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폴리페서' 아니라 지식인의 '앙가주망'이라며 일부 언론 보도 비판
'교수들의 공직 진출 늘 있었던 것인데 자신만 비판하는 것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언행불일치 인간"도 아니라 주장
2004년 대학신문에 기고한 글에선 '교수들의 정치 참여로 인한 오랜 휴직은 학교와 학생에 후유증 남긴다'며 비판해...내로남불 논란
조국의 페이스북 기사화되자 서울대 학생들 조국 비판하는 글 올리며 반발해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확실시되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대 교수 복직 논란에 정면 대응했다. 이전 정부에서도 교수들이 공직에 진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자신에게만 ‘폴리페서’ 낙인을 찍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조 전 수석은 동료 교수들이 휴직계를 내고 자리를 비우는 것만 해도 학교와 학생에 피해를 끼치는 행위라며 비난해온 장본인이기 때문에 논란이 된 것이어서 이번 문제가 쉽게 잠잠해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조 전 수석이 법무부장관으로 발탁된다면 최소한 1년은 더 교수직을 비워야 한다. 당장에 서울대 학생들도 조 전 수석의 처신을 비판하고 있다.

 

 

 

1일 조 전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앙가주망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이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앙가주망(Engagement)은 전후(戰後) 프랑스 지식인들이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합리화하며 내세운 참여문학(參與文學, Engagement literature)에서 비롯된 용어다. 한국사회에선 1966년 백낙청과 염무웅 등이 만든 ‘창작과 비평’이라는 문학동인지를 통해 널리 퍼져 1990년대까지 맹위를 떨쳤다. 조 전 수석도 이런 계보로부터 앙가주망, 즉 지식인의 사회참여를 거론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 전 수석은 “일부 언론이 나를 ‘폴리페서’라고 공격하며 서울대 휴직과 복직을 문제 삼기에 답한다”면서 “민정수석 업무는 나의 전공(형사법)의 연장이기도 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목 그대로 “앙가주망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 전 수석은 일부 언론이 본래 있는 대학교수들의 공직 진출에는 가만히 있다가 자신에 대해서만 비방 및 매도를 한다며 역대정부의 교수 출신 공직자들을 실명으로 나열했다.

출처: 조국 SNS 캡처
출처: 조국 SNS 캡처
출처: 조국 SNS 캡처
출처: 조국 SNS 캡처

그러나 교수 시절의 조 전 수석은 다른 교수들이 공직 진출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 자체를 비난해왔다. 그는 서울대 법대 부교수였던 2004년 4월 서울대 대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출마한 교수가 당선되면 국회법상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 30일 교수직이 자동 휴직 되고 4년 동안 대학을 떠나 있게 된다. 해당 교수가 사직하지 않으면 그 기간 새로이 교수를 충원할 수 없다. 낙선해 학교로 돌아오더라도 후유증은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직책을 맡기 위해 교수직을 뒤로 한 채 휴직하는 것 자체가 학교와 학생들에게 피해라는 주장이다. 기고한 글의 제목은 ‘교수와 정치―지켜야 할 금도’였다.

조 전 수석은 자신이 규정 위반을 하지 않았고 ‘언행불일치 인간’은 더욱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서울대 학생들과 여론의 반응은 차갑다. ‘내로남불’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SNU Life)'에는 학생들이 조 전 수석이 2년 이상 학교를 비운 것에 대해 비판하는 글들을 올린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어느 학생은 ‘조국 교수님 학교 너무 오래 비우시는 거 아닌가요?’라는 글에서 “전에 민정수석 되실 때는 ‘안식년이라 강의에 문제는 없다’고 하셨는데, 안식년이 3년 이상 갈 리도 없고 이미 안식년도 끝난 거 아닌가요?”라며 “평소에 폴리페서 그렇게 싫어하시던 분이 좀 너무 하시는 거 아닌가요”라고 조 전 수석을 비판했다. 이 학생은 자리 오래 비우면 학생들에게 피해라면서 “제발 하나만 하셨으면 합니다”라는 요구까지 했다.

출처: 스누라이프(SNU Life) 캡처
출처: 스누라이프(SNU Life) 캡처

1일 조 전 수석이 자신은 폴리페서가 아니라며 서울대에 복직한 것을 떳떳하다고 주장한 글이 기사화된 것을 본 서울대 학생들은 이날 오후에도 비판하는 글들을 올렸다. 한 학생은 오후 2시경 ‘조국은 이제 학자가 아님’이라는 글을 올렸다. 조 전 수석의 변명 수준이 우습다며 ‘앙가주망’이라는 용어를 쓴 것에 대해 “아 진짜 얄팍하네”라는 반응도 보였다.

조 전 수석이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도 나의 선택을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 “친애하는 제자들의 양해를 구한다”라고 발언한 대목을 두고는 “양해를 구하는 게 거의 협박수준이네. 여러분 조국의 선택을 이해하십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글에 조 전 수석을 비난하는 댓글만 40개 가까이 달릴 정도로 학생들은 조 전 수석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출처: 스누라이프(SNU Life) 캡처
출처: 스누라이프(SNU Life) 캡처

조 전 수석은 자신의 휴직 및 복직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박재완 장관은 성균관대학에서 약 13년 휴직한 것으로 안다”라는 사례까지 들었다.

현재 조 전 수석은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조 전 수석은 민정수석으로만 2년 2개월 동안 휴직을 했는데 법무부장관까지 맡게 되면 4년 가까이 자리를 비울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은 그 기간만큼 조 전 수석의 형법 강의를 들을 수 없다. 물론 형법 교수를 신규 채용할 수도 없다.

"민정수석 업무는 나의 전공(형사법)의 연장이기도 하였다"라는 논리를 펼친 조 전 수석이 자신의 프로필에 소개한 논문은 ▲시각적 성 표현물 및 표현행위의 음란성 판정 기준 비판(2013) ▲학생인권조례이후 학교체벌의 허용 여부와 범위(2013) ▲낙태비범죄화론(2013)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의 재구성(2013) ▲비범죄화 관점에 선 간통죄 소추조건의 축소해석(2014) ▲Exclusion of Illegally Obtained Evidence in Search-and-Seizure and Interrogation 등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무부 혁신, 공정한 형사사법체계 구성, 헌법개정 등 민정수석으로서 다룬 업무와 관련된 논문은 보이지 않는다. 영어로 된 논문은 미국 법학 대학원 학위 과정에서 쓴 논문으로 추정된다. 압수수색과 심문에서 불법적으로 확보된 증거의 능력이 부인되는 것과 관련한 논문으로 보인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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