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협박 등 혐의로 유씨 구속
‘태극기자결단’명의 협박택배로 우파에 대한 비판여론 확산됐지만, 실상은 좌파 단체가 여론조작하려 태극기 도용한 것으로 밝혀져
유씨, ‘협박소포’ 보내는 과정에 치밀한 계획범죄 저지르기도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협박 편지 등이 담긴 소포를 보낸 혐의로 체포된 유모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가운데)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31일 오전 서울 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협박 편지 등이 담긴 소포를 보낸 혐의로 체포된 유모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가운데)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31일 오전 서울 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유선민(35)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운영위원장이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에 ‘협박 소포’를 보낸 혐의로 31일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문성관 영장전담판사는 유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거친 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씨는 이날 오전 10시 04분쯤 경찰 호송차를 타고 법원 앞에 도착했다. 자신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을 향해 웃어 보였지만, “본인이 소포를 보낸 것이 맞느냐” “택배를 왜 보냈나” “추적을 피하려 옷을 갈아 입었나” “부당한 조작 수사라고 생각하나”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침묵했다.

지난 3일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로 보내진 협박편지 등 택배./연합뉴스

유씨는 지난달 23일 서울 관악구의 한 편의점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윤 원내대표 의원실에 커터칼과 조류사체, 협박 편지가 든 택배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협박 편지에는 ‘태극기 자결단’ 명의로 ‘(정의당 등이) 민주당 2중대 앞잡이로 문재인 좌파독재의 홍위병이 됐다. 조심하라, 너는 우리 사정권에 있다’는 내용이 붉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당시 여론에서는 ‘태극기 자결단’이란 명의만 보고, 한 극우단체가 좌파세력을 향해 몰상식한 공격을 감행했다며 우파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확산된 바 있다.

하지만 한 달간에 걸친 경찰의 수사 결과, 검거된 용의자는 좌파 성향 단체의 간부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에 좌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윤 의원은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비슷한 성향으로 분류되는 단체가 여론을 조작하려 자신에게 피해를 안겼기 때문이다.

정의당 원내대변인에 선임된 여영국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의당 원내대변인에 선임된 여영국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유씨가 구속되자 정의당 여영국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고 “7월 초 윤소하 원내대표 앞으로 조류사체와 칼, 협박편지를 보낸 피의자가 구속됐다. 해당 범죄는 명백한 ‘테러’행위로 정의당과 국민 모두 결코 용납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이 발생한 시점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되기까지 충격의 연속이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어야 명확히 알겠지만 지금까지 사실만으로도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피의자가 두르고 있는 외피가 진보단체이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러한 테러는 진보의 이름으로 감춘 극단적 행위일 뿐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탄압’이니 ‘조작’이니 하는 주장은 피의자의 성의 있는 진술과 철저한 수사가 없이는 일말의 설득력도 가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11시쯤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했으며, 신림동의 한 편의점에서 ‘협박 소포’를 보낸 뒤에는 건물 화장실에서 준비해온 옷을 갈아입는 등 신원 노출에 경계하는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였다. 유씨는 이날 강북구의 지하철 4호선 수유역 인근에 있는 집까지 가는 동안, 버스와 택시를 7번이나 갈아타는 등 치밀한 계획범죄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택배 발송지를 확인한 뒤 주거지까지 폐쇄회로(CC)TV 동선 추적을 통해 피의자를 특정했다. 29일에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거주지 인근에서 유씨를 검거한 뒤 다음날 30일 검찰에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씨는 경찰 체포 이후 줄곧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과거 한국대학생총연합(한총련) 15기 의장,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다. 2008년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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