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 여권 독단적 운영 가능한 규정 만들어...KBS 공영노조 "독재도 이런 독재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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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 ‘의장의 퇴장명령권’, 상정된 안건 종료 요구하는 '보조동의안 제출' 규정 신설
KBS 소수이사 "의장은 언제든지 편파적인 진행을 할 수 있다...견제 필요"
"소수이사들, 의장의 의사에 따라 바로 이사회장에서 쫓겨날 신세로 추락"

KBS 야권 추천 이사들의 반대 속 일방적으로 진행된 KBS 이사회에서 방송법과 정관의 위임범위를 넘어선 월권조항이 포함된 ‘이사회 운영규정 개정안’이 통과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 31일 KBS 이사회는 ‘이사가 의장의 의사진행을 방해할 경우 퇴장을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사회 규정 21조가 신설했다.

해당 규정에 따라 KBS 이사회는 새 규정을 만들거나 심의, 의결하는 과정에서 의장(이사장)에 판단에 따라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즉, 이사회 중 소수이사인 야권 추천 이사들이 다수이사의 의견에 강하게 반발할 경우 다수이사 중 한 명인 이사장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반대 의견의 이사들을 쫓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또한 이날 이사회에서는 상정된 안건에 대해 연기, 변경, 종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보조동의안 제출' 조항도 통과됐다. 지난달 10일 열린 이사회 긴급 의안으로 ‘시사기획 창’ 관련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당일 소수이사를 제외한 전원이 다수결로 상정을 무산시킨 바 있다.

KBS 소수이사들은 수차례에 걸쳐 이사회운영규정 개정안의 부당성을 지적했고, 다양한 형태의 보완작업을 거치는 절차와 이사회 내부의 전체 독회가 끝나면 논란 조항에 대해 소위원회를 만들어 축조심의할 것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수이사들은 "의장은 언제든지 편파적인 진행을 할 수 있으며, 이를 견제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소수이사들은 이를 견제하려다가 의장의 의사에 따라 바로 이사회장에서 쫓겨날 신세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또한 "방송법에서 동등한 이사 지위를 부여받은 이사들끼리, 누가 누구에게 퇴장을 명령한다는 말인가"라며 "문제가 있으면 정회를 하고 이견을 조정한 다음 원만한 의사진행을 하는 게 정상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다수이사들의 머리 속에는 회의 도중에 꼭 상대방을 쫓아내야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같은 독재적 발상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1일 KBS 공영노조는 'KBS 이사회, 여권 독단적 운영 제도 만들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렇게 해서 KBS 이사회는 야권이사들이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토론을 종결시켜 버리거나, 퇴장 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독재도 이런 독재가 어디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이하 KBS 소수이사 성명 全文-

[2019.8.1. KBS 소수이사 성명] 소수이사 목소리를 막아서 어쩌려는 것일까요?

오늘 우리 3인의 KBS 소수이사들은 비통한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어제(7월 31일) KBS이사회에서 다수이사들은 소수이사들의 반대 속에 일방적으로 이사회운영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사회운영규정 개정안은 방송법과 정관의 위임범위를 넘어선 월권조항 논란이 있는데다 소수이사들에 대한 압박조항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새로 신설된 21조가 대표적입니다. 이사가 의장의 의사 진행을 방해할 경우 퇴장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의장의 퇴장명령권’이 버젓이 이사회운영규정으로 들어갔습니다. 의장은 언제든지 편파적인 진행을 할 수 있으며, 이를 견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소수이사들은 이를 견제하려다가 의장의 의사에 따라 바로 이사회장에서 쫓겨날 신세로 추락했습니다. 방송법에서 동등한 이사 지위를 부여받은 이사들끼리, 누가 누구에게 퇴장을 명령한다는 말입니까. 문제가 있으면 정회를 하고 이견을 조정한 다음 원만한 의사진행을 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다수이사들의 머리 속에는 회의 도중에 꼭 상대방을 쫓아내야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이같은 독재적 발상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국회법에서도 상임위 등에서 위원장의 퇴장명령은 방청객을 상대로 할 뿐입니다. 의원은 헌법기관으로 의제에 대하여 횟수 및 시간 등에 제한 없이 발언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됩니다.

‘안건의 보조동의안 제출’ 조항 신설 역시 KBS이사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또 다른 발상으로 보여집니다. 이 조항을 신설해서 소수이사들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토론종결을 요구하는 보조동의안을 제출해서 토론을 종결시키겠다는 의도입니다. 지난번 <시사기획 창> ‘태양광복마전’ 보도논의 안건 상정을 표결을 통해 막았던 것처럼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집니다.

KBS이사회는 경영진이나 다수이사들이 원하는 안건에 대해서만, 금붕어처럼 입만 뻥긋뻥긋하면서 주어진 먹이를 받아먹어야 하는 어항속의 물고기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게 누구를 위한 이사회운영규정 개정인가요.
우리는 다수이사들의 이 같은 독재적 이사회운영규정 개정안이 추락하는 KBS의 작금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KBS는 최악의 경영적자와 신뢰도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안팎에서 KBS의 공정성과 편파성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사회운영규정 개정은 KBS이사회 내에서 이 같은 비판적 여론 전달이나 의견개진을 봉쇄하려는 의도로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KBS의 미래는 더욱 암울합니다. 비판 목소리를 봉쇄하는 조직에 무슨 미래가 있겠습니까. 조직이 어려우면 내부 재갈부터 물리겠다는 독재적 발상은 망해가는 국가나 조직에서 많이 보아왔습니다. 떳떳하게 경영했는데, 무슨 비판이 두려운가요. 소수이사들은 다수이사들을 비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KBS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조항들은 모두 경영진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습니다. 문명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소수이사들은 수차례에 걸쳐 다수이사들의 일방적인 이사회운영규정 개정안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다양한 형태의 보완작업을 거칠 것을 요구했지만, 묵살됐습니다. 이사회 내부의 전체 독회가 끝나면 논란 조항에 대해 소위원회를 만들어 축조심의할 것을 제안한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또 일부 규정이 방송법과 정관의 위임범위를 넘어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새로 신설되는 ‘4조 이사의 의무’나 ‘14조 감사의 직무’에 대한 규정은 이사회운영규정으로 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내용이라는 의견입니다. 소수이사들뿐 아니라 KBS감사 역시 법률과 정관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수차례 항변했지만, 다수이사들에 의해 가로막혔습니다. 우리는 법률과 정관의 위임 범위를 넘어선다는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다수와 소수이사가 합의하는 복수의 법률기관에 자문을 받은 후 추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사회운영규정은 11명의 이사 모두에게 해당되는 규정입니다. 모든 이사들이 동의하는 이사회운영규정이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KBS이사회가 공론장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BS의 공적책임을 다하게 하는 것, 그것을 위해 필요한 토론을 할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이사들에게 위임한 이사회의 역할임을 다시한번 상기하고자 합니다.

2019년 8월 1일
KBS이사 서재석 천영식 황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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