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인사이동 이뤄지는 오는 6일까지 추가 사표 계속 나올 전망
윤석열판 '적폐 생성'지적...언젠가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
이헌 변호사 "정권연장 꾀하기 위한 사상유례없는 '코드인사'"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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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대거 영전한 반면 문재인 정권 주변부를 수사했던 검사들은 줄줄이 옷을 벗거나 좌천됐고,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검사마저 좌천성 인사를 받아 윤석열판 ‘적폐’가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중간 간부 인사를 전후한 지난달 29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59명의 검사들이 사의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무 안동지청 지청장, 장기석 제주지검 차장, 김태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신영식 인천지검 형사2부장, 전승수 법무연수원 진천본원 교수, 민기호 대검찰청 형사1과장 등 각 검찰청 간부급 검사들이 잇따라 사표를 내고 있다. 인사이동이 실제 이뤄지는 오는 6일까지 추가 사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간간부 인사에서 소위 ‘적폐 수사’를 주도했던 검사들이 핵심 보직들에 대거 영전돼 정치적 인사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있었던 검사장급 인사에서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윤 신임 검찰총장의 연수원 23기 동기들이 대거 검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권이 국정 과제 1호로 내세웠던 이른바 ‘적폐 청산’에서 윤 신임 총장과 그의 수사팀이 마구잡이식 압수 수색과 별건 수사, 피의사실 흘리기 등의 지적을 받아가며 일을 진행했던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는 말도 나온다. ‘적폐 수사’를 거치며 수사 대상자 4명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윤 검찰초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권력형 비리에 대해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으셨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주기 바란다"며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불과 6일만에 좌천성 인사로 몰아내는 행태가 벌어졌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인사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기소한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안동지청은 검사 5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지청이다. 서울에 있는 지검에서 형사부장을 맡았던 검사가 안동지청으로 발령이 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사실상 좌천인사인 셈이다.

주 부장검사는 이달 1일 자신의 인사발표를 접하고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를 통해 사직인사를 올렸다.

그는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진정성을 알아줄 거라는 믿음, 능력·실적·신망에 따라 인사가 이뤄진다는 신뢰, 검사로서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단 느낌을 받았다"며 "공직관이 흔들리는데 검사 생활을 더 이어가는 게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명예롭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운을 뗐다.

주 부장검사는 "전 정치색이 전혀 없는 평범한 검사"라며 "아는 정치인도 없고, 그 흔한 고교 동문 선배 정치인도 한 명 없다. 정치적 언동을 한 적도 없고, 검찰국에서 발령을 내 어쩔 수 없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경부 사건 수사와 동시에 세월호특위 조사방해 사건 공소유지를 전담했다"며 "일이 주어지면 검사로서 최선을 다할 뿐, 여야를 안 가리고 동일한 강도와 절차로 같은 기준에 따를 때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다고 믿고 소신껏 수사했다"고 전했다.

환경부 수사 직속 결재라인에 있던 권순철 서울동부지검 차장은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권 차장은 이날 인사 발표 직후 사의를 밝히면서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인사는 메시지라고 합니다"라고 적었다.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으나 좌천시켜 사실상 옷을 벗으라는 메지시를 받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복인사가 아닌지 언젠가는 밝혀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서울남부지검 지휘부도 좌천성 인사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친분이 있는 손혜원 의원을 기소한 김영일 형사6부장이 대검찰청 수사정보2담당관으로 전보되며 '선방'했지만, 직속 상관인 김범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은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발령났다.

수사를 총지휘한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에 앞서 사표를 냈다. 정권 주변부의 범죄를 엄정하게 수사했다는 이유로 사표를 내게됐거나 좌천됐다면 이는 검찰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한 청산과 수사가 언젠가는 필요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게 검찰 관련 인사들의 주장이다. 적폐청산의 방법은 문재인 정부가 이미 예시한 바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반대했던했던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도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교수로 발령났다. 수사 실무를 맡지 않는 연구직으로 사실상 좌천성 인사다.

그가 정부·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에 강하게 반대한 것이 다른 검사들에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정권발 보복인사를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검사는 인사 직후 주변에 "불이익을 예상했는데 그대로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선 이른바 ‘공안통’도 사실상 전멸돼 야당 대표라인을 직격으로 타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6일 발표된 검찰 인사에선 고검장‧검사장 승진자 18명 중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검사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특수통들은 검사장으로 대거 승진했다. 이러한 공안검사 홀대는 검찰 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라인 제거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연수원 26기가 5명, 27기는 2명이다. 이 7명 중 5명이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대검 공안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을 거친 백재명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사법연수원 26기)과 대검 공안기획관을 지낸 이수권 수원지검 2차장(26기) 등은 승진에서 누락됐다.

법무부 공안기획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을 거친 김광수(25기) 부산지검 1차장과 대표 공안통인 이현철 수원지검 안양지청장도 황 대표처럼 2년째 검사장 승진에서 떨어졌다.

반면 내년에 있을 21대 총선 관련 수사를 총괄할 대검 공안부장에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박찬호 서울중장지검 2차장검사가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공안부장을 맡게 됐다.

전술한 윤석열 시대 ‘검찰 사화(士禍)’를 들여다봤을 때 ▲현 정권 수사 이력에 대한 확실한 보복 ▲공안검사 출신 야당 대표에 대한 견제를 위한 인사단행 ▲정치수사에 대한 보상 등이 두드러진다.

자유 우파성향의 변호사단체인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의 이헌 변호사는 "오로지 문재인 정권의 임기 내내 적폐수사로 정권 반대 및 비판세력을 옥죄고, 나아가  정권연장을 꾀하기위한 사상 유례없는 코드인사"라며 "이 정권의 국정운영 전반에 걸친 파탄상황에 분노하거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검찰인사를 윤석열판 적폐의 출현으로 규정해 언젠가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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