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산업상, 28일부터 조치 나설 듯...개정안 공포는 나루히토 일왕 명의
수출심사우대국 제외로 기업 불확실성 확대 불가피...전략물자 수출업체 허가받아야
국내 외환・주식시장 요동...코스피・코스닥・원/달러 환율 지표악화 이어져
日 조치, 사실상 文정부서 자초...2012년・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한일외교 악화
文, 이날 오후 국무회의 주재 나서...그간 거론해온 지소미아 중단 관련 얘기할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각의(閣議·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심사우대국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한 경제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이날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이 개정안은 주무 부처 장관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뒤 공포 절차를 거쳐 시행된다. 일본 경제산업상은 오는 28일부터 조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부터 한국은 수출심사우대국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된다. 개정안 공포는 나루히토(德仁) 일왕 명의로 이뤄지며, 아베 내각은 각의 결정과 공포 뒤 관보에 게재돼 21일 후 시행한다는 3단계를 신속히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심사우대국은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기업이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나라다. 한국은 2004년 수출심사우대국으로 지정됐다. 한국이 수출심사우대국에서 빠지면서, 일본과 거래하는 우리 기업들은 큰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 일본이 정한 전략물자 품목을 한국에 수출하는 일본 업체들이 일본 경제산업성에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충격은 2~3개월 내 가시화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뒤, 국내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2017.34) 대비 0.95% 하락한 1998.31에 마감했다. 오전 장중 외국인 매도세가 두드러졌지만, 오후 들어 기관이 방어에 나서 1% 넘는 하락은 피한 셈이다. 코스닥 지수도 1.05% 내려 615.70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5원 오른 달러당 1198원을 기록했다.

일본 조치 발표 후 주가 및 외환 시장(종가 기준). (사진 = 네이버 금융 페이지 캡처)
일본 조치 발표 후 주가 및 외환 시장(종가 기준). (사진 = 네이버 금융 페이지 캡처)

일본 정부 조치와 이로 인한 경제 충격 우려는 문재인 정부에서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1965년 청구권 협정 당시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를 제공하고 “청구권 관련 문제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몇몇 역대 정부와 좌파 성향 단체들에서는 “일본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추가 배상금과 사과 등을 요구했다. 

2005년에는 소위 ‘태평양 피해자 그룹’까지 나서 징용과 위안부 등 배상을 문제삼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열린 민관 공동위원회는 “징용 피해자 배상 관련 사항은 한일 청구권협정에 반영됐다”고 발표하며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지만, 2012년 김능환 당시 대법관 주심 판결에서 징용 피해자들의 신일본제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면서 뒤집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지난해 10월엔 대법원이 이를 최종 확정했다. 일본은 외교 채널과 공식 석상 등에서 지속적인 유감 표명과 대화 요청을 이었지만, 문재인 외교부는 '외교 결례'를 이으며 일본 측 제스처를  무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법원 판결 이후 징용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들의 재산 강제집행 등에 나서 일본 측 반발을 야기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일본 조치와 관련한 발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제외키로 한 일본 아베 내각 각의결정에 깊은 유감 표명을 표한다"며 "우리 정부는 그간 문제해결 위해 외교협의와 대화의사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며 과거 발언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일본 부당한 조치에 대해 단호한 자세로 대응할 것이며,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 조치와 관련, 지난해 조용히 연장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중단까지 거론해왔다. 북한 측도 지소미아를 두고 "력사의 오물장에 처박아야 할 매국협정"이라며 폐기를 요구해왔기에, 이날 오후 국무회의에서의 문 대통령 발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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