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의 ‘프레임’ 전쟁 : ‘친일’ ‘제2의 독립운동’ 그리고 '광복과 평화'
‘프레임’, ‘세상을 보는 방식을 결정하는 언어를 통해 형성된 사고 체계’
문 대통령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민주당, ‘제2의 독립운동’ 선포
‘제2의 독립운동’ 프레임, 감성적이며 국민의 정서 코드에 맞추는 접근
내년 4월 총선 앞두고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평화 회담 열린다면 ‘친일-제2의 독립운동-광복·평화’ 프레임 시리즈 완성
보수 진영, 좌파 진영發 프레임 전쟁을 위한 준비는 되어 있나

차광명 펜앤드마이크 기자

언어사회학적 의미의 ‘프레임(Frame, 틀 또는 뼈대)’은 우리가 대상 또는 개념을 접할 때 사용되는 ‘인식의 틀’이다.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프레임을 ‘세상을 보는 방식을 결정하는 언어를 통해 형성된 사고 체계’라고 정의한다. 즉 어떤 프레임을 갖느냐에 따라 우리가 사회적 현상을 보고 이해하는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다.

‘프레임’은 정치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치적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프레임’은 유용한 도구이다. 전략적으로 잘 ‘세팅’되거나 ‘씌워진’ 프레임은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여 선거 등의 정치적 승리에 기여한다.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프레임’은 깨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반박할수록 그 ‘프레임’ 속에 갇혀버리고 만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친일 프레임’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반박하기도 곤란한 ‘프레임’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좌파 진영은 2020년 4월 총선을 겨냥해 ‘친일(親日) vs 반일(反日)’ 구도를 형성하고, 보수 세력에 ‘친일 프레임’을 씌워 총선에서 이기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한국 제외 조치와 관련 국회에서 일본 규탄대회를 열고, ‘제2의 독립운동’을 각오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친일’에 이어 ‘제2의 독립운동’ 프레임이 런칭된 것이다.

기자는 「민주당의 도 넘은 '親日 프레임' 공세...기승전-'친일', 여당의 '저질 총선전략' 아닌가? (2019.07.25.)」 기사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묘사했다. 예상한 것보다 일찍 나왔으나 예측 가능한 전략이다. 감성적이며 국민의 정서 코드에 맞추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좌파의 강점 중 하나는 국민의 감성을 잘 읽고 국민의 정서를 꿰뚫는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친일’이나 ‘제2의 독립운동’ 프레임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미래에 해로운 정치적 권모술수(權謀術數)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차가운 마키아벨리(Machiavelli)적 ‘리얼폴리틱(Realpolitik)' 관점에서 볼 때 ‘제2의 독립운동’ 프레임은 탁월한 정치적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식민지 시절처럼 독립운동에 방해가 되는 세력은 모두 청산해야 할 ‘적폐세력’이 되는 것이 그 이유다. 

과거에 집착하며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홍보에 대대적인 공을 들이고 있는 현 정권의 행보를 보면 다음에 나타날 프레임을 예상할 수 있다. ‘광복과 평화’ 프레임이다.

여당을 비롯한 좌파 진영은 현재의 경제 위기 상황을 정치적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과 경제 ‘전면전’을 선포했다. 내년 4월에 있을 제21차 총선까지 이 전선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의 희생과 국민들의 힘겨운 생활고는 묻히고, 좌파 진영의 투쟁은 '아름답게' 묘사될 것이다. 만약 미국의 중재나 한일 간 양자외교로 무역 분쟁이 어느 정도 해결된다면 현 정권은 자기들이 일본을 이겼고, ‘제2의 독립운동’ 끝에 ‘제2의 해방’을 맞이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1945년 광복 직후 한반도는 혼란했고,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했다. 좌파 진영의 핵심 두뇌들은 이 비극적 역사와는 달리 ‘제2의 해방’ 이후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고 국민들에게 선전하길 바랄 것이다. 여기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018년 지방선거 하루 전에 그랬듯이 서울이나 판문점 또는 평양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이 이뤄지거나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일·러·중 6자 평화 회담이 열린다면 총선 결과는 명약관화(明若觀火)다. ‘친일-제2의 독립운동-광복·평화’ 프레임 시리즈가 완성되는 것이다.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길은 프레임을 초월하거나 프레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석하고 치밀한 전략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필요하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보수 정당들 나아가 보수 진영에게 묻고 싶다. 좌파 진영發 프레임 전쟁을 위한 준비는 되어 있는가? 이 난국을 헤쳐나갈 전략가는 있는가?

차광명 정치팀장 ckm181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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