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北이 동북방 해상으로 발사한 발사체 2발을 탄도미사일과 유사하다 주장...北 "방사포 시험사격"
北 조선중앙방송 "김정은 동지께서 새로 개발한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지도" 보도
정경두 국방장관, 北방사포 발사 이후..."오늘 새벽 北이 2회에 걸쳐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
하지만 합참, 北의 보도 이후에도 입장 바꾸지 않아..."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비행특성으로 파악"
北 조선중앙방송, 시험 사격 사진 공개...군사 전문가들 "꼬리날개 모양 봤을 때 방사포 가능성 높아"
여론 '분노'...한 네티즌 "지난번엔 탄도 미사일인데도 입 닫고 있다가, 이젠 헛다리까지? 심각하다"
北, 지난달 25일 탄도미사일 도발 전후해 美와 실무협상 재개 위한 물밑 접촉 했던 것으로 나타나
소위 '한반도 중재자' 자처해온 文대통령 처지 우스워져...北, '통미봉남' 전술 현실화

문재인 대통령(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右), 북한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右), 북한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지난달 31일 김정은 지도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실시했다고 1일 밝혔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7월 31일 새로 개발한 대구경조종방사포의 시험사격을 지도하셨다"고 했다.

또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가 제시한 무력건설 포병 현대화 전략적 방침에 따라 단기간 내에 지상 군사작전의 주역을 맡게 될 신형 조종방사탄을 개발하고 첫 시험사격을 진행하게 된 일꾼들과 과학자 기술자들은 커다란 긍지와 흥분에 휩싸여 있었다"고 했다.

북한의 해당 발표가 사실이라면 우리 군당국은 방사포를 미사일로 오인한 것이 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새벽 강원도 원산·갈마 일대에서 북한이 동북방 해상으로 발사한 발사체 2발이 엿새 전인 지난달 25일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하다고 보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61회 KIDA 국방포럼에서 "오늘 새벽 북한이 2회에 걸쳐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며 "우리 군의 감사자산이 모두 포착됐고 대응 조치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정경두 장관의 발언이 강경한 듯 보이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전혀 강경한 발언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군은 방사포를 미사일로 잘못 판단했고 심지어 정 장관은 이를 '미상 발사체'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군의 심각한 '기강 해이'가 의심되는 지점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매체 보도 이후에도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한미 정보당국은 새로운 형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비행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어제 발사 이후 방사포 가능성은 없다고 했는데 아직 유효한가"라는 질문에는 "2발이라고 말씀드렸고, 그 사안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김정은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발사대(붉은 원)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김정은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발사대(붉은 원)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의 '탄도미사일' 입장 고수는 사실상 '고집'이었던 것으로 판명된 듯하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북한 김정은이 전날 지도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사실을 보도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군사 전문가들은 "공개된 사진의 유도조종장치와 꼬리날개의 모양을 봤을 때 KN-09 방사포를 개량한 신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구멍난 안보'에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는 여론은 분노했다. 한 네티즌은 "정보능력 하나 없고 대책도 없다"며 "지난번엔 탄도 미사일인데도 입 닫고 있다가, 이젠 헛다리까지 짚고 있다.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달 25일 탄도미사일 도발을 전후해 미국과 북한이 실무 협상 재개를 위한 물밑 접촉을 했던 것으로 나타나 소위 '한반도 중재자'를 자처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처지가 다소 우스워졌다. 북한 김정은은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협상)' 전술을 통해 의도적으로 문 대통령을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 사진 전달을 위해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측 카운터파트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AP통신 역시 NSC의 '고위 당국자(top staffer)'가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을 통한 방북을 기념하는 물건을 김정은에게 보냈다고 전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지난달 23~24일 방한에 동행한 NSC 당국자가 판문점을 찾아 북측과 접촉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와 북한 김정은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여러분에게 말할 수 없다"고 말하며 맥을 같이 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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