 받아들이지 않으며 “과거에 이 교수가 위안부 생존자들에게 사과해놓고, 지금 와서 입장을 번복해 ‘위안부 희생자들이 자발적으로 매춘했다’고 책에 표현한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다. 박 기자의 질문은 15년 전의 일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반일종족주의』

이 교수는 이날 펜 앤드 마이크와 통화에서 박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은  “『반일종족주의』에 자세히 서술해뒀다”고 말했다. 박 기자의 질문은 이 교수의 책을 읽었다면 나올 수 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박 기자는 책을 읽었다고 주장하며 입장을 번복한 이유를 재차 물었고, 이 교수는 인터뷰 중단을 서너 차례 요청했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따라붙자 이 교수는 자신의 얼굴을 향한 마이크를 밀쳐낸 뒤 박 기자의 뺨을 때렸다.

박 기자는 곧 “지금 내게 폭력을 행사했다.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반발했다. 이 교수는 “나도 권리를 주장하겠다. 이런 식의 취재 자체가 폭력이다. 내 행동은 정당방위다”라고 응했다.

소란이 정리된 후 이 교수는 “나는 책에다 위안부에 관해 자세히 서술해뒀다. 기자 당신이 내 책을 읽었다면 이런 질문은 하지 않을 테니, 당신이 내 책을 읽었다는 건 거짓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MBC가 책을 읽고 문제가 있으면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공개 토론회에 초청해 진행할 일이지 갑자기 찾아와 사람의 일상을 침범하고 초상을 침해하면서 무슨 요구를 하느냐”고 밝혔다.

이에 박 기자가 “살아 있는 위안부 생존자들의 증언을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 교수는 “위안부들이 모두 몇 명이었는지 아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기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 교수는 “나는 3,500명 정도라고 책에 언급해뒀다”며 “책을 읽고도 이 중요한 부분을 잊어버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생존 위안부들이 그 모두를 대변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나는 이 점을 책에 제시했는데 읽지도 않고 질문하면 그게 인터뷰가 되겠는가”라고 반박했다.

박 기자는 “방송은 그런 학술적 토론이 아니더라도 시민을 위해서라도 질문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시민을 얕보지 마라. 시민에게도 지성의 방송이 요구된다. 지성의 방송을 준비해서 공개토론이나 인터뷰 공문을 정식으로 보내라. 그러면 이승만 학당이 준비해서 응하겠다. 길거리에서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박 기자는 경찰서에 같이 가자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갈 필요 없다. 당신들이 다 촬영했다. 알아서 하라. 난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주변에 숨어 있다가 불쑥 인터뷰하는 것도 법을 위반한 행위다. 당신들 내게 오늘 심각한 위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이후 박 기자는 인터뷰를 마친다고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헤어지고 나서 기자는 어디론가 급하게 통화를 거는 모습이었다.

김기수 변호사는 이 교수가 겪은 MBC 취재를 두고 엄연한 업무방해죄이자 사생활 및 초상권 침해라는 법리적 해석을 내놓았다.

형법 제314조에 따르면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고 혼란시켜 억압하는 방법이라면 범죄에 속한다. 여기엔 피해자가 업무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하기에 족한 일정한 상태를 만들어 위해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MBC 취재진이 이 교수의 의사를 무시하고 겁박하며 초상권을 침해하는 인터뷰를 강행한 점이 해당한다.

또한 형법 316조·317조 등 규정을 종합하면, 사람에겐 누구나 신체적 특징을 함부로 촬영 또한 묘사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러한 촬영이 공개된 장소에서 벌어졌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음이 법률에 고시돼 있다. 아울러 사람은 누구나 개인의 사생활이 비밀로서 보호돼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결국 이날의 기습 취재는 MBC가 MBC 취재 간부들과 다른 견해를 밝혀온 이 교수의 일상 영역을 침범해 법적·도덕적으로 한 개인을 훼손할 만한 단서를 찾아내려는 저급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김 변호사는 밝혔다. 그리고 “MBC 기자가 이 교수 자택 근처에 숨어 있다가 출근길에 나선 이 교수를 붙잡고 취재에 나선 것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이 교수가 MBC 기자의 뺨을 때리긴 했지만, 일요일 아침부터 뒷조사하듯 행동하고 허락 없이 얼굴을 촬영해 불쾌감을 유발한 기자에게도 귀책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행동이 과잉방위인지는 법적으로 따져봐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당방위에 속한다는 얘기였다.

아울러 카메라 뒤에 숨어 인격을 가진 '자연인'의 초상권을 침해하고 사생활을 노출시켜 방송에 공개하려는 것은, 저자(著者)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해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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