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당국자, 볼턴과 방한한 뒤 따로 판문점 통해 북측과 접촉했다...실무협상 논의했을 듯
北, 연이은 무력도발 속에서도 美 겨냥한 건 아니라는 인식 보여
美, 미사일 의미 축소하며 北과 대화재개 희망
韓, 北의 통미봉남 전술에 휘말린 데다 美의 무관심 속 방위비증액 요구받아

지난 6월 30일 열린 미북 정상 판문점 회동./연합뉴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지난 25일을 전후해 미국과 북한이 판문점에서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사전 접촉을 가진 것으로 1일 밝혀졌다. 북한이 한반도 긴장 악화를 조장해 한국에 위협을 가하는 한편, 미국과는 물밑작업을 통한 접촉을 이어가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P·로이터 통신은 30일 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당국자가 지난주 비무장지대에서 북한 당국자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기념사진을 전달했다"며 "북한 당국자는 이 만남에서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실무협상(working-level talks) 재개와 관련해 빠른 시일 안에 협상을 다시 시작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NSC 당국자는 볼턴 보좌관의 방한에 동행한 뒤 DMZ(비무장지대)에서 북측과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DMZ는 판문점일 가능성이 크다. 볼턴 보좌관과 동행한 대표적인 인물은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다. 이 중 후커 보좌관은 1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미측 실무 협상팀의 멤버였다. 판문점 회동 전날 밤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북측 인사의 경호 및 동선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따라서 북측과 접촉 경험이 많은 후커 보좌관이 나섰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

접촉 시기는 23일이 유력하다. 일정이 많은 24일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한은 미국과 DMZ 접촉 이틀 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된다. 하지만 무력 도발을 감행하면서 “남측에 대한 경고”라며 한국과의 갈등을 시사한 반면, 미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란 인식을 보여줬다. 이는 사전에 가진‘미북 DMZ 회동’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되며, 아울러 북한의 대남기조가 통미봉남으로 굳혀진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이전부터 한국에 참견하지 말라는 취지의 비난을 계속해 온 북한은 31일 두 발의 방사포 발사를 감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 배제 현상이 북한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이 볼턴을 방한한 목적은 대폭 증액된 방위비분담금을 한국에 요구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에 신빙성이 더해지는 가운데, 같은 시기 북한에는 NSC 당국자를 따로 보내 DMZ 회동을 가지는 등 유화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 한 북한의 무력도발에 괘념치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이 같은 반응 역시 한반도의 안보환경보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 당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결심하면 북한산 물품에 관세를 면제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하면 북한에서 미국으로 가는 수입품을 무관세로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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